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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mize Impact May 24. 2020

단식이란 거, 저도 해봤습니다만

단식이란 거, 저도 해봤습니다만

코로나19로 세상의 판도가 이렇게 바뀔지 몰랐던 2020년의 첫날(1월 1일) 난생처음으로 단식이란 것에 도전했습니다.


정확히 말해, 효소단식으로 2주간.

첫 3일 ‘절식’은 밥과 미음, 약간의 죽염을 먹으며, 먹는 양을 점점 줄이고

그다음 5일 '완전 단식', 마그밀이라는 장을 비우는 약제와 효소(산야초 등을 3년 이상 발효시킨 효소액)를 아주 묽게 탄 물만 먹고

마지막 7일 '보식'은 미음부터 시작해 점차 먹는 양을 늘리다가, 나중에는 거의 일반식에 가까운 음식을 먹음


이때 시작한 단식 후기를 왜 지금에서야 올리느냐고 하실 수 있는데, 저는 아토피라는 질환을 가지고 있는 특성상, 단식 이후, 독소가 몸에서 빠져나가고 몸의 상태가 점차 회복, 안정되기까지의 시일이 남들보다 많이 걸린 편이었지요. 그래서 최대한 내 몸이 회복된 상태에서 이 경험을 나누고 싶었어요(는 건 핑계고 게으름도 한몫?).


단식의 적수, 명현반응(아니면 부작용?)

단식에서 얻은 명현현상(장미색 비강진이라는 전신발진)이 없어지는데, 근 3개월이 걸렸고, 지금은 조금 안정기를 되찾은 지 2개월이 지나가는 시점입니다. 다시 몸이 온 상태로 회복되고, 회복된 상태에서 한층 더 좋아지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지요.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길게 명현현상을 겪는 건 아니에요, 어떤 사람은 명현 없이 아예 지나가거나

일주일 정도 걸리거나, 어떤 이는 한 두 달, 또는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죠.


명현으로 발현되는 증상도 개개인마다 모두 다르고(저는 간과 신장이 약한 편인데, 이 두 장기가 약하면 가려움/부종/발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하네요. 실제 단식 기간에도 이런 증상이 나타났고요), 명현을 겪는 시기도 다들 다릅니다. 대부분 내가 앓은 지병이나 불편한 곳의 정도와 또 아팠던 시기에 따라 명현도 그만큼 독해질 수도, 그냥 지나갈 수도, 길게 가거나 또는 짧게 갈 수도 있다는 사실! (병이 깊거나, 오래 앓았을수록 명현이 독하게 그리고 오래 겪는다고 하지요)


사실 내가 앓은 3개월의 명현현상이, 진짜 치유되기 위한 과정(Healing Crisis)인지, 아니면 그저 부작용(Side Effect)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단지, 이 과정이 지나가는 동안 아래와 같은 몸 회복하는 습관을 꾸준히 실천했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고, 피부가 굉장히 많이 호전된 상태입니다. 근 몇 년간, 며칠/몇 주 단위로 반복되던 아토피의 고리도 어느 정도 완화되어 약 없이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지내고 있답니다.


사실 '단식'이라는 건, 그 순간일 뿐이고 가장 중요한 건 단식 이후 몸을 어떻게 관리해주느냐인 것 같아요. 아무리 '단식'을 빡쎄게? 했어도, 그 뒤부터 식습관, 잠자는 습관 등이 엉망이면 단식을 하나마나 별 차이가 없거나, 되려 몸이 안 좋아질 수 있거든요. '단식'을 하는 동안, 몸을 비워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때를 계기로 평소 나쁜 습관들을 비워내고, 모든 걸 새로 출발한다는 마음으로 습관을 교정해내는 것이 '단식'의 효과를 증대시키는 중요 요인이 아닐까 합니다.


단식 8일째되던 날, 창밖으로 눈 마주친 너구리... 나보다 더 마른 너구리, 너도 단식했니??!


