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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재 Jun 29. 2018

[I Wish You Love]

[More From The Bodyguard]

Whitney Houston [I Wish You Love : More From The Bodyguard]
전 세계 ‘보디가드 열풍’의 주인공
세기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이 남긴 걸작 



중앙아프리카와 동아프리카 일부 지역에는 시간에 관한 특별한 관념이 존재한다. 바로 ‘사샤’(Sasha)와 ‘자마니’(Zamani)라는 개념이다. 한 사람이 죽은 후에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 한 그는 사샤의 시간 안에서 살아있으며, 망자를 기억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때 비로소 자마니라는 영원한 과거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세상을 떠난 음악가는 모두 이 사샤에 머문다고 하면 과장일까. 육신이 사라질지언정 살면서 남긴 작품은 영원히 남아 대중과 호흡하지 않나. 가수는 대중의 추억 안에서 끝없는 생명을 얻는다. 고인이 된 뮤지션이 새 작품을 발매하는 경우 그리움은 더욱 진해진다. 가수가 직접 낸 것은 아니지만,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부터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최근의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 등 사후에도 디스코그래피가 채워지는 사례는 적지 않다. 미공개 곡의 모음집, 기존 발매 음반의 리마스터 등 그 방법도 다양하다. 

본 앨범의 주인공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 역시 사후 두 차례 음반을 발매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초 돌연 숨을 거두며 많은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 그는 그해 말에 미공개 신곡 한 곡을 포함한 히트곡 모음집 [I Will Always Love You : The Best Of Whitney Houston]을 발매했고, 다시 2년 후에는 세간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그의 베스트 라이브 퍼포먼스를 모은 컴필레이션 [Whitney Houston Live : Her Greatest Performances]를 내놓았다. 휘트니 휴스턴은 빌보드 넘버원 싱글만 11곡, 톱 텐 싱글은 총 24곡을 보유한 ‘히트곡 부자’인데다 레코딩을 능가하는 명 라이브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인 만큼 두 앨범은 그의 이름에 걸맞은 기획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베스트 앨범의 ‘Never Give Up’, ‘I Look To You (with R.Kelly)’ 두 곡을 제외하면 모두 기존에 공개된 음원이란 사실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I Wish You Love : More From The Bodyguard]는 앞선 두 음반과는 다르다. 당대의 톱 배우 케빈 코스트너(Kevin Costner)와 열연한 1992년 작 영화 [The Bodyguard]의 개봉 25주년을 맞아 기획된 앨범에는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콘텐츠가 여럿 존재한다. 대표곡 ‘I Will Always Love You’의 첫 녹음 버전, ‘Jesus Loves Me’의 아카펠라 버전 등이 그 예다. 마침내 베일을 벗는 ‘Run To You’ 라이브 버전의 가치는 말할 것도 없다. 대히트를 기록한 동명의 사운드트랙 앨범에선 누락된 화보도 일부 공개된다. 휘트니 휴스턴의 오랜 마니아를 포함해 영화와 그 시절에 향수를 가진 이들에게 큰 선물이 될 만한 구성이다. 음반 수록곡을 하나씩 살펴보기에 앞서 영화 [The Bodyguard]와 영광의 순간을 되돌아본다.



About [The Bodyguard]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한 휘트니 휴스턴에게 영화 [The Bodyguard]는 여러모로 각별하다. 그의 스크린 데뷔작이자 최대 히트작이며 지금까지도 그를 대표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특별할 것 없는 스토리와 연출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영화 평단과 달리, ‘보디가드 신드롬’은 지구촌 극장가를 강타했다. 전 세계 박스 오피스에선 1992년의 모든 개봉작을 통틀어 두 번째로 높은 수익을 올렸고, 미국 내에선 일곱 번째 순위에 랭크됐다. 열풍은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늘날과 같은 체계적인 극장 환경이 조성되기 전이었음에도 서울에서만 74만여 관객을 모으며 그 해 개봉한 외화 중 두 번째로 높은 관객 수를 기록했다.  

