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Folks 나의 행복한 노년을 상상하며

by Minionii


" 선생님 신청곡 받으시나요! "



피아노 레슨 가기 전,

선생님께 신청곡을 말씀드렸습니다.


" I fall in love too easily, Old Folks "

이렇게 두 곡을 연주해 주셨지요.


사실 처음엔 신청곡이 한 곡이었는데,

첫 곡 연주가 끝나고 수업 중에

갑자기 Old falks 이 곡이 떠올라서

레슨 끝나고 한 곡 더 부탁드렸어요.


요즘은 전자 기기를 통한 음향도 훌륭하지만

눈앞에서 직접 듣는 연주의 울림에는 비할 수 없습니다.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고

멜로디가 울려 퍼지면

피아노에서 숨어있던 음표들이

통통거리며 튀어나와,

작업실을 가득 채웁니다.


음악을 가까이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황홀한 축복입니다.




I fall in love too easily

유튜브 알고리즘 덕분에 듣게 되었고,

저는 챗 베이커 버전으로 주로 듣습니다.


멜로디도 좋지만 가사가 주는 감성이 특별합니다.

그래서 이 곡이 가장 먼저 떠오른 신청곡이었답니다.


I fall in love too easily, too fast


'조금 슬픈 일을 겪더라도

나는 사랑하는 것을 선택할 거야.'




Old Folks

이 곡은 레슨 받으며 알게 된 곡입니다.


곡을 듣고 있으면

나란히 길을 걸어가는 노년의 사람 둘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그 둘을 따라갑니다.


오늘 선생님의 연주를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유쾌하고 밝은 표정으로

통통거리는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그런 노년을 살고 싶다고요.




-

가만 생각해 보면

피아노 연주를 직접 하는 것보다는

감상하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감상자는 그저 소파에 편안히 앉아

들려오는 음악을 귀로 맞이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피아노를 전공한 지인이 그러더군요,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서

자신은 고통을 인내해야 했다고 합니다.


연주하는 사람의 희생으로

감상하는 사람이 행복하다니,

조금 모순적이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

저는 마음이 혼란스럽거나 무거울 때

혹은 정말 즐거울 때

종종 피아노를 치곤 했습니다.


그럴 때면

저희 엄마는 제 하나뿐인 청중이 되어 주셨지요.


엄마의 어릴 적 작은 꿈이

' 홈 드레스를 입고 피아노를 치는 것 '

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제 연주를 들으셨을지 짐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앉아 있는 피아노 의자에

엄마가 앉아 연주를 하는 모습을

그리셨을지도 모르겠어요.


엄마 덕분에 저는 피아노 연주가 참 즐거웠습니다.

좋아하는 곡을 직접 연주할 수 있고

들어주는 이가 곁에 있으니

결국 나의 즐거움을 위해 연주한 셈이지요.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나를 위한 악기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

물론, 즐거움을 느끼기까지

연습의 고됨이 따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고됨이 고통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남이 아닌

나를 위한 길이니까요.


먼 훗날 저의 노년을 떠올리면서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인생을 즐기며 살고 있기를,

그리하여 그 즐거움으로

아이처럼 통통거리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미래의 행복을 그리며,

오늘의 행복을 살아봅니다.

내 노년의 음악을 차근차근 완성시켜 갑니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의 음악도 완성되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목소리를 잃은 그녀, 인어공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