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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Oct 31. 2024

공원 안 도서관, 그 위에 미술관

포르투갈 포르투 시립미술관

 어떤 도시를 여행할 때 여행자들에게 유명한, 그래서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 모였다가 떠나는 장소들이 있다. '포르투'에서는 동루이스 다리를 중심으로, 도루강을 사이에 둔 히베리아 지역과  와이너리 밀집 지역인 가이아 일대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여행자들에 유명세는 좀 덜하지만, 그래도 알음알음 이름이 알려진 명소들도 많다. 전망이 특히 아름답고 좋기로 유명한 '수정궁 정원(Jardins do Palácio de Cristal)'이 그러하다. 수정궁 정원에서 보는 도루강의 전경은 정말이지 아주 일품이라서, 포르투를 찾아오  관광객들이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한 번쯤 찾게 되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사실 전망대뿐만 아니라, 좀더 시간을 할애하여 찾아가 봐도 좋을 만한 보석같은 장소도 있다.


 나는 예전부터 이곳을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수정궁 정원에 가면 일단 맑은 공기를 마시며 느긋하게 공원을 산책하고, 또 햇살이나 바람을 느끼고 도루강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멍을 때리기도 한다. 공작새를 비롯한 동물들이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벤치에 앉아 바라보며 쉬기도 한다. 언젠가 한 번은 그냥 산책 겸 찾아갔는데 마침 우연히 여기 정원에서 책 축제(도서박람회)가 열린 적이 있어서, 즐겁고 또 신기한 기분으로 축제를 즐기기도 했다.(영어로 된 책도 많았고, 심지어 한국 작가의 책도 있었다.) 가장 최근에 수정궁 정원에 갔을 때는 또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곳은 바로 공립 도서관과 미술관이었다.

 

 도서관의 경우엔 포르투갈어를 읽을 수 없으니 책을 보진 못했고, 대신 미술관을 둘러보기로 했다. 명칭 '포르투시립미술관(Galeria Municipal do Porto)'인 것으로 보아, 아마도 포르투 시 당국(좀 더 정확히는 포르투 현)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인 듯하다. 미술관에 들어서니 탁 트인 공간이 우리를 맞아주며, <Norte Silvestre Agreste>라는 표제로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이베리아 반도 북서부의 문화적 뿌리와 전통예술을 소개하고, 지금 시대의 포르투를 넘어 과거에 대한 참고자료와 이야기, 키워드가 되는 단어들 사이를 연결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이곳의 역사성과 문화적 특성을 보여주는 전시였다.  



 전시관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1층에는 그림을 비롯한 다양한 시각예술 작품들이, 2층에는 뉴미디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작품들과는 확실히 다른 색감과 형태가 한눈에 두드러져서, '역시 문화별로 각기 다른 특성이 나타나는구나.'하는 생각이 새삼 들게 되었다. 그리고 틀에 박힌 방식으로 벽에 작품만 걸어 놓는 전시가 아니라,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각각의 표현방식에 대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전시 공간도 넓고 층고도 높아서 그냥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쾌적함을 느낄 수 있었다.


 미술관 지하에는 도서관과 함께 간단하게 음식과 음료를 먹고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있고, 깔끔하게 관리되는 무료 개방 화장실도 있다. 꽤 넓은 공원을 한참 돌아봐서 피곤하거나, 또는 미술관을 둘러보다가 피곤해지면 쉬어가도 좋을 것 같았다. 수정궁 정원에 가서 도루강의 가슴이 탁 트이는 풍경도 보고, 멋진 예술 작품도 보고 오는 알찬 하루, 이런 게 또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 포르투 시립미술관(Galeria Municipal do Porto)

Jardins do Palácio de Cristal, R. de Dom Manuel II, 4050-346 Porto, 포르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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