더욱 놀라운 성과는 음악으로 나타났다. 휘트니 휴스턴이 극 중 인기 가수이자 배우인 레이첼 매런(Rachel Marron) 역을 맡아 수록곡 13곡 중 6곡을 직접 부른 동명의 사운드트랙이 ‘초대박’을 터트리면서다. 빌보드 차트에 2위로 처음 등장한 앨범의 인기는 영화의 흥행과 함께 수직으로 상승했고, 급기야 발매 6주 차에만 100만 장이 넘게 팔려나갔다. 단일 앨범의 주간 판매량이 100만장을 넘긴 것은 1991년 닐슨 사운드스캔(Nielsen SoundScan)이 판매량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앨범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동안 수록곡 ‘I Will Always Love You’는 14주 연속 싱글 차트 정상을 지켰고, ‘I’m Every Woman’, ‘I Have Nothing’, ‘Run To You’가 줄줄이 히트에 동참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보디가드의 시대였다.

종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운드트랙 앨범’의 주인공은 비지스(Bee Gees)였다. 삼 형제 그룹은 1977년에 작업한 [Saturday Night Fever]로 25년간 왕좌를 지켰으나 특급 디바 앞에선 도리가 없었다. [The Bodyguard]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사운드트랙’이자 ‘가장 많이 팔린 여성 가수의 앨범’에 등극했고, ‘I Will Always Love You’는 ‘가장 많이 팔린 여성 가수의 노래’가 됐다. 세계를 휩쓴 앨범은 한국에서도 120만 장이라는 경이로운 판매량을 달성하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팝 앨범’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른바 ‘길보드’로 불리던 불법 복제판을 제외하고 정식 레코드로만 세운 대기록이었다. 이 모든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깨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많이 팔린 것이 전부가 아니다. 휘트니 휴스턴은 1994년 열린 제36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The Bodyguard] 앨범으로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앨범 상을 받았고, ‘I Will Always Love You’로 올해의 레코드 상과 베스트 여성 팝 보컬 퍼포먼스 상을 거머쥐었다. 그래미 역사상 흑인 여성이 올해의 앨범 상을 받은 것은 나탈리 콜(Natalie Cole)에 이어 두 번째였다. 음반의 전례 없는 흥행으로 1993년 7월부터 1994년 11월까지 펼친 [The Bodyguard World Tour] 또한 큰 성공을 거뒀다. 데뷔 앨범 [Whitney Houston](1985)부터 소포모어 [Whitney](1987)까지 거침없는 독주를 펼친 휘트니 휴스턴은 [The Bodyguard]를 통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올해로 25살이 된 전설의 앨범이 [I Wish You Love : More From The Bodyguard]란 제목으로 돌아왔다. 우선 평범한 리마스터 앨범이 아니라는 데서 반갑다. 휘트니 휴스턴의 작업물이 아닌 곡은 제외하고 그의 공을 기리는데 집중한 것 역시 특기할 점이다. [The Bodyguard]의 절대적 지분이 휘트니 휴스턴이란 명제의 재확인이다. 오죽했으면 그의 사망 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뮤지컬 [The Bodyguard]는 영화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휘트니 휴스턴의 히트곡을 망라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이 되었을까. 본 앨범의 발매를 시작으로 현지의 업계와 팬들은 여러 방면으로 영화와 음반의 25주년을 기념하는 분위기다. 당장 11월 19일에 열리는 제45회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는 누차 그를 존경한다고 말해온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가 헌정 무대를 펼친다. 휘트니 휴스턴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지만 [The Bodyguard]의 영향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I Wish You Love : More From The Bodyguard] Track by Track
1. I Will Always Love You (Alternate Mix)
“지금까지 한 번도 한 적 없는 노래를 부르려고 합니다. 제가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는 참 슬펐죠. 하지만 이젠 아니에요. 이제는 아주 특별한 한 사람이 떠오르는 노래가 됐습니다. 그분을 위해 부릅니다.”

