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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칸테 Jun 22. 2021

현대발레와 클래식의 만남

2021 발레축제 유니버설발레단 '트리플 빌'

융복합 인재가 대세라 발레도 융복합인가


4월과 5월은 클덕들의 축제였다면 6월은 발덕들의 축제다. 클래식 발레부터 평소에 보기 힘든 실험적인 창작발레까지 한 번에 쫙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래식 발레 취향인 내겐 완주는커녕 눈꺼풀 부착 현상 안 일어날 공연 찾기에 집중해야 했다. 현대무용은 거의 접해보지 않아서 이름만 발레인 현대무용 작품은 쥐약이다ㅠ


원래 우리나라 발레단의 쌍두마차를 달리는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 발레단은 기간 차를 두고 클래식 발레 공연을 올리는데 올해 유니버설 발레단은 네오클래식 작품으로 참가했다. 코시국이라 축제를 빨리 끝내야 해서인지 아니면 화려한 클래식 발레 전문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싶어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나마 1부 공연 음악이 귀에 익숙한 라선생님 파가니니 랩소디라 예매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한낮에 다닐 만했는데 이젠 불가마 더위가 어서 와 여름 공연 원정은 처음이지?를 시전 한다. 안 그래도 연이은 공연 투어로 피로가 쌓였는지 지하철 멀미에 시달렸는데 더위까지 과다 섭취해 불쾌지수는 우면산만큼 쌓이고 있었다.

주말이라 어린이 여러분을 동반한 가족들이 비타민역과 오페라하우스에 쌀밥 밥알만큼 있다. 그런데 토월극장에 입장하자 관객 평균 연령이 확 높아졌다. 어린이 여러분이 보기엔 난해한 작품이라 그런가? 사실 옆동네 작품도 어린이 여러분이 보기에 경기도 안성맞춤인 작품은 아니지만...

시계를 보니 정확히 2시간 러닝타임이다. 하루만 하지 않고 3일 연속으로 하는 공연이라 그중 토요일을 골랐다. 예매할 때 목요일에 하는 설샹 정기연주회를 갈까 말까 고민 중이었고 러닝타임 때문에 저녁 공연을 가면 기사님 저 이거 못 타면 망해요 모드가 될 게 뻔해서였다. 결과적으론 5월 말 공연을 본 뒤 놋쇠홀에 발도 붙이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목요일은 집에서 쉬었다;;

토월극장은 발레 콩쿠르에서 대관하는 홀 크기였다. 발레 콩쿠르는 한 번에 1~6명 정도만 나오니 큰 무대가 필요 없고 무용러들에게 최적화된 마룻바닥 무대 상태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소리는 기본에 가끔 헐떡이는 숨소리도 관객의 눈코입을 활짝 열어준다ㅎㅎ


발레 공연은 2층이 따봉이다. 표값이 싸기도 하고 무대가 한눈에 보여 군무의 알흠다움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층도 중블은 비싼 자리밖에 없어 사이드석으로 왔는데 갓성비석이다ㄷㄷ 사이드 구역엔 3~4명 정도만 앉아서 관크확률이 줄어들고 안전바가 높지 않아 막으로 가려진 무대 안쪽은 잘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1~2열은 앉은키에 따라 시방석 확률이 60% 정도이니 되도록이면 3열부터 앉자.


이번 공연도 돈 키호테처럼 막이 오르기 전에 문 단장님의 해설부터 시작한다. 사실 문 단장님보다 강 단장님의 해설을 더 듣고 싶지만 모태 내향인이시라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커튼콜 때도 잘 안 나오시는 분인데 해설은 더더욱 싫어하시겠지ㅠ 말괄량이 길들이기 시즌 때도 막공 날 사무실에서 잠깐 나온 강 단장님을 보고 팬들이 달려간 거라 생각보다 상봉 난도가 높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https://youtu.be/tPlJZhgEHUM 

1부는 라선생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쓴 작품이다. 클덕이라면 반복 재생하는 음악이라 시작부터 우왕 국 소리가 절로 나왔다. 1부 작품 장르인 네오클래식 발레는 발레와 현대무용을 믹서에 넣고 갈갈갈해서 만든 신메뉴 모던발레치노다. 대부분은 느린 댄스곡이나 그 작품을 위해 작곡된 현대음악을 쓰지만 클래식 음악을 쓰는 안무가들은 발덕 겸 클덕들의 텅장을 조준하곤 한다.

