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인 Aug 17. 2021

고민을 해결해주는 마법의 책

신념을 가져라

평소 엉뚱한 말을 자주 하는 서아가 쉬는 시간에 작은 책을 불쑥 내밀었다.


  “쌤, 고민 있으세요?”

  “고민이야 늘 있지? 왜?”

  “고민을 말해보세요. 이 책이 해결해줄 거예요.”


  서아가 건넨 책은, 모두가 알다시피 고민에 대해 말하고 책장을 펼치면 그 안에 짤막한 해답이 있는 고민 해결서 같은 것이었다. 마치 포춘쿠키처럼. 이상한 생각이지만 서아가 그 ‘마법의 책’과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쌍꺼풀이 짙은 눈과 양갈래 머리, 망토를 연상시키는 빨간색 스카프가 달린 검은 색 원피스, 게다가 강단 있는 목소리는 어쩐지 꼬마 주술사처럼 보였으니까. 내가 고민을 말하기도 전에 서아의 책을 보고 금세 어린이들이 몰려들었다. 나는 어느새 뒷전이 되었고 어린이들은 자신의 고민을 나열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잠시만. 고민을 막 이렇게 툭툭 말해도 되는 거야 얘들아?


  오랫동안 차례를 기다린 하은이가 서아 앞으로 다가갔다. 서아는 모든 걸 다 간파하고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하은이에게 물었다.


  “고민.”

  “학원을 너무 많이 다녀서 그만 다니고 싶어.”


  하은이는 정말 온 세상의 짐을 진 표정이었다. 하은이는 총 다섯 개의 학원을 다녔다. 논술, 영어, 수학, 미술, 피아노. 서아가 하은이에게 책을 건네주자, 하은이는 눈을 질끈 감고 책을 펼쳤다. 그리고는 문장을 한참 들여다봤다. 그리곤 내게 구원의 눈짓을 보냈다.


  “쌤. 침묵이 뭐예요?”

  “뭐라고 나왔는데?”

  “……침묵하래요.”


  책을 건네받고 문장을 보니 정말 딱 네 글자 적혀있다. ‘침.묵.하.라’. 나는 웃음이 비어져 나오는 걸 참아내고 대답한다.


  “조용히 하라는 거야.”


  내 대답을 듣자마자 모두가 웃음이 터져버렸다. 하은이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금세 머쓱한 듯 웃었다. 한참을 시끌벅적하게 하고 있으니 늘 곧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채영이가 숙제를 펼치며 한 마디를 얹었다.


  “고민은 그냥 친구들이랑 서로 얘기하고 들어주는 게 최고야.”


  역시 채영이다운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그럼, 하며 내가 고개를 끄덕일 동안 서아는 채영이에게도 다가갔다. 그리고 물었다. ‘너도 고민 있어?’ 채영이는 바로 대답했다. ‘언제 내 방이 생길까.’

  모두의 고민을 들었을 즈음, 서아는 다시 내게 왔다. 아직 내가 고민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던 것이다.


  “쌤. 그래서 고민이 뭐예요?”

  “내 고민은,”


  어떻게 하면 부지런하게 살 수 있을까. 왜 나는 운동을 꾸준히 못하는 걸까. 언제쯤 집에서 독립할 수 있을까. 과소비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커피를 마시면 매일 탈이 나면서 왜 자꾸 커피가 당기는 걸까. 그리고……


  “이 일을 계속해도 괜찮을까?”


  서아가 책을 건넸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책을 펼쳤다. 책장 안에 있던 반듯한 여섯 글자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신념을 가져라.”

매거진의 이전글 얼굴이 귀한 시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