앨범을 플레이하자마자 영화 속 레이첼 매런이 말을 걸어온다. 자신의 보디가드 프랭크 파머(Frank Farmer, 케빈 코스트너 분)에게 바치는 사랑의 노래. 컨트리 가수 돌리 파튼(Dolly Parton)이 1974년 발표한 ‘I Will Always Love You’는 이 영화의 마지막 신에 삽입되며 순식간에 그 운명이 바뀌었다. 전설적인 프로듀서 데이비드 포스터(David Foster)의 손을 거쳐 목가적인 컨트리에서 드라마틱한 알앤비로 변모한 노래는 공전의 히트와 함께 영화는 물론 휘트니 휴스턴의 대표곡으로 자리매김한다. 그의 사망 다음 날에 열린 제54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고인이 생전에 아끼던 후배 가수 제니퍼 허드슨(Jennifer Hudson)을 급히 섭외해 마련한 추모 무대도 ‘I Will Always Love You’였다. 앞서 언급한 대로 사후 발매된 베스트 앨범의 타이틀도 이 노래의 제목을 땄다. 커버 곡으로 이 정도 영예를 누리기도 쉽지 않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시그니처 송이지만, 수록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본래 사운드트랙에 들어가기로 한 노래는 따로 있었으나, 1975년 발매된 린다 론스타드(Linda Ronstadt)의 버전을 들은 상대 배우 케빈 코스트너의 추천으로 이 노래가 앨범에 실리게 됐다. 코스트너의 안목이 빛을 발한 지점은 또 있다. 프로듀서 데이비드 포스터에게 노래의 시작을 반주 없이 하는 게 좋겠다고 말한 것이다. 포스터는 당연히 반발했다. 그러나 무반주로 노래하는 휘트니 휴스턴의 첫 소절을 듣는 순간 그는 까무러쳤다고 추억한다. 그렇게 멋진 건 난생처음이었다며 ‘I Will Always Love You’는 자신이 지금까지 작업한 곡 중 가장 멋진 곡이며 그건 케빈 코스트너의 아이디어 덕이었다고 회상했다. 한편 이들이 린다 론스타드의 버전을 참고해 작업 중이라는 소식을 들은 돌리 파튼은 포스터를 불러 론스타드 버전에 빠진 3절을 전달했다. 그 모든 과정을 거친 결과가 지금의 ‘I Will Always Love You’다.

본 앨범에 실린 버전은 휘트니 휴스턴이 스튜디오에서 처음 부른 것을 녹음한 음원이다. 포스터가 듣는 즉시 어안이 벙벙해졌다는 인트로의 전율, 첫 테이크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완벽한 음정과 표현이 듣는 이를 압도한다. 최종 발매된 오리지널 버전과 이 곡에서의 가창이 눈에 띄게 다르지 않은 것은 그의 보컬 완성도를 입증하는 결과다. 반주에 귀를 기울이면 낭랑한 건반의 소리를 줄이고 무드를 연출하는 스트링의 활용 폭을 키운 등의 차이점이 포착된다. 녹음 부스에서 대선배 돌리 파튼을 떠올리며 불렀을 휘트니 휴스턴의 긴장감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느꼈을 황홀감을 상상하며 듣는 것도 재미있는 감상이 될 수 있겠다.


2. I Have Nothing (Film Version)
[The Bodyguard] 사운드트랙 앨범에선 1위 곡 ‘I Will Always Love You’를 포함, 총 3곡의 빌보드 톱10 히트곡이 탄생했다. 유능한 프로듀서인 동시에 천재적인 작곡가이기도 한 데이비드 포스터가 선사한 파워 발라드 ‘I Have Nothing’은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최고 순위 4위를 기록했다. 섬세하고 여린 소리와 파워풀한 벨팅을 능란하게 오가는 가창, 데이비드 포스터의 서정적 멜로디와 편곡이 대중을 사로잡았다. 특히 ‘I Will Always Love You’처럼 후반에 이르러 또 한 번 감정을 폭발시키는 포스터의 작법은 유일무이한 휘트니 휴스턴의 가창과 시너지를 이루며 차트를 휩쓸었다.

