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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는 사육(?)을 당해야 제 맛이지

카타르 항공 탑승기

by 미니고래

최근 유럽여행을 다녀올 때 이용했던 항공사는 카타르 항공이었다. 앞서 다른 글에서 언급한대로 긴 비행 도중에 한번 쉬었다 갈 수 있어서 좋기도 하고, 더 예전에 에티하드 항공을 탔던 기억이 좋아서 덩달아 중동 항공사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도 좋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카타르 항공을 골랐던 이유는 내가 선호하는 비행 스케줄이 있는데다가 비용면에서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 때문이었다.


보통 유럽을 갈 때에는 포르투갈로 한 달 살기를 하러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기왕 머나먼 유럽까지 가는 김에 이왕이면 포르투갈 외에도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인(?) 포르투갈 인/아웃 노선이 아니라 일부러 다른 나라로 인/아웃을 잡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이번 여행의 경우에도 그리스 아테네 인, 스페인 마드리드 아웃이었다. 여행 막바지에는 짐이 늘어나기 마련이라서 될 수 있으면 리스본 아웃으로 비행편을 잡고 싶기는 했는데, 카타르 항공에서 내가 원하는 스케줄은 마드리드에서 아웃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여행 경로로 잡게 된 것이다. (그래서 결국 여행 마지막 즈음 리스본-마드리드 구간은 플릭스 버스로 이동했다.)



인천에서 도하로 가는 비행기는 대부분 밤에 출발한다. 다른 중동 항공사나 아니면 내가 자주 애용하는 KLM도 마찬가지. 누군가는 청승맞게 왜 밤비행기를 타냐고 묻기도 하지만, 저녁형 인간인 내게는 오히려 딱 좋은 출발시간이다. 아침에 늦게까지 자고 일어나 밤 비행을 하러 공항에 가면, 늦은 밤 공항의 한산함과 함께 느긋하게 수속을 할 수도 있다. 이번에 탔던 카타르 항공은 인천에서 도하로 출발하는 QR 859편이었고, 탑승 게이트도 탑승동까지 가지 않고 40번대 게이트에서 바로 탈 수 있어서 무척이나 편리했다.



탑승을 하면 어메니티를 주고, 기내식을 주고, 간식을 주고. 그것도 모자랄까봐 뒷편 갤리에는 간식까지 잔뜩 채워둔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그런 서비스를 하고 있긴 하지만 저렴한 가격의 항공사들은 간식 종류가 좀 허접한 경우들이 있다.(예전에 모 항공사를 이용했을 때에는 비행기 안에서 배가 고팠던 적도 있다.) 하지만 역시 산유국만의 클래스인 건지 꽤나 풍성하게 갖춰져 있어서, 마치 사육당하는 기분으로 끊임없이 먹고 또 먹고 마시면서 비행을 할 수 있었다. 뭐 괜찮다. 곧 많이 걸어다닐 꺼니까.



인천-도하 QR 859편 기내식


도하-아테네 QR 203편 기내식



마드리드-도하 QR 152편 기내식


도하-인천 QR 858편 기내식


인천-도하, 도하-아테네, 마드리드-도하, 도하-인천 모든 구간에서 사육당하는 기분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나는 입맛에 안 맞는 기내식이 없었던 덕분에 아주아주 잘 먹으면서 이동을 했다. 탑승한 항공기들도 전부 새것이라 쾌적하고 편안하게 잘 이용했고, 승무원들도 매우 친절한 편이었다. 볼만한 영상들도 꽤 있어서 긴 비행 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최근 카타르 항공을 비롯한 중동 항공사들이 점점 취항지를 늘려가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여행 수요도 늘어가고, 거기다 자금력도 풍부해서 그런 거겠지 싶다. 취항지가 많아지면 중동 항공사를 이용할 기회가 더 많아질 수도 있을 법하다. 계속 지금처럼 만족스러운 비행 경험을 선사해주면 좋겠다. 지극히 내돈 내산 탑승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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