 

https://youtu.be/hA0NwXmqUYI 


그중 18번 변주는 일상 브금 광고 브금으로 많이 써 제목은 몰라도 틀어주면 무릎을 치는 마성의 브금이다. 가끔씩은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에서 협연자가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앙코르로 나와서 깜짝 선물이 되는 효자 레퍼토리다. 발레단도 이걸 아는지 18번 변주에서 화려한 동작을 몰빵 했고 관객들도 박수를 몰빵 했다. 어려운 모던발레를 익숙한 클래식 음악과 같이 하면 접근 장벽을 낮출 수 있으니 유니버설 발레단은 앞으로 클래식 음악을 쓰는 모던 발레를 자주 올려 줬으면 좋겠다.


2부는 로미오와 줄리엣 중국 버전이다. 셰익스피어의 로앤줄과 차이점은 남주가 여주의 결혼 소식을 듣고 병으로 먼저 떠나고 억지로 시집가던 여주가 남주의 무덤 속으로 들어가 한 쌍의 나비로 환생한다는 결말이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나란히 묻히며 끝나는 로앤줄과 달리 나비로 환생한 2 인무가 작품의 핵심이다.


https://youtu.be/YVxXFBCshYg


2부 음악인 나비 연인 바협은 유못쇼에서 송지원 바이올리니스트가 이야기한 적이 있어 제목만 익숙한 곡이었다. 현악 콩쿠르들은 중국에서도 많이 열리고 요즘 콩쿠르들은 본선 결선에서 개최국 출신 작곡가의 작품이나 콩쿠르용 위촉곡을 지정곡으로 내는 게 대세이기 때문이었다. 음악만 들었으면 눈꺼풀 하강 현상이 일어날 뻔했지만 눈호강도 같이 해서인지 눈꺼풀은 건재했다.


3부는 국악 크로스오버 작품이다. 국악 브금답게 의상이 한복 스타일에다가 안무도 한국무용과 발레의 콜라보다. 이런 스타일은 연느님 2010-11 시즌 프리 프로그램 '오마주 투 코리아' 이후로 처음인데 겁나 좋군? 그때 연느님도 아리랑 편곡 프로그램답게 안무를 한국무용에서 많이 따왔는데 모 선수가 의미도 모르고 안무를 표절해서 꽤 말이 많았다. 아니 사꿈에 한국무용을 쓰면 어쩌자는 거야....


왜 거대 발레단이 국립발레단과 일정 조절 안 하고 토월극장에서 mr로 음악을 때우나 싶었는데 장르를 마구 넘나드는 선곡 때문이었다;; 가장 기대 안 하고 간 작품인데 공연장을 나오며 음악만 따로 폰에 넣고 다닐까 할 정도로 만족했다.


https://youtu.be/gI1GddkvVv8

    3부 베스트 브금

이제 주말 한낮 공연은 피해야 하는 시기가 왔나 보다. 근처 서식러나 자차 원정러라면 모를까 뚜벅이 원정러에겐 불가마 더위는 공연 몰입력을 남부터미널 역에 보내버리기에 매우 좋다. 게다가 이날은 대한민국 발레단의 쌍두마차들이 한날한시에 공연하는 발레 역사상 보기 드문 날이라 비타민역은 사람 천국이 되고 오페라하우스 주차장은 만차였다. 전국의 모든 수도권 뚜벅이 원정러들은 조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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