그가 앨범 발매 무렵에 초대된 시상식에서 주로 부른 곡 또한 이 노래였다. 풍성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아름다운 선율, 휘트니 휴스턴의 극적 보컬 퍼포먼스와 파워풀한 무대 매너가 어우러져 매번 수준급의 무대가 탄생했다. 특히 1994년에 열린 제21회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의 오페라 [Porgy And Bess]의 넘버 ‘I Loves You Porgy’와 브로드웨이 뮤지컬 [Dreamgirls]의 넘버 ‘And I Am Telling You I Am Not Going’에 ‘I Have Nothing’을 이어 부른 메들리 무대는 휘트니 휴스턴의 카리스마, 절창을 잘 보여준 명 공연으로 각인되었다. 그만큼 노래는 파워와 감성을 모두 갖춘 수작이다.

영화 내에서도 ‘I Have Nothing’은 가장 중요하게 쓰인 노래 중 하나다. 가사 일부는 인물 간 갈등 서사의 단초가 되는가 하면, 레이첼 매런이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여느 곡보다 길게 등장한다. 마이애미에 위치한 힐튼 호텔에서 티켓 가격만 1,000$에 이르는 에이즈 자선 콘서트를 개최한 그가 반짝이는 드레스를 입고 조명을 받으며 라이브 하는 장면은 실제 휘트니 휴스턴의 콘서트 장면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영화에서는 일부만 삽입된 음원이 이 앨범을 통해 비로소 온전히 공개된다. 오리지널 음원과는 약간씩 다른 끝 음 처리와 코러스 활용 등이 특징이다.


3. I’m Every Woman (Clivilles & Cole House MixⅠEdit)
펑크(Funk)의 여왕 샤카 칸(Chaka Khan)이 1970년대 그룹 루퍼스(Rufus)의 멤버에서 솔로 가수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1978년 발표한 솔로 1집의 이 노래 덕분이었다. 디스코를 기반으로 한 중독성 강한 멜로디, 시원스레 터져 나오는 가창이 곡의 인기를 견인했다. 휘트니 휴스턴은 영화를 위해 이 노래를 리메이크하며 데이비드 콜(David Cole)과 로버트 클리블스(Robert Clivilles) 콤비의 도움을 받았다. 흔히 클리블스 + 콜(Clivilles + Cole)로 알려진 이들은 소울에 기반한 원곡의 다이내믹을 좀 더 팝적으로 매만지고, 템포는 더욱 댄스 클럽에 어울리도록 높여 조정했다. 자신만만한 가사의 도입부도 샤카 칸 원곡에는 없던 부분이다. ‘I Will Always Love You’에 이어 두 번째로 싱글 컷된 노래는 빌보드 싱글 차트 4위까지 오르며 전방위적 인기를 누렸다.

본 앨범에는 클리블스와 콜 듀오가 작업한 리믹스 음원을 편집한 버전이 수록됐다. ‘I’m Every Woman’의 실물 싱글 발매 당시 맥시 싱글에 수록된 10분여 길이의 트랙이 러닝타임 조정을 거쳐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이다. ‘하우스 믹스’라는 타이틀에 맞게 잘게 쪼개 밀도를 높인 댄스 비트와 경쾌한 건반 컴핑이 오리지널 버전과는 또 다른 감상을 제공한다. 발라드뿐만 아니라 ‘How Will I Know’, ‘I Wanna Dance With Somebody(Who Loves Me)’, ‘So Emotional’ 등 다수의 댄스 히트곡을 가진 그의 저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Run To You] 싱글 표지


4. Run To You (Film Version)
가장 잘 알려진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 중 하나일 ‘Run To You’의 차트 성적은 의외로 높지 않다. 앨범 발매 7개월이 지난 후에 네 번째 싱글로 발매되었기 때문이다. 낮은 판매량으로 싱글 차트에선 최고 순위 31위에 그쳤으나, 그 존재감은 절대 작지 않다. 영화에서도 ‘Run To You’의 비중은 높은 편이다. 레이첼 매런의 경호를 시작하고 매런과 사사로운 갈등을 겪던 프랭크 파머는 어느 날 밤 ‘Run To You’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한다. 파머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비디오를 바라보고, 매런은 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본다. 그때 흘러나오는 가사가 바로 “난 당신에게 달려가고 싶어요.”다. 앙숙처럼 으르렁대던 둘의 관계가 진전될 것임을 노래로써 암시한 것이다.