단식 이후, 현재까지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나의 습관

운동: 등산(작년 9월 북한산 근처로 이사한 효과 톡톡히 보는 중이에요. 산이 정말 가깝거든요. 단식 이후 3개월 동안은 거의 매일/요새는 바빠져서 일주일에 1~3회), 요가(아침저녁 10분씩), 하루 만보 이상 걷기(적어도 팔천보 이상), 해 많이 쐬기(햇빛 알레르기가 없으시다면, 하루에 해를 적어도 1시간 이상 강하게 쬐는 것을 추천드려요! 저는 해를 쬐면서, 단식 기간 동안 낫던 발진이 많이 가라앉았어요)

수면 훈련: 하루 8시간 꼭 자기, 12시 전에 꼭 자기(아무리 늦어도 11시 30분에는 잠들기)

식습관 개선: 하루 1끼는 꼭 생채식(특히 아침은 간단한 채소/과일)), 저녁 7시 이후에 먹지 않기, 거의 절주에 가까운 생활(단식 이후 4개월 동안은 절주, 지금은 조금씩 마시는 중이지만 많이 마시지는 않아요)

마사지: 전신 림프 마사지(아침/저녁으로 림프가 모이는 곳에 림프 마사지! 이거 효과 진짜 좋습니다)

영양개선: 오메가 3, 비타민 C/E(비타민C는 메가도스(고용량 복용)하고 있어요), 어성초 가루, 어류 콜라겐

스트레스 조절: 나의 질병(아토피)에 대해 의식적으로 망각하기(여기에 대해 할 말이 많은데, 다른 글로 따로 업로드하겠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먹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조금 내려놓고, 아토피에 대한 정보를 너무 과도하게 찾아보지 않는 것 등입니다. 한마디로 내가 가진 질병에 내 정신을 지배당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렇게 하루 한 끼는 꼭 생채식. 몸에 살아있는 음식을 넣는다는 것의 중요성을 단식을 통해 알게 됐다


단식, 그 어려운 걸 어떻게 도전했냐고요?

저도 사실 결심하는데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더라죠...

서울시 은평구에서 전환마을*운동을 하는 지인분이 매년 한 해가 끝날 때마다 새해 단식을 결심한 분들을 모으고, 단식 설명회 이후, 단식을 원하는 분들을 그룹 카톡으로 초대해 서로 경과를 지켜봐 주고 정보를 교환하는 활동을 하시는데요. 매번 눈팅만 하고 있다, 2019년에 단식에 참여할 기회를 놓치고 기회를 벼르고 있었죠. 이때 기회를 놓치고 나서 1년을 후회했던 터라, 2020년에 도전하는 게 어려운 결심은 아니었답니다.


왜 단식을 하려고 했어요?

앞서 말했다시피, 저는 날 때부터 아토피안이었고, 몇 해전 새집증후군으로 피부 상태가 너무 악화됐었어요.

몸이 망가지는 건 한순간이라도 회복되는 데는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더라고요.

아무리 노력(작년 8체질을 하며 페스코 채식을 1년 간, 그리고 북한산 근처로 이사까지)해도 몸의 상태가 드라마틱하게 나아지지는 않았어요. 뭔가 몸이 호전되는 것 같으면서도 다시 심해지고의 반복. 어딘가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이 지긋지긋한 고리를 어떻게든 끊어보려고 단식을 결심하게 됐어요. 그리고 아토피 때문이 아니라도, 내 몸에 쌓여있던 독소를 비워내고 싶었습니다. 흔히들 단식을 하면 줄기세포가 깨어나 면역체계를 새롭게 바꿔주고, 손상된 세포가 제거된다고 하지요. 몸을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단식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단식하기 전에 주의해야 할 게 있을까요?

첫 단식이라, 전문가처럼 이야기해줄 수는 없지만 제 경험을 공유해드리자면 ‘단식’을 한다고 해서, 내 질병이나 평소 몸과 관련한 문제가 티끌도 없이 싹~ 없어질 거라 김칫국부터 마시고 시작하면 안 돼요. 이건 정말 새겨들으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단식 기간 동안 멘탈이 쉽게 무너지거든요. 특히나, 단식 그룹채팅을 하면서 느끼는 건데, 다른 명현현상(두통이 있다거나 등)은 일주일 내에는 점차 사라지는 반면,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특히 오랫동안 피부질환을 앓은 분이라면)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저 포함 몇몇 분들의 특징이었어요. 특히나 피부질환은 눈에 더 드러나기 때문에, 확연히 좋고 나빠짐의 경과를 알 수 있거든요. 인터넷 등을 찾아보면 ‘단식의 효능’이란  말처럼(온갖 음식점에 붙어있는 효능 타령) 온갖 칭송을 마지않는 글들, ‘단식’이 만병통치약처럼 다뤄지는 경험담들이 많은데요. 분명 ‘단식’은 효과가 있지만, 급한 마음으로 시도했다가 몸이 생각보다 빨리 호전되지 않았을 때 오는 ‘마음의 조급함’은 오히려 몸과 마음의 독이 되기 일쑤예요.  


