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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j Jul 03. 2017

Sarajevo 사라예보

The wide avenues of Austro-Hungarian Sarajevo had gradually given way to the narrow, cobbled footpaths of the Ottoman town, where you could stretch out your arms and almost touch buildings on opposite sides of the way. The buildings were small scale, as if built for halflings, and pressed together so tightly that they reminded me of tipsy friends, holding each other upright on the way home from the pub. 

- People of the Book, Geraldine Brooks


2015년 말쯤,이었던가, 내년(2016년) 여름에 Sarajevo사라예보에 2주쯤 일하러 갈래, 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사라예보. 주입식 교육 덕분에 자동반사로 1차 대전과 사라예보 사태가 튀어나온다. 그다음은 People of the Book, 사라예보 내전 그리고 Sarajevo Haggadah하가다


어쨌거나 기회가 닿았으니 당연히 가야지! 일하러 간 것이어서 하가다를 보러 갈 시간을 낼 수는 없었지만 (미리 예약을 했어야 했고...) 숙소와 일하는 곳이 옛 도시(=관광지) 한복판에 있어서 덕분에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었다. 로컬가이드를 자처해주신 분(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 가장 well-organised, efficient, fashionable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분)이 점심시간마다 여기저기 챙겨 주신 것도 있고. 



호텔로 돌아가면서 이런 곳을 산책하며 다녔다. 멋진 곳이었어...


Stara pravoslavna crkva (Old Orthodox Church)

내가 좋아하는 와인가게로 가볼까요 해서 따라갔더니 도착했던 곳. 여기 수도원에서 와인을 만들고 판매한다고. 허브가 들어간 전통술 (집집마다 레시피가 따로 있다고 한다. 이름을 잊었음)도 있고 - 꽤 독한데 향이 아주 좋아서 무심코 마시게 된다. 허브가 들어있어서 병도 예쁘고. 와인은 레드 한 병만 사 왔는데 후회. 더 샀어야 했어. 

peaceful-quiet-wine

바닥에는 물고기가 헤엄치는 지하수를 볼 수 있는 유리창이 있다. 아 맞다, 그리고 성당. 성당도 예쁘다. 안에 들어가면 금빛으로 반짝반짝한다. 


Baklava Shop Sarajevo

고백하자면, 나는 단 것을 매우 좋아한다. 그러니 한 입 베어 물면 영혼이 녹을 것 같은 바끌라바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이스탄불 가서는 바끌라바와 로쿰 가게를 돌며 매우 행복했다. 

어라 왜 바끌라바 사진은 없지....

Baklava Shop, 우리는 바끌라바를 판다,라고 엄숙하게 선언하는 가게 이름이다. 같이 일하던 사람 중에도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나 보다 더했다!), 맛있는 바끌라바 가게를 찾았어! 한 박스 샀어!라고 하며 또 갈 거야, 하길래 왜 나를 데려가지 않았냐며 따라가서 나도 한 박스 샀다. 당연히 돌아오기 전에 또 한 박스. 이스탄불에서 먹었던 바끌라바와는 좀 다른 풍미. 꽤 큼직한 초콜릿 바끌라바와 사라예보식 커피(=터키/그리스식)가 잘 어울렸다. 오래된 물건들을 늘어놓은 가게는 그 고풍스럽게 낡은 것이 옛날 외갓집 안방 같은 느낌이라 편했다. 



영국에서 온 불쌍한 자들(나를 포함하여)은 사라예보에서 어느 식당을 가나 감격하면서 먹었다. 맛있어! 호쾌해! 싸! 어쩜! 그런 느낌으로. 2주쯤 있다 보니 여기 크림/치즈를 좀 많이 쓰는 것 같아-후추/고춧가루 뿌리고 싶어-따위의 불평도 나왔지만 여전히 끼니때마다 즐거웠다. 점심때마다 동네 맛집으로 안내받았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곳이 - 


Inat Kuca (House of Spite)

19세기 말 도서관과 시청을 짓겠다는 정부(Austria-Hungary)의 요구-협박-에도 꿋꿋이 눌러앉아 있던 집주인이 결국 벽돌 하나하나 뜯어서 강 반대편에 새로 지었다는 집이다. 집주인은 공사 내내 다리 중간에 앉아서 일꾼들이 일하는 걸 지켜보았다고 한다 "this proud symbol of Bosnian stubbornness". 지금은 식당이 되었다. 내부에는 그 시대 인테리어와 물건이 그대로 남아있다. 날씨가 좋아서 우리는 바깥 테라스에서 

이렇게 호쾌하게 구운 가지를 

이런 경치를 보면서 먹었다.




Spite house

The book of exodus (in Chronicles, by Geraldine Br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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