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고래 Jan 16. 2023

영화 <영웅>

원작뮤지컬의 대중적 보급품

 2022년 12월 21일 개봉한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영웅>은 동명의 뮤지컬이 원작을 각색한 작품이다. 뮤지컬인 원작을 반영하기 위해서인지, 이 영화도 노래와 음악과 춤을 포함하는 뮤지컬 영화로서 제작되었다. 무엇보다도 원작의 주인공 안중근 역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의 명성을 얻은 정성화 배우가 이번 영화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안중근과 조마리아, 그리고 설희와 동하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스크린 위에 그려지는 ‘안중근’의 이미지이다. 정성화 배우는 원작 뮤지컬의 무대를 통해 이미 ‘안중근’이라는 캐릭터를 그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음을 이번 영화를 통해 다시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뭐, 뮤지컬 <영웅>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정성화 배우이니만큼, 영화에서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노래에서도 연기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다.  

   

 그밖에도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를 연기한 나문희 배우가 육성으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비록 그의 노래가 전문 뮤지컬배우처럼 웅장하고 매끄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조금은 갈라지고 메마른 목소리를 통해 전달되는 그의 노래는 아들을 떠나보내기로 결심한 한 엄마의 복잡하고도 처절한 심정을 잘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설희’(김고은 분)나 ‘동하’(이현우 분)의 경우에는 귀에 들리는 노래와 배우의 입 사이에 싱크가 안 맞는 부분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물론 귀에 들리는 목소리를 통해 그것이 배우가 직접 부른 노래라는 점은 알 수 있지만, 스크린에 보이는 모습은 노래를 직접 부르고 있다기보다는 소리는 녹음해놓은 것을 틀어놓고 카메라에 담긴 이미지에는 표정과 신체 표현과 같은 부분에 더욱 매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배우의 신체와 흘러나오는 노래 사이에 결코 메울 수 없는 간격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래서 솔직히 좀 안타까운 연출  
   

 캐릭터들이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평면적이고 전형적이다. 미쟝센은 아름답지만 어디선가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추격 장면에서 안중근이 지붕 위로까지 올라가 도망치는 일련의 장면들은 007시리즈를 비롯한 할리우드 영화의 클리셰를 그대로 베꼈고, 지붕에서 마차의 짚단 위로 뛰어내리는 장면도 <어쌔신 크리드>(2015) <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의 구도와 액션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설희’라는 역할은 이 영화에 왜 포함되어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 차라리 ‘이토 히로부미’(김승락 분)가 스파이라는 정체가 발각된 ‘설희’의 처분을 두고 내적 갈등을 드러내는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이토 히로부미’라는 캐릭터를 입체화하는 데 사용하든가, 아니면 국가를 위한 희생을 강요받는 개인의 두려움과 공포를 좀 더 깊숙하게 들여다봄으로써 ‘설희’라는 캐릭터를 입체화하기라도 했다면 그나마 조금은 낫지 않았을까. 그러한 부분이 전혀 없는 ‘설희’는 솔직히 이 영화에는 하등 쓸모없는 낭비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기차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은 언뜻 보기에도 ‘설희’라는 캐릭터를 그저 아름답고 비장하게만 봐달라고 구걸하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아니 기껏 감금해둔 열차 칸의 문은 도대체 왜 열려있는 것이며, 그리고 또 왜 굳이 다리 아래로 몸을 날리게 만드는 것인가.     


 그럭저럭 신파에 그럭저럭 코미디, 그럭저럭 국뽕을 섞은 그럭저럭 액션 영화. <영웅>에 대해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원작 뮤지컬을 대중적 보급품으로서 영화화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출처 : https://namu.wiki/w/%EC%98%81%EC%9B%85%282022%29



매거진의 이전글 예술과 삶, 그 사이의 관계 담아내는 글 쓸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