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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사 Jul 16. 2019

<보라보라 신혼여행> 1/2 가격으로 교통비 아끼는 법

미지의 세계에서 믿을 것은 컨시어지

신혼여행을 뜻하는 외래어 '허니문(Honeymoon)'은 영단어 Honey(꿀)와 Moon(달)을 합친 말. 왜 하필 꿀 달일까? 그 어원이 참 재밌다.


고대 노르웨이에서는 신랑이 신부를 납치했는데 이때 신부의 아버지가 딸을 찾는 것을 포기할 때까지 30일 간 숨어 있었다고 한다. 그냥 평범하게 결혼하면 되지 왜 납치를 했냐 하면, 이 시간을 가져야지만 신부가 신랑의 짝으로서 인정받고 부족에서 함께 지낼 수가 있었다고 한다. 아무튼 부족에선 신랑과 납치된 신부에게는 매일 꿀로 만든 술을 한 잔씩 주었는데 이 기간을 '허니문'이라고 부르던 게 이후 '신혼 첫 한 달이 가장 달콤하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면서 신혼여행은 허니문이 된 것이다.

보라보라 허니문에서 바라본 동그랗고 밝은 달

실제로 허니문을 가면 신랑 신부는 사회적 의무감을 잠시 벗고 오롯이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보라보라는 세상과 동떨어져 두 사람만 바라보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가 아닐까 싶다. 이유는 이동이 쉽지 않기 때문. 시끌벅적한 곳으로 가려고 해도 천혜의 환경을 지키고 있는 남태평양 외딴섬은 결단코 버스 카드 하나 띡 찍고 쉽게 이동하게 만들지 않는다.

여행사를 통해 간 신혼여행이라면 사정이 다를 수 있겠지만, 자유여행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어디를 가려면 하나부터 열까지 알아봐야 한다. 특히 나 같은 길치라면 참 막막할 것이다. 그래서 덜컥 목적지로 직행하는 택시를 타버리면 바가지 쓰기 십상이다.


1. 보라보라의 교통수단


보라보라 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크게 두 가지다. 수상 셔틀 혹은 택시. 차를 렌트를 하는 것도 있지만 쉽지 않다. 이유는 본섬을 필두로 환초로 둘러싸인 구조이기에 이동시 결국 라군을 건너야 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이다.

보라보라 주요 교통수단인 수상셔틀

택시는 거리 별 정찰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낯선 이에겐 부르는 게 값이다. '봉(鳳)'인 것이다.


택시 정찰제가 있는 것을 몰랐을 때일이다. 보라보라에 입성하기 전 타히티 공항에서 1박 했다. 오후에 타히티에 도착했기에 하루 밤 보낸 후 아침 일찍 보라보라로 갈 계획이었다. 이에 최대한 숙소를 공항에서 가까운 곳에다가 잡았다. 가파른 언덕이긴 하지만 공항에서 걸어서 15분도 되지 않는 거리였다. 하지만 웬걸. 신랑이 다리를 다쳤던 상황에서 18시간 이상 비행 후 나 혼자 20kg짜리 캐리어 두 개를 끌고 올라가는 건 고난 행진임이 불 보듯 뻔했다. 신랑 역시 뜨거운 남태평양 햇살 아래 목발을 짚고 올라가는 건 무리였기에 우리는 택시를 잡아탔다. 그런데 택시 에어컨을 쐰 지 5분도 안 됐을 때 숙소에 도착했는데 택시기사는 3만 원 넘는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속으로 비싸기 짝이 없구나라고 고개를 흔들었지만 돈을 지불했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바로 코 앞에 위치한 타히티 공항

하지만 다음 날 아침 공항으로 다시 갈 때 숙소 직원을 통해 부른 택시 기사 왈 "해당 거리는 정찰제라서 2만 원은 받아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쁘게 코팅된 거리별 정찰 가격을 의심하지 말라는 듯이 보여줬다. 우리가 가는 거리는 최소 범위 안이지만 그 최소 가격이 1만 5천 원 정도이며 캐리어 2개 싣는 비용이 약 5천 원가량이라는 것. 당한 것이다.

 

한편 수상 셔틀, 즉 보트를 타고 가는 것 역시 대부분 매우 비싸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싸다고 여겨지는 보라보라 아닌가. 보라보라 공항에서 인터콘티넨탈 탈라소까지 직행하는 보트는 편도로 일 인당 8~9만 원 정도. 이런 식으로 아무것도 모르고 여행루트를 모두 다니면 둘이서 족히 40만 원 이상은 교통비로 써야 한다. 그래도 이 살벌한 물가에서도 돈을 아끼는 비책은 분명 있다.

