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지에서의 끼니 :::
첫 유럽 여행 때의 일이었다.
나의 첫 유럽은 그리스 아테네. 그곳에서 나와는 반대로 유럽여행의 마지막 도시로 아테네를 여행하고 있던 대학생 2명을 만났다. 숙소에서 알게 된 그녀들은 내게 저녁식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봤고, 난 '글쎄요.'라고 대답을 했다. 괜찮으면 같이 슈퍼에 장을 보러 가지 않겠냐고 해서 그녀들을 따라나섰다. 슈퍼에 도착한 그녀들은 익숙한 몸짓으로 요리 재료들로 장바구니를 채워나갔다. 난 그런 그녀들을 보고, 내 나름의 요리 재료들 담았다. 사실 그때까지 숙소에서 요리를 해 먹는다고?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전에 다녔던 나라는 싱가포르, 인도, 태국, 홍콩 이렇게 4개국. 유럽여행을 하기 전까지는 항상 끼니를 밖에서 사 먹기만 했었으니까, 낯선 남의 나라 슈퍼에서
뭘 먹어야 하지?
라는 고민 끝에 난 냉동식품인 치킨너겟 한 봉지와 맥주 한 캔을 겨우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정말 그 때는 그랬었다.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이제는 여행지의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사 먹는 것보다는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일이 훨씬 익숙해졌다. 숙소를 선택할 때에도 부엌을 사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가 필수요건으로 들어가게 된 것은 물론이다. 여행을 다니는 동안 만나게 된 이들에게 내가 받았던 느낌이나 혹은 내가 몸소 경험했던 노하우를 전수(?) 해 줄 수 있게도 되었다. 덩달아 서툴기만 했던 나의 여행지에서의 요리 역시 점점 진화되어갔고, 나름의 노하우가 쌓이게 되었다.
나의 작은 팁을 살짝 공개하자면...
무엇보다도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식재료를 사서 요리를 하는 것이 좋다. 보통 유럽이라면 다들 알다시피 파스타에 필요한 재료가 엄청 싸다. 파스타는 물론이고, 각종 소스들도 우리나라보다도 싼 경우가 많으므로, 정말 다양한 파스타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파게티 면 500g과 토마토소스가 각각 1유로 안팎인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거기에 소시지나 햄 또는 참치 통조림 등을 첨가하면, 간단하지만 훌륭한 한 끼가 완성된다. 뭐 그래 봤자, 전부 합해도 5유로를 넘지 않는 재료값이 드는데, 그 재료들이면 든든하게 몇 끼를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같은 음식을 여러 번 먹으면 질린다. 그러니까 올리브 오일 파스타 내지는 우유 치즈 파스타처럼, 같은 파스타라도 중간중간 메뉴를 조금씩 다르게끔 적절하게 섞어 끼니를 때우는 걸 추천한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여행 중 스위스에서 만난 친구 중에 콜라와 바게트만 먹으며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콜라와 바게트를 좋아하냐는 나의 물음에, 그 친구는 돈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근데 콜라와 바게트를 매 끼 먹는다고 하면 매 끼 3유로 이상을 쓰는 셈이었다. 만약 장을 봐서 요리를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할 수 있다면, 사실 비슷한 돈으로 훨씬 괜찮은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그 친구에게 내가 먹고 있던 몇 가지 재료로 만든 파스타를 대접했고, 나의 이런 생각을 이야기해주었다. (물론 조심스럽게. 그게 그 친구의 스타일일 수도 있는 거니까)
아래 사진들은 내가 여행 중 해 먹었던 아주아주 간단한 파스타/리조또들이다.
- 파스타 + 토마토소스 + 채소/고기/소시지/해산물 등
- 파스타 + 우유 + 치즈 + 채소/고기/소시지/해산물 등
- 파스타 + 올리브 오일 + 채소/고기/소시지/해산물 등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