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로 이사오게 되었을 때, Bristol, 어쩐지 익숙한 이름인데? 했다. 어째서 인지는 나중에, 셜록 홈즈 시리즈나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에 지나가듯 언급되는 도시라는 걸 깨닫고 난 후.
브리스톨은 영국-England 두 번째 도시"였"고 (13~18세기), 지금도 런던에서 기차로 영국 서/남부로 이동하려면 지나가게 되는 곳이다. 그냥 Bath바쓰 옆에 있는 동네 아닌가 했는데 항구가 있어서. 노예무역으로 번성했어서 브리스톨의 이 어두운 역사는 곳곳에서 엿보인다. 예를 들면 Colston Hall은 노예 무역상의 이름에서 왔다고 한다 wikipedia. 요즘 그 명칭 바꾸려고 하는 것 같더라만.
브리스톨은 딱히 관광지는 아니다. 옆 동네 Bath 같은 유명 관광 자원이 없기도 하고 (큰 대학- University of Bristol-은 있다). 이 도시는 그 보다는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할 만하다. 2015년에 European Green Capital에 뽑혔고, 여기저기 공원 많고, 언덕도 많고, 구 시가지 쪽으로 오면 작은 부두도 있어서 산책하기 좋다. 영국이라서 회색빛인 건 어떻게 할 수 없지만.
그러니까 여러 가지 의미로 "중간 정도 되네"라고 할 만하다. 번잡함이라던가, 크기라던가. 그런데 의외로 여러 가지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어서 쏠쏠하게 재미가 있다.
Bristol Harbour(브리스톨 항 -이라고 하기엔 작지 않나) 옆의 작은 극장. 카페도 붙어 있다. 2년쯤 전이었나 Le Carre르 카레의 Tinker Tailor Soldier Spy 79년 6부작 드라마 + 2011년 영화를 주말에 이틀에 걸쳐 상영했는데 그 후로 나는 이 극장의 팬이 되었다. 작은 상영관 3개 정도인데 상영작품 선정이 재밌다. 몇 달 전에는 한국 영화 특집 주말. 일하는 사람 중에 한국 영화 팬이 있어서,라고. 첫 작품이 박찬욱의 아가씨였는데 그 팬이 나와서 따로 한국영화+아가씨 소개를 했다. 꽤나 흥겨웠다.
미국 살 때 집 근처 Whole Foods Market에 가면 아이스크림이 큰 냉동고 2개쯤 가득했다. local farm에서 가져온 것도 있었고 하겐다즈 같은 유명한 브랜드도 있어서 1주일에 하나씩은 골라갔는데 영국 왔더니 선택의 여지가 확 줄어서 당황스러웠다. 하겐다즈 럼 레이즌 파는 곳을 찾을 수가 없어... Swoon Gelato는 나 같은 사람에게 한줄기 빛이다. 가격은 좀 비싸다 - 기엔 여기 물가가 있으니 - 지만 맛있어요. 고정 메뉴가 몇 가지 있고 계절마다 바뀌는 메뉴가 있다. 술은 넣으면 확실하게 넣는다 (멋져). 겨울에는 핫 초콜릿도 함께... 머리가 띵할 정도로 당이 올라오는 느낌을 받긴 하지만 가끔은 괜찮잖아요.
이 동네의 단점을 딱 하나 들자면 런던같이 아름다운 서점이 없다, 정도가 되겠다. 웬만한 체인은 다 있다. Park Street에 있는 Oxfarm은 꽤 멋지고 -외갓집 다락방 같은 곳이다 - 그 외에 Waterstones 나 Stanfords 도 있다. 그리고 Foyles. Carbot Circle이라고 쇼핑센터가 있는데 그 안에 있는 작은 서점이다. 여기도 체인이지만 꽤 아기자기하고 점원들의 추천이 취향과 맞을 때가 많아서 자주 간다. 분위기가 밝고 화사한 것도 좋고. 비 오고 흐린 동네에서 화사함은 정말 큰 장점이지 않겠는가.
내가 CEREAL의 글을 읽다가 분노(...)한 이유1. Pinkmans bakery는 있으면서 Hart's bakery를 빼먹었어! Pinkmans도 좋긴 하지만(근처에 있고) 내 마음속에서 Hart를 따라올 수가 없다고. 여기는 Bristol Templemead역 아래에 있는 빵집+카페다. 아침 7시(였나 7시 반이었나)-오후 4시 이렇게 열던가 그래서, 아침 일찍 기차 타야 할 일이 있으면 좀 더 일찍 가서 빵과 커피를 산다. 식사빵도 맛있지만 달콤한 쪽도 꽤 괜찮다. 브라우니 라던가... 아 배고파. 토요일 오전에 가면 아침식사/브런치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와글와글한다.
구 시가지 쪽의 small street (길 이름이다)에 위치한 작은 카페. 나르니아 (나니아, 가 맞겠지만 내게는 나르니아가 익숙해서) 연대기 [마법사의 조카]에 나오는 다락방 아지트 같다, 라는 게 첫인상이었다. 적당히 맛있는 커피에, guest bean도 이곳저곳 바꿔가면서 들여온다. 빵은 Hart's Bakery에서 가져온다. 꽃을 꽤 센스 있게 꽂아서 아침에 보면 기분이 좋다. 이것저것 다 합쳐서 어쨌든 내가 이 동네에서 가장 좋아하는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