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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사 Jul 25. 2019

태국여행, 사원보단 똠얌꿍

에필로그 - 미식 여행에 대한 고찰  


태국의 똠얌꿍을 먹어 본 적이 있나요?
'트립어드바이저' 추천으로 간 한 레스토랑에서 먹은 똠얌꿍. 보통 똠얌꿍 보단 부드러웠다.


똠얌꿍을 처음 먹어보면 희한하다. 혀가 느끼는 네 가지 감각인 단맛, 신맛, 짠맛, 쓴맛 중, 쓴맛을 제외한 모든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롭고 다채롭다.


이러한 태국 음식의 특징은 태국인들의 국민성과 가치관과도 비슷하다. 태국을 뜻하는 타이(Thai)는 '자유롭다'는 의미. 실제 태국인들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민족으로 간섭받기 싫어하며 어떠한 틀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함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유연함 덕에 제국주의 시절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독립을 유지한 국가이기도 하다. 태국 왕실은 라오스와 캄보디아 영토를 전략적으로 프랑스에 식민지로 줘버림으로써 오히려 한 번도 누군가에게 '간섭'받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프랑스와 전쟁에서도 승리한 전적( 태국 - 비시 프랑스 전쟁)을 보유한 유일한 동남아시아 국가이기도 하다.


태국 지도

  

이렇게 간섭받는 것을 싫어하는 국가지만, 동시에 여러 나라의 문화는 수용하는 유연함을 지닌 태국은 그들만의 독특한 식문화를 형성했다. 태국은 지리적으로 인도네시아,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데 각 나라의 근접지에 따라 각각 다른 식문화를 발전시켰다.  


태국 방콕-후아힌 여행 내내 먹은 음식들. 하나같이 다 맛있었다.


이토록 태국 음식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이번 태국 여행기는 '맛', 즉 식도락 여행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 콘셉트는 무엇인지 고민해 본 적 있는가?


여행을 갈 때 그저 쉼이 중요한 사람도 있고 유적지 도장깨기를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가치관은 다르기 때문. 나 같은 경우에는 그 나라 문화를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사는 방식을 엿보는 것을 즐겨한다. 그들의 사고방식, 생활방식을 엿보다 보면 좁디좁은 내 생각을 틀이 조금은 넓어진다고 할까. 그래서 내게 여행은 배움 그 자체다.


문화를 배운다면서 왜 먹는 여행을 하게 됐냐면 그건 오롯이 백종원 때문이었다.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태국 여행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방대한 사원들과 세계 진미로 뽑히는 태국 음식들 그리고 배낭자들의 천국이라는 단어. 크리스천인 나는 사원 깨기는 흥미가 없었고 남편은 결혼 전 태국을 여행했기 때문에 이미 본 유적지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중 우리 부부가 매주 덕질을 마다하지 않는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방콕 편'을 보게 됐다. 이를 본 우리는 '백종원이 먹은 음식들이 진짜 맛있을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을 기반으로 배가 터질 때까지 먹는 '로컬 푸드 미식 여행'을 해보자고 짐을 꾸렸다.



사실 나는 평생 다이어트를 해왔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먹는 즐거움을 그리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왜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 먹으려고 비싼 가격의 레스토랑을 찾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나도 맛있는 거 먹으면 좋다만 꼭 맛있지 않아도 간단히 한 끼 때우면 됐다. 배만 가볍게 채우면 충분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한 끼라도 '맛있게' 먹으려는 식도락가로 바뀌었다. 음식을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를 더욱 깊숙이 알 수 있으며 다양한 맛을 내는 진미를 먹는 즐거움이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는지 알게 됐다. 과히 매력적이다.



☺똠얌꿍(Tom Yam Kung)?


세계 3개 수프로 꼽히는 똠얌꿍은 말 그대로 새우를 넣고 맵게 끓인 수프.  똠(tom)은 '끓이다', 얌(yam)은 ‘새콤한 맛’을 뜻하는데 주재료에 새우를 넣으면 똠얌꿍, 닭고기를 넣으면 똠얌 카이가 되는 식이다.


보통 닭고기 육수를 낸 후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레몬 글라스, 고추, 라임 잎을 넣은 후 손질한 새우와 버섯을 넣고 익힌다. 이후 피시소스, 레몬주스, 똠얌소스로 간을 맞춘 후 코코넛 밀크를 넣고 팔팔 끓인 후 고수를 얹어 마무리한다.


똠얌꿍은 태국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이자 서양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태국 음식으로 꼽히지만 레몬글라스의 신맛 때문에 국 하면 얼큰한 맛을 추구하는 한국인들에게는 고수와 더불어 호불호가 갈리는 편. 하지만 특유의 새콤하면서도 단발성으로 매운 똠얌꿍의 맛에 중독되면 헤어 나오지 못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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