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부일 신춘문예-평론 당선소감
날이 추워졌다. 저녁 식사로 먹을 카레를 데우고 밥을 그릇에 담고 있던 참이었다. 낯선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받을지 말지를 잠깐 고민하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느 날, 그렇게 처음 받아보는 소식이 나를 찾아왔다. 로또에 당첨되면 어떻게 할까 하는 몽상처럼 막연하게 상상만 하던 그런 순간이 나의 곁으로 성큼 다가선 것이다.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모든 예술은 지금의 현실과 어떻게든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특히 영화가 더욱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스크린 위에 나타나는 이미지는 언제나 사람과 삶을 은유하는 것이고, 그 속에 나타나는 공간은 반드시 상상적 현실이거나 현실적 상상이기 때문이다.
나의 글쓰기가 예술과 삶 사이의 관계에 대한 것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그래서이다. 이번 당선 덕분에 나의 글쓰기도 조만간 새로운 걸음을 내딛어야 하겠지만, 그래도 한동안은 온전히 기뻐하며 지내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디자인을 하는 와중에도 나를 이끌고 격려해준 성민희 작가님, 세상과 작품을 읽는 법을 가르쳐주신 박명진, 배선애, 김흥식, 이경수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스승님들, 작품을 대하는 평론가의 마음가짐을 보여주신 홍기돈, 류찬열 선생님, 먼 이국땅 프랑스에서 항상 격려해준 황인성 군, 함께 공부하며 곁을 지켜준 동료들, 하늘 저편에서 이 소식을 누구보다도 기뻐하실 어머님께 마음을 담아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왜 내 이름은 없지? 하고 계신 당신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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