단식으로 얻는 효과와 효과가 나타나는 시기는 사람마다 모두 다를 수 있으니, 인터넷으로 떠들어대는 너무 좋은 사례들만 믿고 단식을 시도하셨다가 생각보다 빠르게 호전이 되지 않을 때, 멘탈 관리는 정말 정말 정말 힘드니(아니면 분노와 원망만 남습니다)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고 시작하시기 바라요. 저의 경우는 완전 단식 때 몸이 호전되다가 ‘보식(완전 단식 후, 음식을 조금씩 먹는 기간)’을 시작하면서 다시 상태가 굉장히 심해졌었는데요. 아직도 그 원인은 잘 모르겠지만, 이때 정말 멘탈이 심하게 무너졌었어요. 그래도 꾸준히 회복을 위한 생활습관을 교정해 나갔고 그 덕을 지금 톡톡히 보는 중이에요.


그리고 중요한 건, 더더구나 처음 단식을 하시는 분이라면 꼭 단식 지도사나 단식에 오랜 경험이 있는 분과 함께 하시는 건 거의 필수!


사실 많은 사람이 살면서 의식적으로 2~3일 이상을 굶어본 경험이 없을 텐데요, 매번 영양이 공급되다 몸에 음식이 들어오지 않으면 몸은 비상상태가 되어 엄청나게 많은 변화가 일어나요(단지 배고픈 걸 떠나서).

그런 변화에 의연하게 대처하고, 이게 진짜 좋은 변화인지 아니면 나쁜 변화인지 알아차리려면, 단식에 오랜 경험을 가진 분과 함께 하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중요합니다.


요새는 굳이 단식원 들어가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조금만 찾아보시면 단체톡에서 단식 유경험자들과 함께 단식을 하는 비대면 모임이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그럼 아래는 절식부터 보식까지 단식 과정 중에 겪은 몸의 변화를 관찰한 일기 공유할게요.

아래 식단을 기본으로 하되, 물은 매일같이 2리터씩 그리고 마그밀(숙변을 제거하고, 배고픔을 어느 정도 잊게 하는 제재로 약국에서 쉽게 구입 가능)을 적절히 섭취해주었어요. 많은 양의 수분 섭취와 숙변제거는 단식의 핵심이라고 하죠.


**들어가기 전: 단식에 들어가기 전, 평소 하지 않던 쑥뜸을 몸에 떴다가 발진이 심하게 올라온 상태에서 단식을 시작하게 되었어요(쑥뜸이 제게 맞지 않았던 듯해요. 평소에 안 하던 걸, 조금한 마음에 급하게 하니 더 탈이 났던 것 같아요). 해당 상황을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1월 1일  (단식 1일 차/절식 1일 차)

- 아침: 밥(5/4 공기), 맑은 된장국, 물김치

- 점심: 밥(4/3 공기), 맑은 된장국, 물김치

- 저녁: 밥(5/2 공기), 맑은 된장국, 물김치

오전에 산행 후, 풍욕 30분 몸이 개운해진 느낌

가슴, 쇄골 주변 가슴팍, 날개뻐, 어깨, 목 하단의 발진이 심함


1월 2일 (단식 2일 차/절식 2일 차)

- 아침: 죽(5/4), 맑은 된장국, 물김치, 공복에 효소 1잔

- 점심: 죽(5/3), 맑은 된장국, 물김치

- 저녁: 죽(5/3), 맑은 된장국, 물김치

새벽 네 시경, 공복감에 효소 1잔. 얼굴, 목, 쇄골 주변 가슴팍에 발진이 심하게 올라왔지만 소양증은 상대적으로 덜함. 배와 등에 좁쌀 같은 발진들이 올라오기 시작.

