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해지는 마음
오늘도 학교에서 친구와 다투었다는 아이에게 어김없이 화를 냈다.
왜 엄마와 약속을 안 지키냐며, 매일 약속해도 왜 지키지를 못하냐며.
어려운 게 아님에도 너는 왜 매일 약속을 어기냐며.
"내일부턴 진짜 안 싸울게, 정말이야, 진짜야!"
집에 돌아온 아이는 맑고 순수한 눈으로 내게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충분히 반성을 하였다며
내일은 다신 그러지 않겠다고 말한다.
학교로 나서는 아침, 나는 매일 아이와 약속한다.
친구와 싸우지 않기.
울지 않기.
나쁜 말(욕) 하지 않기.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자리에 착석하기.
선생님 말씀을 잘 듣기.
ADHD인 아이가 순조롭게 이 약속들을 다 지키며
올바른 학교생활을 할 것이란 기대를 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단 1개라도 지킨 아이에게,
학교 하교 후 학원을 들려 저녁 6시가 다 되어 집에 온 2학년 아이에게
오늘도 고생 많았다고 수고했다고, 오늘은 1개를 지켰으니 내일을 2개를 지켜보자고
폭풍 같은 칭찬을 해도 모자를 판국에
나는 또다시 오늘은 어떤 약속을 어겼는지, 왜 어겼는지 물어보며 아이를 다그친다.
"그래도 하나는 지켰어!"
"오늘은 울지 않았어!"
아이는 또렷한 표정으로 억울하단 듯이 눈썹을 찡그리며 말한다.
나는 또 머리를 부여잡고 아이 앞에서 한숨을 쉬었다.
아이는 그런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약속 하나를 지켰으니까 오늘 게임 30분만 할 수 있어?"
라고 물어보는 아이에게
"너는 이 와중에 게임이 하고 싶니? 약속을 또 어겼잖아! 도대체 몇 번째니!"하고
소리를 지른 뒤에야 동그랗고 까만 눈에 눈물이 그렁거리는 것을 보았다.
ADHD 관련 수많은 상담을 받고 책을 읽고 관련 유튜브를 보며 나는 분명 다르겠노라.
정서적으로 아이를 대하겠다고 언제나 다짐했다.
하지만 그 다짐은 전부 가짜다.
한순간에 깨지는 건 언제나 아이가 아닌 나였다.
ADHD 아이 보다도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건 바로 '나'라는 것에 좌절과 죄책감이 밀려온다.
내가 이 아이의 부모가 될 자격이 있을까.
언제나 선생님의 말에 다른 학부모의 시선에 전전긍긍하는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
맨 처음 ADHD 진단을 받고 의연했던 나 자신은 이미 어딘가로 자라지고 없다.
하루라도 조용히 넘어가는, 평범한 일상만을 바라는 나약한 존재만 남았다.
강하고 뚝심 있게 아이를 리드하고 나의 길을 가야 하는데
나는 잎이 다 떨어진 마른 나뭇가지처럼 자꾸만 휘고 흔들린다.
ADHD 아이와 구체적으로 약속하고 지키는 노력 하기.
땡땡 친구와 싸우지 않기.(그중 자주 싸우는 친구)
쉬는 시간 끝날 때 울지 않기.(막연하게 울지 않기 말고.)
바보야, 돼지야 하지 않기.(자주 쓰는 불편한 단어 언급)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자리에 착석하기.(정확한 지시)
수업시간에 큰 소리로 웃거나 떠들지 않기.(구체적인 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