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알았더라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산책하는 삶..
코로나 후유증으로 묶여있던 내가 자유해지면서 주로 하고 있는 일들인데 이런 삶을 살고 있는 요즘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
코로나가 한참일 때는 외출도 자유롭게 하지 못하고, 하늘길이 막혀 귀국하지 못하는 남편과 6개월 이상 떨어져 지내며 4남매와 집에서 투닥거리며 지냈다.
결국 나의 몸과 마음이 무너지며 산후우울증을 앓기도 했는데 그때 만약 ‘책 읽고 글 쓰고 산책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아이들 등원, 등교시키고 나에게 주어진 오전 짧은 시간 동안 집안일 이후에 주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충전한다.
4,5교시하고 일찍 끝나는 딸과 나머지 아이들이 오기 전까지 어디든 간다.
놀이터도 가고 공원에 가서 걷기도 하고 도서관도 가고 카페도 다니고 있다.
지금을 살아간다는 건 매일 주어진 하루를 감사하며 즐기며 살아가는 것 같다.
먼 미래에 ‘~해야지’라는 다짐보다 ‘오늘 ~해야지’ 하며 즉각 행동으로 옮긴다.
아이들이 어리고 출산 후 아직 몸이 온전치 못하다며 하고 싶었던 등산을 못 했는데 그러다 보니 결혼하고 9년이 되도록 등산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올해부터는 버킷리스트에 하나로 써둔 '매월 등산하기'를 큰 아이들과 나지막한 산에 다녀오는 것으로 하고 있다.
오르막, 내리막길 걷다 보면 인생 또한 굴곡도 있고 평지도 있지만 내가 어디에 있든 그 시간을 누리고 호흡도 가다듬으며 휴식도 갖고 땀나도록 즐기며 살아가는 것이 지금을 사는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책 속으로 들어가 여행하는 기분이다.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되어 상황 속에 깊이 빠져들어 함께 느끼며 행동한다.
사회적으로 봤을 때 그렇다 할 성과를 낸 삶이 아니고 어려서 공부를 등한시한 나인지라 주로 자기 계발서를 읽고 있는데 읽을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렌다.
저자처럼 뭔가 이뤄낼 수 있을 것 같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차오른다.
책에서 많은 것을 얻으려 하기보다는 한 가지만 실행에 옮겨보려 한다.
행동한 일들을 글로 풀어가며 생각들을 정리한다.
글을 쓸 때 책에서 배운 내용들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적다 보면 성취감을 느끼고 스스로를 칭찬하며 세워주게 된다.
글을 쓰며 내 안에 있는 진짜 나와 만나게 되었다.
어릴 때 받은 상처들 속에 자라지 못한 마음과 생각들을 마주하며 위로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
누구에게 힘들다는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인지라 글을 쓰며 ‘위로하는 글쓰기, 치유하는 글쓰기’를 경험하게 되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힘들어하는 ‘단 한 사람에게만이라도 위로가 된다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넋두리 글쓰기를 SNS에서 했다.
일기장에 쓰는 글쓰기도 하는데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글쓰기를 할 때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글을 쓰게 된다.
솔직하지 못하게 쓸 때도 있고 약간 MSG를 첨가할 때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글을 쓰며 매일 어제보다 조금씩 성장하고 나를 보듬어주고 있음에 감사하다.
최근에는 감사일기를 꾸준히 쓰고 있는데 하루를 돌아보며 감사할 일들을 찾다 보면 너무 많아서 쓰다가 취침시간을 넘길 때도 있다.
감사한 것을 적다 보니 남과의 비교는 줄어가고 매일 주어진 삶이 소중하고 기쁨 넘치는 삶을 살게 되었다.
4남매 양육하며 가정보육을 길게 해야 하는 순간들도 온다.
독감, 코로나, 수족구 등 유행병 감염될까봐 긴장을 하지만 내 영역이 아닌지라 두려운 마음은 내려놓는다.
누구라도 한 번 걸리면 아이가 많다 보니 아이들끼리 옮고 옮기고 하는 일들이 많아 가정보육 기간이 길어진다.
아이들이 아픈 것도 마음이 아프지만 하루 종일 아이들 케어하다 보면 나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없는 게 더 힘들 때도 있다.
이기적이라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잠깐이라도 나가서 자연을 감상하면 숨통도 트이고 마음도 맑아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아이들과 잠깐 떨어져 있는 시간 애틋해지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산책하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마음에 새긴다.
몸을 움직일 때 확실히 마음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평범한 생활이 가능할 때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 것임을 또 한 번 깨닫게 된다.
이 좋은 것을 코로나로 아이들을 몇 개월동안 가정보육할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어 감사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산책하는 삶’이라고 하면 왠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시간 많을 때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흔인 내가 이런 삶을 살고 있다니 어색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바쁜 현대인뿐만 아니라 누구나 책 읽고 글 쓰고 산책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 같다.
오늘도 책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고 글을 쓰며 마음을 만져주고 산책하며 자연이 주는 힘으로 나를 채운다면 더 밝은 내일이 펼쳐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