회사동료들이 중국집 시켜먹을 때, 이런 도시락을 먹는 기분이란


1월 3일 (단식 3일 차/절식 3일 차 저는 개인적으로 절식 3일 차가 정말 힘들었어요)

- 아침: 묽은 죽(5/3), 물김치 국물

- 점심: 미음(5/3), 물김치 국물

-저녁: 미음(5/2), 물김치 국물

(자기 전에 구충제 복용. 완전 단식에 들어가기 전에 구충제를 복용하는 게 중요한데요. 몸속에 사는 기생충들이 먹을 것이 없어, 내장을 파먹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단식 들어가기 전에 기생충들을 박멸시키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1월 4일(단식 4일 차/완전 단식 1일 차)

- 지난 3일 간, 새벽 1~2시간 피부 증상이 가장 심했고(발진, 각질, 소양증 등), 새벽 4~5시경 가장 완화. 새벽, 코 안 쪽에 무엇이 포도알처럼 톡톡톡 터지는 느낌이 들면서, 코가 뻥 뚫렸고 코로 숨 쉬는 통로가 더 원활해진 느낌이 듦

- 아침 기상 시, 어지러움증이 너무 심해 일어날 수가 없었음. 귀에 이명이 들리고, 손끝이 찌릿찌릿 전기가 통하는 느낌. 거의 기어가다시피 창문을 열고, 물과 소금을 조금 먹으니 정신이 돌아옴

- 지난 3일 간, 발진이 심했던 곳이 각질화되면서 완화

- 아침: 마그밀 3알, 쑥 효소물 1잔

- 점심: 마그밀 3알, 산야초 효소물 1잔

- 저녁: 마그밀 3알, 산야초 효소물 1잔

- 단식 시작 후, 새벽마다 소양증이 굉장히 심했는데, 소양증이 몰려오는 빈도가 줄어들고 있음


 1월 5일(단식 5일 차/완전 단식 2일 차)

- 밤새 가려움증이 전혀 없었음

- 아침: 마그밀 3알, 산야초 효소물 1잔

- 점심: 마그밀 3알, 산야초 효소물 1잔

- 저녁: 마그밀 3알, 산야초 효소물 1잔

- 기분이 매우 좋고, 개운함. 피부가 몹시 건조한 채로 깼는데, 발진 부위가 각질화되어 호전반응

- 태선화 되어 검던 피부 병변이 옅어짐

- 눈이 굉장히 맑고, 모든 것이 선명해 보임

- 잘 때, 누워있으면 몸의 신진대사가 모두 느껴짐. 장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몸의 에너지가 어디서 어디로 흐르는지 등 몸의 흐름이 명민하게 느껴짐(완전 단식 들어가고 며칠간, 새벽녘마다 이런 느낌이 지속)


1월 6일(단식 6일 차/완전 단식 3일 차)

- 풍욕을 하고 잠들었는데, 그제 저녁과 다르게 새벽녘 소양증이 조금 올라옴

- 아침: 마그밀 3알, 산야초 효소물 1잔

- 점심: 마그밀 3알, 산야초 효소물 1잔

- 저녁: 마그밀 3알, 산야초 효소물 1잔

- 오전 바이올린 연습을 하러 가는 길에 버스 앞에 앉은 여성분의 화장품 냄새가 무척 강하게 느껴짐(단식을 하면 후각도 예민해져요)

- 목과 가슴 쪽 발진 및 열감이 굉장히 심해짐. 생각보다 호전반응이 느려,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


1월 7일(단식 7일 차/완전 단식 4일 차)

- 아침: 마그밀 3알, 산야초 효소물 1잔

- 점심: 마그밀 3알, 산야초 효소물 1잔

- 저녁: 마그밀 3알, 산야초 효소물 1잔

- 빨리 치유되지 않는 것에 대한 조급증이 굉장히 심해졌었는데, 단식 지도해주시는 분이 단식 초기에 공유해준 파일에 '내 몸의 치유력을 믿고 기다리라'는 문구를 읽고 다시 마음을 잡음

- 저녁에 오한이 서렸는데, 보일러를 조금 올려주고 따뜻하게 몸을 보하니 괜찮아짐(단식을 시작하면, 몸이 굉장히 추워집니다! 탄수화물을 갑자기 끊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네요)

- 책을 읽는데 활자가 쏙쏙 머릿속에 들어옴


1월 8일(단식 8일 차/완전 단식 5일 차)

- 아침: 마그밀 3알, 산야초 효소물 1잔

- 점심: 마그밀 3알, 산야초 효소물 1잔

- 저녁: 마그밀 3알, 산야초 효소물 1잔

- 일어날 때, 눈이 조금 부은 채로 일어났고 다른 날보다 덜 개운한 상태로 깸

- 등산을 가는데, 평소 걷는 버릇과 속도대로 걸었는데 기력이 없는 탓인지 그 속도가 버겁게 느껴짐, 최대한 천천히 걸음

- 온몸이 너무 건조해서 조금만 건드려도 각질이 탈각


1월 9일(단식 9일 차/보식 1일 차)

