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이 떠졌음에
음악을 들을 수 있음에
내가 쓴 글을 돌아보며 그 글들을 사랑할 수 있음에
경제에 관심 갖고 욕심내는 나를 사랑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아이와 한 시간 반동안 산책했던 순간에
아이의 장난기 가득 어리광에
아이의 웃음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울 수 있음에
아이에게 웃음을 되돌려 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슬픔을 짜증을 우울함을 느낄 수 있어
감정의 늪에 깊이 빠졌다는 걸 인지한 것에 감사합니다.
하려고 했던 일정을 잊었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들어 풀이 죽어 있을 때,
나를 염려하며 다른 방법을 말해주는 남편의 마음에 감사합니다.
오늘 새벽,
떠오르는 감사를 한 번에 몰아서 써 보았습니다.
계속 써내려 가다 보면
책을 들여다볼 새도 없이,
아침 해를 맞이할 듯하여
그전에 멈추어 봅니다.
짝짝짝 짝짝. 축하합니다.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하고
어느덧 5개월이 지났습니다.
25년 5월 30일
'한 번 해보자' 하며 시작한 건데
벌써 10월 30일이 되었습니다.
모든 날을 기록한 건 아니지만,
빠뜨린 날을 센다면
다섯 손가락으로 충분히 셀 수 있을 겁니다.
하루에 최소 1~2개 이상은 썼으니
5월 30일부터 10월 30일까지는 153일.
대략 230개, 그보다 조금 더 많습니다.
밤하늘의 별처럼
230개가 넘는 감사들이
제 마음 안에서 반짝이고 있습니다.
감사들 중 하나를 톡 떼어
가족들에게 나눠 줘 볼까
엉뚱한 생각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이 납니다.
잠자리에 누워 아이들에게도 물어봅니다.
"오늘 감사한 일 말하기" 하면은
서로 제가 먼저 답하겠다 아우성입니다.
어떤 날은, 잠이 쏟아져 그냥 자려고 해도
"엄마 감사한 일 말해야지" 하는 아이들을 보며
무거운 눈꺼풀도 번쩍 들어 올립니다.
가끔 한 번씩 남편에게 묻곤 하는데
그때마다 재치 넘치는 답들을 해서
온 가족이 웃음이 터질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채워졌습니다.
제5개월이 아주 풍요로운 시간들이었음을
감사일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까지 감사일기를 쓸 수 있을까요?
새하얀 머리카락에
눈도 나빠지고 거동이 쉽지 않아도,
입가에 미소를 잃지 않은 얼굴로,
그날의 감사한 일을 생각하고 있을 모습을 떠올리니 한참이나 앞선 뿌듯함을 느낍니다.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 본 적도 있습니다.
중간에 그만 두든
계속 이어 나가든
지금껏 이렇게 잘했다는 칭찬을
스스로에게 해주기 위해
제 역사의 증거로써
감사일기를 계속 이어 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