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심야식당>을 보고
동일한 플롯이 반복되는 한국의 지상파 티브이 드라마에 지친 대중들에게는 일본 드라마 특유의 정서가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분위기뿐만 아니라 비교적 짧은 편당 시간이라든가, 소박한 음식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내러티브와 같은 형식도 낯설 것이고 말이다.
우선 눈에 띄는 점은 미쟝센에 신경을 쓴 티가 나기는 하지만,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서울이라는 도시가 다른 어느 도시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밤이 밝은 도시라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심야식당’이라는 공간을 통해 전해져야 할 아늑함이라든가 약간은 비밀스러운 은신처와 같은 느낌은 한국판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었다. PPL은 노골적이어서 천박한데다가, 새것이 분명한 그릇과 소품들은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차라리 출입구 유리문에 ‘신장개업’이라도 써 붙이면 좀 나아지려나?
또한 한국판 마스터의 제스쳐와 포즈는 이미 일본판드라마의 그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데 그치고 마는 점이 눈에 띈다. 반면 심야식당의 정체성을 집약시킨 인물로서의 ‘마스터’의 이미지를 구체화시키는 데 있어서는 한국판 <심야식당>의 1, 2화는 철저하게 실패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일본드라마 <심야식당>의 ‘문어비엔나’편에서는 마스터(고바야시 카오루)의 캐릭터를 결정하는 몇 가지 중요한 소품과 컨셉이 있다. ‘칼’과 ‘담배’, 그리고 ‘마스터가 직접 요리한다’는 것이다.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난 료(마츠시게 유타카) 일행이 식당에서 난동을 피울 조짐을 보이자, 주방에서 마스터가 가만히 손 뒤로 칼을 숨겨들고 바깥쪽을 내다보는 장면은 도드라지는 눈의 칼자국 흉터와 결합되어 시청자로 하여금 마스터가 결코 평탄치만은 않은 과거를 지닌 인물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후에도 계속 나타나는 담배를 피우는 마스터의 정적인 모습 역시 캐릭터를 형성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한국의 이상한 심의 및 검열 때문에 ‘칼’과 ‘담배’를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었겠지만, 최소한 그에 대응하는 무엇인가를 고민했어야 했던 건 아닐까?
더군다나 한국판 <심야식당> 마스터의 그 현란한(?) 요리솜씨는 차라리 공포에 가깝다. 일본판의 경우 푸드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수없이 연습을 한 뒤에 직접 조리하는 방식으로 촬영에 임하는 반면, 한국판의 경우에는 차라리 ‘뒷집 아저씨가 오랜만에 음식을 만들어요.’ 수준에 가깝기 때문이다.
어색한데다, 심지어 지루하기까지 해.
물론 미스캐스팅이라고, 또는 실패한 드라마라고 지적하기에는 아직은 이른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일본의 원작과 결별하는 지점은 분명히 존재할 테고, 더군다나 앞으로 남아있는 이야기가 더 많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상태로는 결코 좋은 결과에 이르기는 힘들 것이라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 타이틀 사진출처: 디자인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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