- 아침: 미음(5/2)

- 점심: 미음(5/3)

- 저녁: 미음(5/4)

- 단식 기간 내, 보습을 할 수가 없어 피부가 심하게 건조해짐(단식을 하면, 피부가 모든 것을 쉽게 흡수하기 때문에 되도록 로션 등의 제품을 바르지 말라고 합니다)


1월 10일(단식 10일 차/보식 2일 차)

- 완전 단식 기간에는 없던 소양증이 다시 스멀스멀 나타나기 시작

- 지난 새벽, 허기 때문에 잠을 들 수 없어, 따뜻한 물에 된장을 조금 풀어 먹었는데 된장국이 온몸 곳곳에 퍼지는 느낌이 명민하게 느껴짐. 음식이 이렇게 피와 살이 되는구나, 아무거나 함부로 먹으면 안 되겠구나 느낀 순간

-아침: 미음(2/1), 건더기 없는 물김치, 건더기 없는 된장국 조금, 양배추즙

-점심: 묽은 죽(2/1), 건더기 있는 물김치, 건더기 있는 된장국, 양배추즙

-저녁: 묽은 죽(5/3), 건더기 있는 물김치, 건더기 있는 된장국, 양배추즙

-한의원에 갔더니, 얼굴이 너무 붉은 편이라며 상열감을 떨어뜨리는 침을 놓아줌


1월 12일(단식 12일 차/보식 4일 차) **11일 기록이 없네요!

- 아침: 굴죽, 건더기 있는 물김치, 건더기 있는 된장국, 양배추즙

- 점심; 굴죽, 건더기 있는 물김치, 건더기 있는 된장국, 삶은 양배추, 삶은 고구마

- 점심: 굴죽, 건더기 있는 물김치, 건더기 있는 된장국, 삶은 양배추, 삶은 고구마

- 건조증이 계속 심한 상태이나, 피부 상태는 많이 호전


1월 13일(단식 13일 차/보식 5일 차)

- 아침: 굴죽(1/2), 두부 반모 구운 것, 다섯 가지 채소, 감

- 점심: 굴죽 한 공기, 두부 반모 구운 것, 다섯 가지 채소, 된장국, 씻은 김치

- 점심 양을 많이 먹어, 저녁 건너뜀

- 점심때, 상열감을 내리는 침을 맞음. 침을 맞는 동안 약간 오한이 서림.


1월 14일(단식 14일 차/보식 6일 차)

- 피곤하고, 얼굴이 약간 부은 채로 일어남

- 귀 양쪽에서 열이 나고, 오른쪽 귀 안쪽에 염증이 났는지 붓고 아픔(그 전날, 면봉으로 귀를 닦았는데 그게 염증이 도진 듯)

- 자는 동안, 목과 턱 아래 부분에서 지속적으로 진물이 땀처럼 흐름, 밤새 소양증이 심해서 새벽 1~2시 사이 계속 긁었음(단식 이후, 소양증이 이렇게 심한 것은 처음)

-아침: 굴죽(5/3), 된장국, 다섯 가지 채소(감, 고구마, 치커리, 배추, 양상추), 감식초, 프리바이오틱스/프로바이오틱스 섭취

-점심: 굴죽 한 공기, 조기 한 마리, 다섯 가지 채소(감, 딸기, 배추, 양상추, 깻잎)

-저녁: 딸기 몇 알, 감 한 개, 따뜻한 물


1월 15일(단식 15일 차/보식 7일 차)

- 소양증이 심해 잠을 잘 못 잠

- 아침: 굶음, 프리바이오틱스/프로바이오틱스 (나중에 알았는데, 이 두 유산균제제를 먹으면 몸에 좋지 않은 반응이 온다는 걸 알았어요! 드문 케이스지만 유산균에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네요)

- 점심: 콥 샐러드(아보카도, 달걀 등), 자몽주스

- 저녁: 호박죽, 물김치


단식을 하고 나서

1월 중순 근 2주간의 단식을 마치고, 한동안 몸이 약해져 있었어요.

