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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련사 미애쌤 Oct 02. 2021

강아지끼리 제발 인사하지 마세요.

당신이 모르는 펫티켓



제가 10여년간 유기견들 교육봉사에 함께하면서 정말 많은 강아지들을 교육해왔는데 참 많은게 변했어요. 애견에서 반려견으로 변하고, 물건이 아니라 생명으로 변하고있죠. 하지만 변하지않는것이 있습니다.

바로 펫티켓.

매일 저한텐 수십명의 유기견 임보, 입양자들 연락이와요.‘너무 힘들어요…’ ‘눈치가 보여요’ ‘강아지가 짖었어요.’ ‘물었어요..’

흥분도 높은 강아지를 반려하는 분들에겐 제가 항상 말씀드려요 산책가실땐 ‘강아지 교육중입니다’ 라고 미리 말하시라고, 그러면 지나가주실거라고, 하지만 현실은

아무리 상대에게 말씀드려도, 꼭 한마디씩 말걸고, ‘무슨교육중이에요?’ 부터 시작해서 ‘우리 강아지는 착한데 인사시켜봐요’ ‘아이고 사납네’ 누구도 그냥 지나가주지않아요.

어떤 임보자님들은 울면서 따라오지말아달라고 부탁드리기도합니다. 화내면서 싸우기도하구요. 매일매일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십니다.

사실 이분들이 이렇게 키운거 아닌데도 말이죠.

버린사람 대신 매일매일 사과를 하세요.

누군가가 마음까지 망쳐놓은 강아지들을 임보 입양을 한다는게 보통 힘든일이 아니에요. 오해도 많이받고, 사고도 많고, 그리고 우리나라는 교육하기에 환경도 안좋아요.

그래서 임보 포기하는 임보자님들이 밉지않아요. 너무 공감가거든요. 그럼에도 포기하지않고 누군가에게 버려진아이 꼭 입양보내시겠다고, 혹은 본인이 입양하기도 하셔요.

그 중엔 운이 좋게 트라우마가 크지않은 친구가있고 아주 큰 트라우마로 심각한 사회성 문제를 가져서 오랫동안 입양이 미뤄지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 긴 시간동안 교육을 시킨다는건 정말 힘들어요. 절대로 순탄하지않거든요. 하나하나 블록 쌓기를 하듯이 쌓아가야하는데, 나만 잘한다고해서 완성할수는 없습니다.

저희 PDT 훈련사님들은 훈련사가 되기전엔 저에게 코칭을 받던 임보, 입양자님들이세요. 그러다가 본인들도 유기견에게, 임보 입양자님들에게 또 반려견을 사랑하는 많은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싶다고 이 바쁜 세상에서 생계 시간을 쪼개서 공부하시고 자격증도 따고, 매일매일 상담, 교육을 진행하십니다.

임보자들에게 새벽에도 연락오고, 매일 수업내용 짜서 영상통화로 레슨진행하고, 다들 각자 생업이있음에도 봉사로 그렇게 해오고계셔요.

우리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얼마나 힘든지 잘 알기때문에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으로서 마음의 짐을 함께 나누려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모르는 강아지를 인사시키는게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보호자가 많으세요.

사람아이를 키울때에도 함께 산책하다가 어 ! 13살 너랑 동갑이다 친구야~ 인사해! 하면서 지나치는 모든 아이를 다 인사시키면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되나요?

하지만 사람이 강아지를 키우면 모든 사람, 모든 강아지와 인사를 시키려고 강요해요. 넌 강아지 만나면 꼭 인사를 해야하는 강아지라고 주입시키죠.

그렇게 키우면 인사안할때 엄청 괴로워하는 강아지가 되어버립니다. 그런 친구들은 대체적으로 다가올때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직선으로 다가갑니다. 정말 안좋죠.

사람도 동물에게도 적정거리라는게 있습니다. 길가다가 모르는 사람이 아는척하면서 가까이 다가오는건 저도 싫어요, 사람이 싫어하면 모두 이해해주지만 강아지가 그러면 이해해주지않습니다. 그 거리가 동물에게도 있다는걸 인정해주지않아요. 지구에서는 사람에게만 언제나 권리가 있습니다.


선진화 된 나라의 펫티켓은 ‘모르는 강아지와 인사하지않기’ 입니다. 그래서 훈련하고 연습하는 방식부터 달라요. 우리나라는 리드줄 끌고와서 ‘인사해 인사해’ 하면서 쭈욱 상대 강아지한테 가는것만 가르치는 반면에,

선진화 된 나라에서는 강아지를 보면 지나쳐가기, 기다려서 앉아있기, 인사하지않기를 우선적으로 가르칩니다.

‘교육중이에요’ 말하지 않아도 모르는 강아지는 서로 지나치면서 차분하게 함께 공존하는 나라가 되려면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할까요?

임보자님 입양자님 보호자님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아이들이 믿어주면 우리 모두가 함께 도와주겠다는 약속 지켜주셔서 감사해요.

저희팀 PDT가 완벽할수는 없어도 앞으로 더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고 공부하고 발전해나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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