앨범에는 극중 파머가 지켜보던 비디오 속 버전이 고음질로 수록됐다. 앞선 곡들이 기존에 나온 오리지널 버전과 많은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면, 이번은 다르다. 본 작에 수록된 ‘Run To You’는 1992년 판과 1, 2절의 순서가 반대다. 같은 음계에 가사의 순서가 바뀌니 멜리스마의 방법과 애드리브의 모양도 은근한 차이를 보인다. 이 노래는 오래전 저음질의 상태로 일부 유출되어 팬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데, 이번 발매를 통해 그 갈증을 해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5. Queen Of The Night (Film Version)
미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에서 사운드트랙의 마지막 싱글로 발매된 ‘Queen Of The Night’는 당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뉴 잭 스윙 곡이다. 엘에이 레이드(L.A. Reid)와 베이비페이스(Babyface)가 제작한 노래는 당시로썬 최신 유행이었던 뉴 잭 스윙에 하드 록의 텍스쳐를 접목해 이목을 끌었으나 앞선 곡들과 비교하면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그러나 자신을 “Queen of the night”라고 선언하는 상징성, 포효하듯 맹렬한 후렴만큼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극 중에선 지하 클럽에서 좌중을 휘어잡는 라이브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라디오 방송용으로 수록되어 페이드아웃으로 끝나는 오리지널 버전과 달리, 영화 속 무대의 음원을 고스란히 담은 트랙은 마지막까지 박력을 잃지 않는다.

6. Jesus Loves Me (Film Version)
‘Jesus Loves Me’는 19세기 말에 만들어진 이래 세계 인구에게 꾸준히 애창된 가장 유명한 찬송가 중 하나다. 영화에서는 레이첼 매런의 언니 니키 매런(Nicki Marron, 미셸 라마르 리차드 분)이 무반주로 홀로 부르다 레이첼 매런이 나타나 화음을 맞추는 장면으로 등장하는데, 이 부분의 음원이 앨범에 수록됐다.

7. Jesus Loves Me (A Capella Version)
25년 전 사운드트랙 앨범에선 파이프 오르간과 밴드, 성가대가 함께한 휘트니 휴스턴의 솔로 곡으로 실렸다. 반면 본 작에서는 반주를 모두 제거한 아카펠라 형태다. 취입 후 손 댄 흔적 하나 없이 날 것 그대로인 보컬 트랙을 듣고 있으면 새삼 그가 얼마나 위대한 보컬리스트였는지 다시 깨닫는다. 한 곡 안에서도 쉴 새 없이 발성과 소리의 질감을 달리하며 다채롭게 표현해내는 역량을 오롯이 확인할 수 있다.

8. I Will Always Love You (Film Version)
이 노래를 듣기 위해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은 상영 내내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노래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레이첼 매런과 프랭크 파머가 이별하기 전 마지막 입맞춤을 나누는 장면, 즉 영화의 끝부분에 등장한다. 영화와 음악 모두 클라이맥스에 달한 후, 새로운 곳에서 새 인생을 살아가는 프랭크 파머의 모습을 끝으로 작품은 마무리된다. 그 부분에 삽입된 이 노래는 오리지널 음원과는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3절은 보컬 없이 반주로만 이루어져 있고, 그 유명한 후렴(“앤 다이아~”)의 모양새도 약간 다르다. 영화의 감동, 떨림을 곱씹기에는 적격이다.


