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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Sep 11. 2023

호주는 만 5살부터 oo을 준비한다.

소통의 진정성을 배워가는 시간

얼마 전부터 학교 앱과 단톡방이 들썩들썩하다. 아이가 킨디를 시작하고 하나 느낀 점은 학교에서 앱으로 공지가 너무 많이 온다는 것. 보통 일하는 시간에 알람이 와서 어느 순간부터는 일일이 읽지 않다가 이건 꼭 읽어야겠다 하는 건 잊지 않고 다시 찾아가 읽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날도 여러 개의 알람이 울렸고, 그중 하나는 킨디 전체 1분 스피치 대회를 주최할 예정이니 준비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학교에서 조금씩 다른 주제로 아이가 친구들 앞에 나와 짧은 스피치를 하는 것으로 연습하도록 하였고, 다음 주에 공식적으로 Public Speaking 대회를 한단다.


처음 공고를 보고는 사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학교라고 말은 하지만, 아직 킨디일 뿐이고 고작 만 5살이다. 이 아이들이 준비를 하면 뭐 얼마나 해서 Public Speaking을 할 수 있을까. 아이가 아직 너무 어리다고 생각을 하여 큰 믿음이 없었다고 해야 할까. 그냥 학교에서 구색만 맞추느라 실시하는 것일까 하고 별 다른 액션은 취하지 않았다.


그런데 단톡방이 심상치 않다. 엄마들이 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고,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정해진 주제에 대한 공유와, 아이가 연습을 하려 하지 않는다는 등등의 대화가 오간다.


정말 연습을 한다고?


또 뒤늦게 아차 싶다. 준비를 시켜야겠구나.


실전으로 평가할 때 발표할 주제는 여태껏 아이들이 연습용으로 하던 것과는 다른 4가지로 새로 주어졌다.


1. 나의 꿈

2. 나에게 행복이란

3. 나의 상상 속 친구

4. 내가 하나님과 이야기할 수 있다면(가톨릭 학교.)


이 중 하나를 정해 1분 스피치 연습을 하면 되는데, 평가 목록에는 발표 태도, 목소리, 아이컨택, 발표 내용, 시간 준수 등 두루두루 assess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부랴부랴 아이에게 무슨 주제를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아이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가족과 외식을 할 때, 그리고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망고를 먹을 때 행복하다고 했다. 함께 스크립트를 짜고, Palm Card도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에겐 아직 일주일의 시간이 있었고, 아이는 그때부터 매일 저녁 우리 부부와 함께 연습을 하는데,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행복하지 않게] 연습하는 저녁들도 있었다.


연습하기 싫다고 땡깡을 부리거나, 동생을 붙들고 놀기만 하려고 하여 어서 [연습]을 해야 한다고 강조, 아니지 강요했다. 속으로는 여전히 고작 5살 아이들인데 다들 스피치다운 스피치를 하기는 할까, 의심을 하며. 그래도 연습을 하면 당일에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아이를 설득하며 연습을 함께 했다.


아이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낮아서였을까. 아이는 1분 스피치를 곧잘 했다. 정말 1분을, Palm Card에 단어로 요약되어 있는 것을 인지해가며 숨 쉬는 부분, 말하는 페이스 등등을 생각보다 잘 소화해 주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아이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더 잘한 아이가 있었겠지, 그동안의 노력이 기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대회가 있으면 1등이 욕심났던 (순전히 나 어렸을 때의) 기억에 아이에게 기분이 어떤지 물었다.


1등 한 아이는 학교에서 한 번 더 전체 스피치를 해야 된대요. Poor thing. 그 힘든 걸 또 한 번 더 해야 된다니.


네 생각은 그렇구나. 그러면 됐다.



사회에 나와서도, 발표는 여전히 고역스럽다. 이 어려운 걸, 마치 나에게 말하듯 아이에게도 [연습]을 하면 수월하다고, [연습]을 하면 실제로는 덜 떨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이렇게 어린 나이부터 하는 것이 맞나 잠시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정작 연습을 하며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니 지금부터 Public Speaking 훈련을 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살면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 크든 작든 한두 번쯤 오곤 하니까.  


Public Speaking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한다]라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그 시간을 위해 관객(Audience)이 누구인지 떠올리고, 서문, 본문, 결문을 짜고 매끄러운 흐름이 되도록 연습하는 데에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은 삶의 기본매를 연습하도록 한다. [소통의 진정성]에 대한 태도를 가르쳐준다.


어렸을 때부터 의견을 정돈하여 말해보고, 긍정적 경험을 만들어가다 보면, 훗날 자신을 정돈된 매너로 잘 나타내는 일이 훨씬 더 수월할 수 있지 않을까.


내성적인 성향의 아이이지만, 필요하다면 사람들 앞에서 또렷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성인으로 자라 주었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을 써본다.


정작 엄마는 Public Speaking 앞에서 무척 쭈글거리는 쭈글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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