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대학교(Monster University, 2013)>를 보고
이 에피소드는 <몬스터 주식회사(Monster, Inc., 2001)>의 프리퀄(Prequel)이다. 엄청난 노력파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안 무서운 마이크와 좋은 집안 출신에 힘도 세고 무섭기까지 하지만 타고난 신체적 조건에만 안주하는 설리라는 두 주인공을 비롯한 여러 인물, 아니 괴물들의 대학시절을 담고 있다.
우리도 대부분 학교 내지는 그에 준하는 훈육기관을 거쳤다는 점에는 별다른 이견은 없을 것이다. 아마 대부분 학교일 것이고 말이다. 뭐 아무튼 마이크는 와조스키라는 패밀리 네임이 암시하는 것처럼 유대인(또는 이방인)을 상징하는 기호로 볼 수 있다. 목소리를 맡은 빌리 크리스탈 역시 유대계 미국인이라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설리(제임스 P. 설리반)는 ‘설리반’이라는 명문가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전형적인 미국 백인을 상징한다. 비실비실하고 체구가 작은 이민자 출신과 알고 보니 모자란 덩치는 결국 함께 바보 취급을 받는 처지로 전락하고 만다.
그들이 바보 취급받고 왕따 당하는 것은 왜일까?
네가 최고라는 사실을 증명해봐.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라.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고? 저 말은 네가 도대체 어떤 쓸모가 있는지를 스스로 증명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바꿔 말하면, 그것을 증명하지 못한 나머지는 Loser(패배자)인 것이다. 마치 지금의 한국사회를 보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사실 그 다음에 있다. 학교에서 사고를 저지른 까닭에 쫓겨난 두 주인공을 학장인 하드스크래블이 찾아와서 신문 한 부를 이들에게 건네주고 날아간다. 이 두 명의 Loser들에게 그들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다른 길을 제시한 것이다.
어쩌면 이런 게 ‘미국식 신자유주의’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쟁에서 승리하는 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 하지만 패배자에게도 새롭게 경쟁을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두어야 한다. 그래서일까?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쟁은 일종의 진지하지만 ‘가벼운 게임’처럼 보인다.
반면 미국에서 신자유주의를 어설프게 갖다 쓰는 한국의 지배권력집단은 경쟁에서 도태된 자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보다는 경쟁을 통해 대중들을 길들이고, 더불어 대중들 사이에서 불안을 극대화시키는 데 더 관심이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한 마디로 한국의 신자유주의 경쟁은 ‘데스게임’에 가깝다는 것이다. 매 해 소식이 들리는 성적비관 자살을 떠올려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이 영화를 다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내 생각은 여기에 있다. 꼭 최고가 될 필요는 없잖아? 누군가가 미리 디자인해놓은 틀 안에서 허우적거릴 필요는 없는 것 아닐까? 설리가 마이크에게 했던 이 말처럼 말이다.
다른 놈들은 신경쓰지마, 그냥 가서 마이크 와조스키가 누군지 보여줘.
Don't worry about anyone else.Just go out there and show them what Mike Wazowski can do.
- 제임스 P. 설리반 -
- 타이틀 사진 출처 : 유튜브 몬스터대학교 3차 공식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