순식간에 살이 많이 빠져, 평소 입던 바지가 펄럭거릴 정도였고, 팔, 몸통, 다리에는 장미색 비강진 일명 ‘피부 감기’라 불리는 발진이 돋아나고(원래 없던 부위까지 발진이 번졌지요) 극단적으로 보습을 제한 덕분에(단식 때, 로션 등을 바르지 않음) 피부 장벽이 많이 망가져 장벽을 회복하는데도 오랜 시일이 걸렸지요. 첫 단식이라 지금 나타나는 증상이나, 지도해주시는 분에게 들은 정보를 내 몸의 상태와 관계없이 그대로 따르는 게 맞는지 참 헷갈렸어요.


단식의 말미에는 오히려 심해진 몸 상태를 보며, 내가 대체 단식을 왜 한 걸까 스스로에 대한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어떤 이는 회복이 될 때까지 두어 달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상기시키며, 앞서 말한 운동, 식생활 관리, 림프 마사지, 수면 훈련 등을 지속적으로 실천했지요. 몸은 점차 회복되기 시작하여 3말 월 말부터는 호전세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긴 여정이었죠.


이렇게까지 호전이 느렸고, 고생을 했는데 다음에 또 단식을 하고 싶냐고요?

네, 앞으로 일 년에 한 번씩은 단식하는 기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이번에는 처음이라 서투른 것도 있었고, 첫 단식이라 몸의 반응이 더 지나치게 나타난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어느 정도 요령을 부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뿐만 아니라, 단식 기간 동안 정신에서 느껴지는 변화 등 (몸의 신진대사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감각, 집중력 향상과 마음 정리, 후각/시각/청각의 깨어남 등)이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왔고, 매년 이런 휴식을 몸과 마음에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참. 단식 이후, 바로 나타난 드라마틱한 변화가 하나 있다면, 손가락에 있던 커다란 사마귀가 사이즈가 줄어들더니 떨어져 나갔어요! 그리고 재발하지 않습니다. 이건 진짜 신기)


단식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것 정리하며 마무리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담이니, 단식에 도전하실 분이라면 스스로 몸에 대한 임상실험을 여러모로 해보시고, 내 몸에 가장 맞는 최선을 찾아가는 연습을 하시기 바랍니다.


1. ‘단식’은 내 몸을 비우는 생활의 터닝 포인트로만 활용하자! 단식은 분명 효과가 있지만, 진정한 효과는 단식 이후에 스스로 몸을 어떻게 관리하고 회복시키느냐에 있다


2. 단식 기간 동안, ‘뜸’이나 ‘침’ 등을 놓는 것이 좋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도 케바케다. 오히려 평소에 안 하던 것을 짧은 기간 안에 모두 다 하려고 하다가 몸이 놀라서 망가질 수 있다.

(저는 단식 기간 동안, 쑥뜸을 떴다가 몸에 발진이 굉장히 심해진 케이스였는데요, 몸에서 독소를 빨리 빼는 과정이다, 좋은 과정이다 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몸에 지나치게 반응을 심하게 또는 빨리 일으키는 방법은(그게 아무리 명현이라 할지라도) 당장에 그만두는 게 좋아요. 좋아지면 다행인데, 자칫하면 진짜 몸 버립니다)


3. 첫째도 마인드 컨트롤, 둘째도 마인드 컨트롤! 몸이 가진 회복력을 믿고, 몸이 스스로 치유하도록 맡긴다.

(평소 있던 질병이 단식으로 하루아침에 사라질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시작하는 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합니다. 변화의 속도가 느려도 내 몸을 믿고 기다려 주세요. 몸은 생각보다 자신을 치유하려고 하는 능력이 굉장히 강합니다)


4. 평소에 악건성이나 아토피 피부를 가진 사람이라면, 단식 기간 동안 보습제를 완전히 끊기보다는 아주 순한 보습제라도 계속 발라주기를 권장한다.

(단식 기간 동안, 몸이 먹는 것이 없으니 피부가 모든 것을 잘 흡수하는 상태가 되는데요. 피부호흡과 독소를 빼기 위해, 단식 기간 동안에는 보습제를 바르는 것이 권장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반 지성이나 중성일 경우, 가만히 있어도 어느 정도 몸에 유분기가 돌지만, 악건성이나 아토피는 이 기간 동안 심각하게 피부 장벽이 훼손될 수 있어요. 제게 단식을 지도해주셨던 분은 올리브유나 코코넛 오일을 발라주라고 하셨지만, 저는 이 기름에도 피부가 심하게 반응하던 터라, 이 방법이 맞지 않더라고요. 다음에 단식을 한다면 순한 로션을 준비해놓고 적절히 보습을 해주면서 단식을 할 예정이에요)


단식 관련 참고 구절

단식 기간 동안, 그룹 채팅방에서 참가자분들이 공유 주신 좋은 자료들입니다.


