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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도하 공항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카타르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

by 미니고래

먼길을 떠나는 여행에 있어서 비행 스케줄, 항공사, 좌석 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막상 여행이 시작되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5-6시간 정도의 비행까지는 좀 불편해도 참을 수 있지만, 10시간 이상 넘어가는 긴 비행에서는 불편은 불편함이 아니라 괴로움으로까지 느껴지기 마련이다. 가진 돈이 많다면야 국적기에다 비지니스 좌석까지 이용해서 직항으로 편안하게 갈 수 있겠지만, 없는 돈을 쪼개서 가는 여행이라면 그런 호사는 부리기 쉽지가 않다.


그래서 긴 비행을 해야 하는 여행의 경우, 비행편을 고르고 또 고르게 된다. 최근 다녀왔던 유럽 여행에서는 이런저런 고민 끝에 카타르 항공을 이용하기로 했다. 중동 항공사를 이용하면 일단 중간지점인 중동에서 경유를 하기 때문에, 유럽을 가기 전에 한번 쉬었다 갈 수가 있게 된다. 좁디좁은 이코노미 좌석에 앉아서 한번에 유럽 본토로 13시간씩 걸려서 가는 일은 꽤나 힘들다는 걸 이제는 잘 아는 1인이기에, 중간 쯤에서 쉬어갈 겸 경유편을 이용한 것이다.


비용 절약이 가장 중요하다면 그때그때 나오는 최저가의 티켓을 끊겠지만, 아주 큰 금액 차이가 아니라면 난 가급적이면 낮에 도착하는 비행 스케줄을, 그리고 중간 어디 쯤에서 경유하는 티켓을 선호하는 편이다. (비용이 차이가 많이 날 때에는 거의 최저가인 'KLM'이나 '에어 프랑스'를 많이 타는 편. 저렴할 때에는 70만 원 대에 갈 수 있으니, 요 몇 년은 정말 내 사랑 KLM이다.)


그나저나 에티하드 항공을 타고 아부다비에서 경유를 해본 적은 있지만, 카타르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인천에서 출발해 카타르 도하 공항에서 잠시 쉬었다가, 그리스 아테네로 들어가는 스케줄이었다. 인천에서 카타르 도하까지는 대략 10시간 남짓. 비행기에서 사육을 당하며(?) 영화 몇 편 보고는 잠깐 자고 일어났더니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하마드 국제공항의 상징인 노란 곰


처음 가본 하마드 국제공항의 규모는 정말 어마어마했다. 공항도 워낙 넓은데 경유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정말이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마치 시골에서 처음으로 서울로 상경했을 때 이런 기분이 아닐까? 유럽에 들어갈 때는 경유 시간이 짧아서 대충 노란 곰만 보고(하마드 공항의 명물? 상징물 느낌) 이동을 했고,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그래도 여유가 있어서 비행 시간까지 공항 이곳저곳을 구경하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꽤 여러 공항을 이용해봤지만, 하마드 국제공항에는 정말 놀라운 것이 있었다.


여느 공항보다 더욱 화려한 면세점들에 놀란 게 아니다. 하마드 국제공항의 상징과도 같은 거대한 곰도 아니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바로 공항 안에 있는 '숲'이었다. 처음에 숲이 있다고 해서 '가짜 나무 몇 그루를 만들어 놓고 쉬라고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Orchard'라고 안내되어 있는 곳을 찾아갔더니, 눈앞에 초록 초록한 풍경이 펼쳐졌다.



진짜 '숲'이었다. 가짜 나무도 아니고 진짜 나무들이 빼곡히 심어져 있던 것이었다. 공원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의 규모였는데, 실내에 그런 숲이 있다니 역시 산유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륙을 기다리는 많은 여행객들이 이미 벤치에 앉아서 혹은 나무 밑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별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해서 비행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각이 되어서야 어슬렁어슬렁 찾아가본 건데, 이렇게나 좋은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조금 더 일찍 찾아와서 쉴 것을 그랬다 싶었다. (가는 길에 모노레일이 달리는 구간이 있는데, 여기는 걸어가면 30-40분 넘게 걸리는 긴 구간이니 가급적 모노레일을 이용하자. - 걸어서 30,40분이나 걸린다는 사실을 굳이 알고 싶지 않았던 1인.)


공항에서 긴 시간을 보내야 할 때, 도하 공항에서라면 전혀 심심하거나 지루할 것 같지 않다. 실제로 나무들을 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산책도 하고 잠깐이지만 느긋하게 쉬기도 했다. 카타르 도하를 경유는 비행편으로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이 숲은 꼭 한 번 찾아 가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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