보라보라 펄 비치 선착장. 대부분의 리조트는 이러한 선착장을 두고 시간 별로 수상 셔틀을 운행하고 있다.


2. 돈을 아끼는 법


리조트 컨시어지가 키(key)다.


먼저 목적지가 어디든 먼저 컨시어지로 달려가 가장 저렴하고 빠른 경로를 여러 직원에게 묻는 것이다. 그러면 각각의 직원들은 대부분 유사한 경로를 답해준다. 사실상 5성급 호텔 직원 아닌가. 그들이 우리를 굳이 속일 이유는 없다. 괜히 속였다가 컴플레인만 당하기 십상이니까.

보라보라 펄 비치 컨시어지. 늘 친절하다.
인터콘티넨탈 탈라소 컨시어지로 가는 길

가장 합리적인 경로를 택했다면, 택시든 수상 셔틀이든 컨시어지를 통해 부른다. 그리고 가격을 반드시 미리 물어보고 확정 지어 놓는 게 좋다.


만약 택시를 탄 후에 택시 운전사가 미리 알아본 가격보다 높게 부른다면 "아까 리조트에서 XX원이라고 했는데?"라고 말하면 꼬리를 단박에 내린다. 리조트와 연결된 택시이기에 우리가 추후 불만을 말하면 리조트에서 해당 택시운전사를 다시 부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수상 셔틀로만으로 이동했을 때보다 이분의 일 가격으로 교통비를 쓸 수 있었다. 배로만 다니면 두 명이서 총 32~38만 원 정도 지불됐을 텐데 16~18만 원 정도로 낮출 수 있던 것. 꽤 큰 이득이다.


3. 우리의 전체 경로


앞서 언급했듯이 수상 셔틀을 타고 곧바로 목적지로 가는 건 대부분 비싸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 보라보라 내 가장 큰 선착장이 있는 바이타페(Vaitape)를 기점으로 택시와 수상 셔틀을 번갈아 타는 것을 택했다.


☺보라보라 공항 → 보라보라 펄 비치

보라보라 공항에서 보라보라 펄 비치로 가는 경로

보라보라 펄 비치(Bora Bora Pearl Beach Resort & Spa)는 보라보라 공항에서 가까운 편이다. 그래서 수상 셔틀 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기에 한국에서 미리 리조트 셔틀을 예약했다. 가격은 한 사람당 약 4만 원을 웃도는 정도(당시 33유로). 공항에서 내리면 각 리조트 별 부스가 있는데 그곳으로 가서 우리 이름을 말하면 직원은 짐도 가뿐히 들어주고 예쁜 꽃목걸이도 목에 걸어준다. 수상 셔틀은 공항에서 나가면 멋지게 대기하고 있다.  

보라보라 공항에서 리조트로 직행하는 수상셔틀을 예약하면 이러한 꽃 목걸이를 목에다가 걸어 준다.


☺보라보라 펄 비치 → 인터콘티넨탈 탈라소

보라보라 펄 비치에서 인터콘티넨탈 탈라소로 가는 경로

보라보라 펄 비치에서 인터콘티넨탈 탈라소(InterContinental Bora Bora Resort & Thalasso Spa)까지 거리는 꽤 먼 편이다. 우리는 본섬에 위치한 바이타페까지 수상 셔틀을 탄 후 다시 바이타페에서 인터콘티넨탈 르 모아나(Ibtercontinental Le Moana BoraBora)로 택시를 타고 갔다. 그곳에서 인터콘티넨탈 수상 셔틀에 몸을 싣고 탈라소까지 들어갔다.


보라보라 펄 비치에서는 공항 혹은 바이타페로만 가는 수상 셔틀만 운행하는데 만약 공항에서 탈라소로 직행하는 루트를 이용했으면 1인당 약 12만 원(90유로) 정도였겠지만 위의 경로를 이용하면 약 5만 원(40유로) 정도로 반 값 이상 절약할 수 있다.


☺인터콘티넨탈 탈라소 → 보라보라 공항

인터콘티넨탈 탈라소에서 보라보라 공항으로 돌아가는 경로

인터콘티넨탈 탈라소에서 보라보라 공항으로 갈 때는 보라보라 펄 비치에서 탈라소까지 온 방법을 응용했다. 먼저 르 모아나까지 수상 셔틀을 이용 후 거기서 선착장이 있는 바이타페로 택시를 타고 갔다. 그리고 거기에서 대형 유람선에 승차해 보라보라 공항으로 도착했다.


※ 위에서 언급된 비용은 2018년 4~5월 기준으로 현재 현지 상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참고만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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