인체는 지구 그 자체의 축소판이다. 우리 주변의 세계에서 너무나 쉽게 목격되는 상처(열대우림의 벌채, 수많은 생태계의 파괴 등)는 우리 인체의 생태적 파괴가 더 큰 규모로 나타난 것에 불과하며, 그 원인은 상당 부분 동일하다. 세계의 생태적 회복을 위한 첫 번째 행동은 자기 몸의 회복이다. 지구와 마찬가지로 인체는 인체 내의 피해와 축적된 독소들에 대응하도록 진화 과정을 통해 적응되어 있다.
(중략)
우리와 음식의 관계, 우리 몸과 음식의 관계를 의식적으로 변화시킬 때, 우리는 자신의 몸 및 자신과 우정을 맺는 과정을 시작한다 (어려운 과정이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몸이 할 수 있는 일을 신뢰하기 시작하며, 그 결과 뒤로 물러나서 몸이 늘 할 수 있었던 일들을 하도록 허용한다.
(중략)
따라서 단식이 주는 가장 중요한 가르침 중 하나는 몸에 거주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중략) 우리는 몸이 건강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다른 사람들, 즉 전문가가 우리 자신보다 더 많이 안다고 믿도록 훈련되어 왔다. 건강을 되찾는 것은 우리 몸의 살아 있음을 되찾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감각으로 다시 돌아가서(즉 제정신을 차려서) 자신에게 주어진 물리적 형태 속에 다시 거주하는 방법을 익히고, 우리 몸의 지혜에 관해, 우리 몸이 자신(몸)이 살고 있는 세상과 자신(몸)에 관해 전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인다는 뜻이다. 우리가 몸속으로 집어넣는 음식에 관해 몸이 전해 주는 똑똑한 메시지가 가장 대표적이다.  

음식을 끊다 / 스티븐 헤로드 뷰너 지음 / 박준식 옮김 / 따비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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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후대비’는 없다. 그저 지금 여기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 밖에... 단지 나는 잘 죽기 위해 최대한 정신과 육신이 살아 있을 때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단식’을 생각했다. 11년 동안 주기적으로 단식을 해 오고 있는 나는 올해부터 ‘단식일수’를 매해 늘려 가기로 했다. 단식은 내 생활의 활력소이자 가장 자립적인 죽음 선택법이다. 죽음을 스스로 준비할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죽음을 준비하며 단식을 선택한 것은 강대인 선생의 죽음을 전해 듣고 난 뒤이다. 10일 정도 단식을 하게 되면 먹을 것에 대한 집착이 완전히 사라진다. 날이 갈수록 몸은 가벼워지고 정신은 맑아진다. 평온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20일 단식을 하게 되면 영적인 교감도 가능하다. 대부분 종교의 창시자나 예언자들, 부처, 모세, 예수, 최제우 등 단식을 통해 영적인 교감을 하고 난 뒤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단식의 효과다. 20일 이상 단식을 하면 먹을 생각도 완전히 사라지고 풍미 유혹도 벗어나고 단식이 습관처럼 계속 이어질 수 있다. 계속된 단식은 체온이 내려가면서 몸 안의 에너지를 다 태우고 생명에 영향을 끼친다. 쌀겨 유기농법을 창안한 농부 강대인 선생은 단식 수련 중 저체온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 어쩌면 강대인 선생과 자신의 죽음을 그렇게 준비했는지 모른다. 현대인들은 길거리에서 갑작스럽게 죽는 경우가 많다. 맞아서 죽고, 찔려서 죽고, 교통사고로 죽는다. 그런 갑작스러운 죽음들은 대체로 우리가 저지른 현대 문며여의 부메랑이다. 문명으로부터 멀어진 생활이라면 그런 갑작스러운 죽음의 기회도 줄어든다.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죽어갈 수 있는 것, 그것이 가장 행복한 죽음이다.  

자립인간 / 변현단 지음 / 이담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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