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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Sep 07. 2022

2년 반 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저는 평소보다 더 바쁘게 지냈어요.

 2020년 봄, 우리는 포르투갈 리스본에 머물러 있었다.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있다더라, 중국에서 코로나가 난리라더라 할 즈음 유럽은 아직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지 않거나, 미약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기 때문에 큰 걱정 없이 떠났다.


 포르투갈에 머무는 동안에도 코로나는 다른 세상 이야기였고, 포르투갈은 확진자 '0'을 유지하던 그 때, 일본에 정박했던 유람선에서 포르투갈인 1호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연일 포르투갈 뉴스에서 일본에 격리되어있는 확진자와 화상으로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뉴스를 보면서 '이제 포르투갈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는 걸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쨌든 포르투갈은 평화롭기만 했고, 사람들의 일상도 변함이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한국에서는(어떤 종교로 인해) 확진자가 폭증했지만 포르투갈은 여전히 조용했다. 늘 그렇듯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다가 포르투갈 북부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포르투갈 뉴스를 보며 매일매일의 시간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저런 고민들이 많아졌던 나날들이었다고 기억한다. 비행기 티켓을 바꿔 한국으로 빨리 들어가야 하나?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하나? 외출을 해도 될까? 등등... 결론적으로 비행기 티켓은 항공사에서 바꿀 수가 없었고, 우리는 정해진 날짜대로 포르투갈에 머물다가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공항에서 본 비행 스케줄 판은 거의 비어있었다. 특히 밤에 경유로 도착했던 암스테르담 공항은 어느 공포 영화에나 나올 법한 스산한 분위기였다. 미어터지던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고 모든 상점의 문은 닫혀있고, 최소한의 조명만 켜져 있는 채로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충격이었다. 이렇게 까지 공항에 사람이 없었던 적은, 비행기가 적었던 적은 없었으니까. 사람들은 전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생사를 오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 역시 한국에서 챙겨간 마스크를 쓰고 되도록이면 사람과의 접촉을 피했다. 포르투갈에서 구입한 손 소독제로 손을 수시로 소독하면서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 뒤로 2년 반의 시간 동안 '여행'이라는 단어를 애써 외면하면서 살았다. 원래부터 '여행'이란 건 없었던 것처럼.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가며 일부러 바쁘게 살았고, 부지런히 지냈다.(더불어 여행 이야기 가득한 내 브런치도 함께 외면;;) 바쁘게 사니 그 속에서 나름의 재미도 생기고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여행을 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1년에 최소 1-2번은 여행을 떠났던 내가 여행 없이 일상을 살아간다니...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나를 주변 지인들이 오히려 걱정해줄 정도였지만 생각보다 난 잘 지냈다.


 포르투갈에서 돌아온 후 짧지만 긴 2년 반의 시간이 흘렀고, 사람들은 조금씩 코로나의 존재를 지워가고 있었다. 그 사이 백신은 3번이나 맞았고 각국의 국경은 서서히 열렸고 사람들도 서로 왕래를 시작해갔다. 그걸 보면서 나도 다시 '여행'이라는 단어를 마음 속에서 다시 꺼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입국의 제한이 없는 나라로 남몰래 비행기 티켓을 끊어두었다. 정말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무료 취소', '무제한 일정 변경'이라는 문구를 믿고 돈을 냈지만 하던 일들은 마무리를 해야 했고, 일을 하면서도 여행은 꼭 가고 싶다는 마음은 점점 커져 갔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행 없이도 잘 지냈지만 이젠 여행을 떠나도 될 것만 같았고, 그런 마음이 들자 더 이상 참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마음의 결단을 내렸고, 바쁘게 살기 위해 쌓아두었던 일들을 하나 둘 정리하기 시작했다. 돈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여행을 해야 또 그 다음으로 걸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드디어 난 한국을 떠났고 그렇게 바라마지 않던 여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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