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默言修行
저는 지금 묵언 수행 중입니다."
안 그래도 목이 좋지 못했는데
주말간 친정 식구들을 만나 즐거운 마음에
말을 많이 했더니
목 상태가 더 악화된 모양입니다.
차가워진 공기를 머금은 계절을
미리 준비할 양으로,
목구멍은 양쪽 살을 잔뜩 부풀려
서로 꼭 붙어 있으려고 애를 쓰는게 느껴집니다.
가만히 있어도 목이 까슬까슬합니다.
처음 이상했을 때 바로 병원에 가볼걸,
꼭 아프고서야 후회를 하네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시작할 때라 하니
바로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건
따뜻한 물 많이 마시고 말을 하지 않으면
성대가 다시 돌아오겠지만,
그래도 안돌아오면 목 내시경도 봐야 한다는군요.
절대 목 내시경을 하는 일은 겪고 싶지 않습니다.
편도도 많이 부어 있는 상태라
항생제 소염제 약 처방과
스테로이드 소염제 주사도 한방 맞고 왔습니다.
동기 언니가 목소리가 안 나와
몇 달을 고생했다는 스레드의 글이 생각났습니다.
'목소리가 안 나올 수도 있구나.'
당시엔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는데,
그게 제 일이 될 줄은 몰랐네요.
조금 민망한 것은요,
외출해서 말을 해야 할 때는
핸드폰에 글자로 써서 보여줘야 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목이 부어서 목소리가 안 나와서요."
하고 보여드리면은,
다들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얼른 낫기를 바란다며 말씀해 주십니다.
목 관리 못한 것에 대한 질책은커녕
걱정과 염려를 보내주시니
감사하고 부끄러워 배시시 웃고 맙니다.
그마저도 마스크에 가려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이목구비 중에 입(口)이 닫히니
꽤 좋은 점을 발견했습니다.
"불필요한 말을 못 한다"는 점입니다.
평소라면 가족들에게 "이거 좀 해줘."라고
망설임 없이 부탁했을 일을,
부를 수가 없으니 직접 움직여서 처리해야 합니다.
짜증 나고 화가 나도
당장 목소리가 나오질 않으니
의도치 않게 한 호흡을 더 쉬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화가 조금 가라앉습니다.
스님들께서 왜 묵언 수행을 하시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은 마치,
돌멩이를 던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잔잔한 마음의 호수에
"말"이라는 돌멩이가 똑 떨어져
마음을 잔뜩 출렁이게 만들지만,
말을 하지 못하니,
마음을 뒤흔들 돌멩이가 없고
마음의 호수도 잔잔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저의 마음도
주변의 마음도 지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말을 할 때마다
제 귓가에 전해지는 파동이 꽤 컸음을 깨닫습니다.
스스로 소리를 내지 않으니
세상이 고요해집니다.
마음도 차분해집니다.
다른 사람들의 말이 아니라
제가 만들어 내는 소리에
그동안 수없이 흔들렸던 건가 봅니다.
조용히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이제껏 흔들림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차분히 살펴보다 보면
분명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덧) 제 입이 닫혀 잔소리가 나오질 못하니,
우리 집 박가(家)들에게는 호시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