9. I Have Nothing (Live)
1996년 8월 24일, 휘트니 휴스턴은 브루나이 국왕의 장녀인 라스히다 공주의 결혼을 축하하는 비공개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The Bodyguard] 월드 투어와 유사한 세트리스트로 진행된 공연의 실황이 공식 음원으로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창기의 음색보다 한결 굵고 낮아진 목소리에서도 특유의 무시무시한 보컬 운용은 여전하다. 특히 곡의 중후반에서 밴드와 함께 긴장감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전매특허 기술은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하이라이트.

10. Run To You (Live)
본 음반에 수록된 다른 곡의 희소성도 상당하지만, 그중에서도 이 트랙의 존재 가치는 최고 수준이다. 앨범의 정보가 처음 공개되고 이 트랙의 존재를 확인한 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바로 ‘Run To You’가 발매 된 지 25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되는 라이브 실황이기 때문이다. 휘트니 휴스턴이 생전에 이 노래를 라이브로 소화한 횟수는 손에 꼽을 만큼 적다. 항간에는 노래가 워낙 어려워 그조차 부르기를 꺼린다는 낭설이 돌 정도였다.

1994년 9월 28일, 뉴욕의 라디오 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The Bodyguard] 월드 투어 중 부른 노래는 놀라우리만큼 매끈하다. 키를 낮춰 부른 것을 고려해도 여느 때처럼 탁월한 무대다. 당시에 이미 1년 넘게 진행된 투어 스케줄로 인해 힘에 부쳤을 만도 하지만, 피로의 흔적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랜 시간 동안 전설처럼 전해지던 ‘Run To You’의 라이브를 23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마주한다. 감격이다.

11. Jesus Loves Me / He’s Got The Whole World In His Hands (Live)
1994년 4월 17일,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The Bodyguard] 월드 투어 중 한 장면이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던 그는 평소에도 공연 중 신의 은총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하곤 했다. ‘Amazing Grace’ 등 잘 알려진 찬송가를 부를 때도 왕왕 있었다. 그럴 때마다 공연장은 흡사 거대한 예배당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The Bodyguard]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Jesus Loves Me’와 1950년대 영국의 소년 가수 로리 런던(Laurie London)에 의해 명성을 얻은 영가(靈歌) ‘He’s Got The Whole World In His Hands’를 이어 부른 실황을 들으면 그 열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12. Queen Of The Night (Live)
1994년 6월 23일, 필라델피아에서 펼쳐진 [The Bodyguard] 월드 투어의 현장이다. 뉴 잭 스윙의 요소를 대폭 걷어내고 밴드와 브라스, 백업 코러스 위주로 산뜻하게 재편한 ‘Queen Of The Night’는 꽤 색다르다. 원곡의 활기를 극대화한 편곡에 맞춰 힘차게 반복하는 후렴이 객석을 달군다. 참고로 이 트랙은 [I Wish You Love : More From The Bodyguard]가 발매되기 전 가장 먼저 공개되어 대중의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13. I Will Always Love You (Live)
1993년 11월 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The Bodyguard] 월드 투어 중 부른 ‘I Will Always Love You’의 실황이다. ‘I Will Always Love You’의 경우 적잖은 라이브가 남아있지만, 그럼에도 미공개 라이브를 새로 접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연을 찾아준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떠나기 전 이 노래를 부르겠단 말과 함께 첫 소절을 부르자 관객의 호응이 떠나갈 듯하다. 과연 많은 관객이 ‘I Will Always Love You’를 기다린 것이다. 아직 월드 투어의 초반임을 증명하듯 탄탄한 음성과 변함없이 완벽한 라이브가 감동을 전한다.

14. I’m Every Woman (Live)
간혹 남편 바비 브라운(Bobby Brown)과 함께 ‘Something In Common’을 부른 날을 제외하곤, [The Bodyguard] 월드 투어의 마지막 곡은 늘 ‘I’m Every Woman’이었다. 1993년 10월 14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이 공연도 그랬다. 세기의 디바는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는 한바탕의 펑크(funk) 디스코 무대를 끝으로 관객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실로 마지막까지 흐트러짐 없는 라이브다. “Please God bless you! Good night!”을 외치는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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