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세상을 다각도로, 다채롭게
새삼스럽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무엇의 순간이 있어요. 카피라이팅을 공부하다 보면, 에세이를 공부하다 보면, 각종 글쓰기를 공부하다 보면. 고수들이 이건 비밀이라고 속삭이는 꿀팁이 바로 사전이에요. 사전? 그게 뭐가 비밀이야?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지나치고 지나쳤는데 어느 날엔가는 공통분모가 합쳐지며 글쓰기는 '사전'을 활용해야 한다는 정의가 내려지더라고요. 그래서 사전을 엄청 두꺼운 걸로 샀어요. 공부 못하는 사람들이 장비 탓하듯 집에 사전이 있는데도 최대한 많은 단어가 있어야 한다고, 벽돌 같은 사전을 사야 하는 이유를 신랑에게 침 튀기며 우겨 겨우 샀죠.
사전
어떤 범위 안에서 쓰이는 낱말을 모아서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싣고 그 각각의 발음, 의미, 어원, 용법 따위를 해설한 책. 최근에는 콤팩트디스크 따위와 같이 종이가 아닌 저장 매체에 내용을 담아서 만들기도 한다.
언어가 없던 시절 우리는 몸짓으로 소통을 했을 것이고, 각자의 몸짓 언어가 너무나 다양해 그들만의 공통된 몸짓으로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규정해 사용했을 거예요. '인간'이라는 집단은 그림으로, 상징으로, 마침내 언어로 세상을 함께 이해했을 거예요. 그래서 사전을 읽다 보면은 내가 어렴풋이 느꼈던 감정을 세밀하게 알게 되고, 표현하지 못했던 적확한 단어를 만나게도 돼요. 그렇게 단어를 수집해서 글에 적용하면 내 글에 깊이와 수려함이 더해지죠. 마치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 색으로만 그림을 그리던 아이가 더 다양한 색을 알게 되어 다채롭게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에요.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는 별다른 게 없다고 하죠. 그 감정을 얼마나 다각도로 바라보고, 세밀한 언어로 표현하느냐가 그 글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계속 말해 봐야 뻔한 사전예찬일 뿐! 다 알지만 아무나 못하는 것이네요. 사실, 글을 쓸 때마다 사전을 뒤적이는 게 꽤 번거롭다고 느껴지는 것이어서 소수를 제외하곤 잘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글쓰기 꿀팁에 '사전'이 뻔하고 뻔뻔하게 계속 등장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