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지구 사이의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자연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외국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으며 오히려 첨단 기술이 사방에 널려 있기에 매우 세련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유럽에서 연구하면서 가장 좋은 점도 있습니다. 바로 '날것' 그대로이지만, 최대한 그대로 보존하려 하는 클래식한 환경들과 자주 마주한다는 점입니다.
노르웨이 북부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트롬쇠라는 도시였습니다. 북위 70도에 가까운 곳으로, 겨울에는 몇 주씩 해가 뜨지 않는 곳입니다. 학회 첫날 저녁, 발표장을 나와 숙소로 걸어가다가 문득 하늘을 봤습니다. 초록빛 커튼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사진으로는 수없이 봤지만 실물은 처음이었습니다. 발이 그대로 멈췄습니다. 커튼처럼 흔들리기도 하고, 물결처럼 퍼지기도 하고, 기둥처럼 솟구치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서 있었는지 모릅니다. 추위도 그 순간에는 잊었습니다.
오로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이미 대략 알고 있었습니다. 지구 자기장이 태양풍으로부터 우리를 지킨다는 이야기를 앞서 했는데, 오로라는 바로 그 과정의 부산물입니다. 태양에서 날아온 고에너지 입자들이 지구 자기장 대부분의 방향에서는 방어되지만, 자기력선이 대기로 수렴되는 자극 근처에서는 입자들이 대기 안으로 유입될 수 있습니다. 이 입자들이 대기 분자들과 충돌하면서 빛을 냅니다. 충돌을 받은 산소나 질소 원자는 에너지를 흡수했다가 다시 빛으로 방출하는데, 어떤 원자가 어느 고도에서 충돌하느냐에 따라 방출하는 빛의 파장이 달라집니다.
고도 약 100킬로미터 부근에서 산소가 내는 빛이 초록색이고, 200킬로미터 이상에서는 산소가 붉은빛을 냅니다. 질소는 파란빛이나 보라빛을 냅니다. 오로라의 색이 다채로운 것은 고도에 따라, 충돌하는 분자의 종류에 따라 방출하는 빛의 파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물리학적 지식을 알고 있었든 아니든 그 순간은 그냥 아름다웠습니다. 아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풍부하게 느껴진 것 같습니다. 저 초록빛이 100킬로미터 상공에서 산소 원자가 에너지를 받아 방출하는 빛이라는 것을, 저 흔들리는 모양이 자기력선의 방향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것을 반영한다는 것을 알면서 바라보는 오로라는 그것을 모르고 바라보는 것과 같을 수 없습니다. 이전에 하늘이 파란 것을 알면서도 감동받는 이유를 이야기했는데, 오로라는 그 감각을 가장 강하게 실감시켜 준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여러분도 이미 아름다운 오로라가 더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오로라는 지구 자기장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입자들이 자기장에 붙잡혀 대기와 충돌하는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빛입니다. 자기장이 없었다면 오로라도 없었을 것이고, 대기도 서서히 벗겨졌을 것입니다. 화성이 걸어간 길이 그것을 보여줍니다. 자기장을 잃은 화성은 대기가 태양풍에 벗겨지면서 물도 사라졌습니다.
지금 화성의 하늘에서는 오로라 비슷한 현상이 관측되기는 하지만, 지구처럼 선명하고 화려한 오로라는 없습니다. 자기장이 없으니 입자들이 대기 안으로 집중되는 방식이 다르고, 대기 자체도 너무 희박합니다. 지구에서 오로라가 보인다는 것은 이 행성의 내부에서 지금도 다이나모가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만, 오로라를 보기 위한 조건이 있습니다. 자극에 가까운 고위도 지역이어야 하고, 태양 활동이 활발해야 하며, 하늘이 맑아야 합니다. 그리고 빛 공해가 없어야 합니다. 그날 트롬쇠에서는 그 조건들이 모두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그 조건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 그 우연이 지금도 큰 행운으로 느껴집니다.
이후에도 오로라를 볼 기회가 몇 번 더 있었는데 처음과 비슷한 감동이 매번 있었습니다.
같은 현상을 반복해서 봐도 감동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아마 그 현상이 가리키는 것이 너무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태양과 지구 사이의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이 저 빛으로 드러나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