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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Jul 28. 2015

안녕, 레고성당!

2013 크로아티아 ::: 자그레브



#1. 자그레브 입성 - 미니양 


 루블라냐에서 기차 한 번이면 도착한다던 자그레브에, 우리는 기차 2번, 버스 1번을 타고 겨우 도착했다.

중간에 기차에 문제가 생겼던 건지, 내리고 다시 타는 걸 반복한 후에야 난 크로아티아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자그레브에서 시간을 좀 보낼까 하다가 바로 이동하기로 했다. 어차피 두브로브니크에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올 예정이었으니까. 버스터미널에 가서 두브로브니크행 야간 버스를 예약하고, 버스터미널에 짐을 맡겨놓고 자그레브를 잠시 만나러 나섰다. (자그레브-두브로브니크 밤 9시 버스 185쿠나, 짐 보관소 처음 4시간은 시간당 5쿠나 이후 시간당 2.5쿠나) 


  짐을 내려놓아 가뿐해진 몸을 이끌고 자그레브의 중심가까지 걸었다. 자그레브 곳곳에서 파란색 트램을 볼 수 있었다. 유럽의 트램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트램이 있었으면... 생각을 하다가도, 서울과 트램을 번갈아가며 떠올려보니 어쩐지 어울리지 않을 거야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유럽풍이라는 건물들을 지나고, 미술관도 지난다. 어떤 작품이 있을까 궁금했지만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그냥 지나쳐간다. 15분~20분쯤 걸었을까? 자그레브의 중심광장이라고 하는 반 옐라치치 광장에 다다른다. 


 날씨는 새초롬하고 더구나 슬슬 배까지 고파왔다. 뭘 좀 먹을까 둘러보다 광장 중심에 있는 천막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소세지 바게트 발견! 잘생긴데다가 친절하기까지 했던 점원 청년에게 따뜻한 소세지 바게뜨를 건네받고서는 정신없이 먹어버렸다. 아침도 굶은 터라 정신없이 먹은 기억이 난다. 2유로의 행복이랄까? 정말 맛있었다.  








#2. 레고성당의 매력 - 미니양 


 배도 채웠으니, 슬슬 자그레브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1년 내내 공사하고 있다던 대성당.

역시 이 날도 어김없이 공사중. 겨울의 유럽은 여기저기 공사중인 곳이 많다. 하지만 꼭 유명한 걸 보겠다고 간 게 아니었으니까 그냥 무작정 둘러보기로 했다. 골목골목 다니는 걸 좋아해서 그저 맘에 드는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시장도 만나고, 공원도 만나고, 누군지 알 수 없는 동상도 만나고...

그러다 꼭 보고 싶은 게 있어 지도를 보며 찾아간 곳.


 바로 레고 성당이다. 원래 이름은 성마르크 성당이라는데, 난 지금도 레고 성당으로 부른다. 지붕 모양이 레고를 쌓아놓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찌나 인상적인지 지붕에 자꾸 눈길이 갔다. 이런 성당이라면 나도 다녀보고 싶어질거야 생각을 했다.

한참을 서서 쳐다보다가 발길을 옮겼다. 자그레브는 늦가을의 향기가 물씬 나는 풍경으로 가득했다. 

다시 한참을 걷다 또 으슬으슬 추워져 쌀쌀해진 몸을 녹이러 맥도날드에 들어갔다.

커피 한 잔(6쿠나)을 시켜놓고 무제한 와이파이의 혜택을 누려본다. 한국에서 내 전화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고래군에게 인심쓰듯 영상통화를 걸었다. 걱정하고 있을 고래군과의 용이한 연락을 위해 난 처음으로 노트북을 들고 여행길에 올랐기에 영상통화도 가능했다. (뒤에  이야기하겠지만 나의 노트북은 한국으로 함께 돌아오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있다가 두브로브니크행 버스를 타러 버스터미널로 다시 발길을 옮겼다.  









#3. 빠른 것도 가끔은 좋아 - 고래군 


 비릴리오의 말마따나 속도는 공간을 소멸시킨다. 하지만 가끔은 그게 좋을 때도 있다. 보이스톡이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그녀의 목소리를 귀에 담았다. 


"여기 맥도날드인데, 와이파이 잘 터져."

"다행이네. 그런데 거기까지 가서 맥도날드 먹어? 다른 거 먹지 왜."

"날씨도 새초롬하고 배도 고픈데, 마침 눈앞에 짠! 하고 나타나서는 나를 부르지 뭐야."

"잘 했어요."

"나 노트북 지금 있는데, 우리  영상통화할까요?"

"영상통화? 알았어 나 지금 컴퓨터 앞으로 갈게요. 잠깐만 기다려." 


 스카이프를 실행시키고, 잠시 기다리니 화면 너머로 그녀의 얼굴이 보인다. 갑자기 눈 가장자리를 무엇인가가 밀고 올라오는 느낌이 든다. 정신없이 손을 흔들면서 나는 그녀에게 인사했다. 


"안녕! 안녕! 이게 얼마만이야! 반가워요!"

“오빠 나 자그레브예요!”
“잘 도착했어? 밥은 먹었고?”
“응, 아까 소시지 바게트 먹었어.”
“그걸로 식사가 되나? 안 모자라?”
“응 양이 꽤 많아 배불러. 지금은 맥도날드에서 커피 마시고 있어. 이따가 버스 타러 갈 때까지 여기 있으려고.”
“어머님은?”
“옆에 있어. 나 아까 레고 성당 봤다? 거기가 왜 레고 성당이게?”


 그녀의 목소리가 밝은 이유가 아마도 그 레고 성당 때문인가 보다.


“모르겠네? 레고로 만들었나 보지 뭐.”
“아니야. 오래된 성당인데 어떻게 레고로 만들어. 거기 성당이 지붕이 레고처럼 생겼어.”
“네모난 지붕에 뽈록뽈록 위에 돌기처럼 솟아 있는 건가?”
“아니야. 그게 아니라 지붕에 그림은 아니고, 아무튼 컬러랑 패턴이 레고처럼 생겼어.”


 설명만으로는 어떤 모습인지 상상하기가 어렵다. 컬러와 패턴이 레고처럼 생겼다는 게 어떤 걸 말하는 걸까?


“아 그래서 별명이 레고 성당인가 보구나? 레고 성당 검색하면 나오려나?”
“아니야. 레고 성당은 내가 부르는 이름이야. 원래 이름은 지금 까먹었는데, 나중에 기억나면 알려줄게.”


 하지만 그녀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난 그 모습을 알 수 없을 것 같다.

나를 부르며 환하게 웃음 짓는 그녀. 문득 양 손으로 그녀의 볼을 감싸 쥐어보고 싶다. 돌아오자마자 두 손으로 꾹 감싸줘야겠어. 


 속도는 공간을 소멸시킨다. 그녀와 나 사이에는 엄청난 공간이 놓여있고, 그 거리만큼 많은 사람들이 많은 이야기를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이의 그 공간은 잠시 소멸되어버리고, 우리는 서로에게 손을 흔들며 이야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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