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입니다.
아이의 오전 스케줄이 있어,
다른 일정은 없는 평소와 다름없는 토요일입니다.
다를 게 있다면,
가족들의 컨디션이 엉망이라는 점입니다.
편도가 부어 목소리 내기 힘든 저와
이제 막 목이 붓기 시작한 막내와 남편입니다.
지난밤 막내는
코가 막히는지 자다 깨기를 반복하다
기침을 하다 사레가 들려 두어 번을 게워내서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잠을 설친 탓일까요,
약기운 때문일까요,
몸이 참 무겁습니다.
머리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 상태에서 빠져나와야지.
이렇게 기분이 나쁜 상태로 계속 나를 방치할 수 없어! 난 소중하니까!!'
그런데 오늘은 마음이 따라주질 않습니다.
한없이 한없이 가라앉습니다.
이 집에 사는 네 명의 남자는
저의 그런 기분을 아는 걸까요
알면서도 모르는 체하는 걸까요.
여전히 제 세상에 몰두해 있어
그 평온함이 조금 야속합니다.
항상 웃는 얼굴의 제가
조금이라도 웃지 않으면 화난 표정이 되니
분명 모를 수는 없을 텐데,
늘 다정하게 말하던 목소리가
사납고 차가워졌다는 걸 알 텐데,
이 남자들은 참 즈그들 일에 바쁩니다.
원래는 점심을 먹고 놀이터라도 나갈까 했는데
도저히 그럴 기분도 에너지도 아닙니다.
킥보드를 타러 가고 싶다던 아이들은
아무래도 엄마 눈치를 보는 중일까요,
"ㅋ"자 소리도 내질 않네요.
화가 난 김에 밀린 집안일을 합니다.
현관과 세탁실 바닥도 쓸고 닦고
부엌에 미뤄뒀던 쓰레기들을 정리했습니다.
거실 한쪽에 몇 바구니나 쌓여있던 빨래 더미를 더 이상은 못 본체 할 수가 없어,
그리고 혼자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온 가족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렇게 뒤늦게서야
여름옷 겨울옷 정리까지 끝냅니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풀릴 줄 알았는데
답답함이 차올라 가슴이 먹먹합니다.
혼자 눈물을 흘리고 있을 수만은 없겠습니다.
세수도 않고 잠옷 위에 후드티만 걸친 뒤
마스크를 씁니다.
"나 좀 잠깐 나갔다 올게."
갑자기 튀어나가는 와이프를 보고
당황했을 남편의 작은 눈이 커지는 걸 느끼면서 문을 나섰습니다.
그러니까 진즉,
나 좀 달래주지 싶은 원망을 말로 표현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꼴로 나와서 딱히 갈 데가 있던 건 아닙니다.
깻잎이 들어간 매콤한 떡국떡 떡볶이가 먹고 싶어
마트에 깻잎이나 사러 갈까 하기도 했습니다.
털레털레 봉지를 들고 있을 생각에 꽤 귀찮습니다.
이어폰이라도 챙겨 나올 걸,
핸드폰 하나 덜렁 들고 나왔습니다.
동네의 작은 공원을 찾아가봅니다.
재즈를 재생하고
나만 들리게끔 소리를 조절합니다.
공기가 꽤 차갑지만
그 서늘함이 정신을 깨웁니다.
좀 높은 곳으로 오르니,
얼마 걷지 못하고 벌써 다리가 아파
공원 벤치에 앉았습니다.
한 번에 두 대가 지나가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봅니다.
"Someday My Prince Will Come."
언제 눈을 감았는지 모르게,
피아노 멜로디를 따라 잠깐 잠에 빠져 들었나 봅니다.
눈을 다시 떴을 때 깨달았습니다.
'잠깐 잠들었구나. 나.. 졸린 거였구나.'
아이참,
낮잠을 잤으면 해결될 일이었을까 싶어
혼자 조금 민망해집니다.
쉼은 꼭 필요합니다.
더 즐겁게 시간을 보내려면,
지치지 않으려면,
나를 위한 쉼표를 꼭 챙겨야 합니다.
오늘 하루 속에서도
그리고 앞으로의 인생 안에서도
잊지 말고 꼭 챙겨 보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으~ 추우니까 이제 돌아가야겠습니다.
집에 들어가서 남편과 아이들을
웃는 얼굴로 꼭 안아 주겠습니다.
따뜻한 스킨십으로
잠깐의 쉼표를 만들어 볼게요.
이렇게 글로
나만의 쉼표를 만들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