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를 두고서 그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건 일차적으로 아토피 환아의 엄마를 탓하고 책임을 묻는 잘못된 문화가 있습니다. 수많은 아토피 치료법이 명확한 근거 없이 공유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아이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찾는 것 역시 엄마의 몫이 되곤 합니다. 간혹 전국을 누비며 아이에게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아내는 데 성공한 경우가 알려지면, 그런 헌신적이면서도 완벽한 엄마의 모습에 다른 이들은 주눅이 들고 자책감을 갖게 됩니다. 그 속에서 가부장적인 모성신화는 점점 강화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엄마들에게는 종종 아이의 질병에 유해한 물질을 차단해야 하는 역할이 주어집니다. 새집증후군을 피하고 알러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음식을 먹지 않게 노력할 수는 있지만, 미세먼지 같은 대기오염이나 판매하는 음식물에 있는 화학물질을 피하기란 실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유해인자를 피하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게으른' 엄마라는 호칭을 얻게 됩니다. 반대로 적극적으로 행동하면 '예민한' 엄마가 되지요.
무엇보다 이렇게 엄마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아토피 질환을 유발하는 환경을 만든 다양한 사회적 환경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 효과를 낳습니다. 질병의 사회적 원인이 은폐되고 그 비용을 가장 많은 짐을 감당하고 있는 엄마에게 넘기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중략) 모성을 빌미로 엄마에게 불가능한 싸움을 시키고, 사회적 함께 책임져야 할 부담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일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 우리 몸이 세계라면/김승섭/동아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