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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지 Jul 26. 2024

우울한 사람에게 도움이 안 되는 말

우울증

혹시 주변 친구나 가족이 "나 우울증이야..."라고 털어놓으며 마음의 고통을 표현할 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망설여 본 적이 있나요? "힘내"라는 말 한마디 외에는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더라, "야 기운 내, 다 잘 될 거야."라는 말. 모두 다 좋은 마음에서 전한 이런 말이 그들에게 큰 위로가 되어 해결해 주면 좋겠지만, 우울증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우울증은 단순히 격려의 말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하고 깊이 있는 문제로 봅니다.


우울증은 단순한 슬픔이나 일시적인 기분 저하가 아닙니다. 마치 깊고 어두운 터널 속을 홀로 걸어가는 것과 같은 고통스러운 경험이고, 당신의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우울증의 원인과 증상은 다양해서 서투른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대수롭지 않게 던진 위로의 말이 우울증 환자의 결점이나 나약함을 더욱 부각하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끼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을 내밀고 싶지만, 때로는 그 선의가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기에, 오늘은 우울증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을 정리해 봅니다.


우울증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말들  


"긍정적으로 생각해"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어"
“상황을 받아들여” 또는 “긍정적으로 생각해”라는 말은 상대의 상황을 하찮은 것으로 묵살하는 표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울증은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깊은 수면을 방해하는 등 일상생활을 망치는 심각한 질환입니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궤적을 벗어나 허우적대고 있는 사람에게 별일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울증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환자에게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힘내"

“힘내!”라는 말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기운을 차리라는 위로의 말이 될 수 있지만, 견디기 너무 힘든 상황에서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더욱 분발하라는 말과 비슷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우울증 환자가 스스로 힘을 낼 수 있었다면, 벌써 기운을 차렸을 것입니다. 심각한 상황에서는 위로의 말을 던지기보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정말 힘들었겠다”는 정도의 따뜻한 호응을 해주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울증 환자의 힘든 상황을 인정하는 자세에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너보다 더 안 좋은 상황에 있는 사람도 있어”

이 말은 우울증 환자뿐 아니라, 가벼운 우울감을 겪는 사람에게도 해서는 안 되는 말입니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얻는 에너지는 그다지 긍정적이지도 오래가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고방식을 강화하는 말은, 반대로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더 좋은 환경에 있는 사람을 보며 박탈감을 느끼는 성향이 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력이 약하다니깐..."

혹시나 이런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려고 한다면, 우선 우울증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합니다. 우울증은 절대 신경이나 정신력이 약해서 걸리는 병이 아닙니다. 신경이 약한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우울증 증상의 하나입니다. 원인이 아니라 결과와 현상일 뿐입니다. 환자에게는 이런 말이, 자신을 부정하는 것처럼 들릴 뿐입니다.


사고방식을 밀어붙이는 말 "여행을 가봐" "영화를 봐" "운동해 봐"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여러 가지 제안을 하는 것이, 환자에게는 무척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환자에게, '기분전환 삼아 여행이나 다녀와'라든지, '밖에 나가서 영화라도 좀 보고와'라든지, 혹은 불필요하게 참견을 하는 경우도 있지요. 하지만 이러한 제안들은 환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언제까지 집에서 뒹굴고 있는 환자의 모습을 계속 지켜보는 것이 답답해서 그런 경우가 많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임상적으로 우울증 상태에서는 일상적인 활동조차도 힘들게 느껴지기 때문에, 운동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줄 수 있습니다.



"어떤 마음인지 잘 알아"  

공감은 큰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상대방이 놓인 입장을 잘 알지 못하면서 공감하는 자세를 보이면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우울증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사정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냥 말을 들어주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또한 우울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그 경험을 공유해서 상대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단 우울증에 걸린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한 만큼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아서는 안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야"

우울증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적절한 치료와 지지가 필요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야"라는 말은 그들에게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임상적으로 우울증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그렇다면. 우울증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말은 뭐가 있을까요?


1. 넌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어
우울증에 걸리면, 앞으로도 계속 어둡고 힘든 날들이 이어질 것만 같습니다. 자신이 도움 받을 자격이 없다고 느껴지면 더 그렇습니다. 결국엔 우울증 약을 끊고, 의사를 만나지 않으려 합니다. 주변에서 지속적인 치료를 권하고, 도움을 받으면 분명 나아지리란 걸 상기시켜야 합니다.

2. 같이 병원에 / 상담실에 가줄까?
팔이 부러졌을 때처럼, 우울증도 병원에 가야 하는 병이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원이나 상담실 예약을 잡고 함께 가준다면 큰 도움이 됩니다.

3. 네가 필요할 때 항상 옆에 있어줄게
종종 말없이 가만히 있고 싶다고 해서 그것이 완벽히 혼자가 되길 원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겠지만, 단지 ‘네가 필요할 때 옆에 있을게’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때론 굳이 대화를 하지 않고 조용히 한 방 안에서 다른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혼자가 아니란 느낌이 들게 해 줍니다.

4. 넌 멋진 사람이야
우울증에 걸리면 자신이 쓸모없이 느껴집니다. 다른 사람이 모두 자신을 비난한다고 착각합니다. 세세한 이유를 들어 칭찬하고 ‘그래서 네가 좋다’고 말해준다면 도움이 됩니다.


5. 약 챙겨 먹었어?
모든 우울증 환자가 약을 먹는 건 아니지만, 어떤 사람에겐 이것이 생명줄과도 같습니다. 우울증 환자들은 걷잡을 수 없는 우울함에 빠졌을 때 약 먹는 것을 종종 잊습니다. 약을 먹었냐고 자꾸 묻는 건 귀찮긴 해도 분명 도움이 됩니다. 우울증 약을 먹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하루의 일과 중 하나로 느껴지게 합니다.

6. 같이 좀 걸을까?
절대 우울증 환자에게 ‘넌 집에서 좀 나와야 해’라는 말을 하지 마세요. 그들에게 이건 엄청나게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믿을만한 친구와 함께라면 외출이 조금 쉬워지고, 우울증 증상도 개선될 수 있습니다.


7. 내가 뭐 도와줄 거 없어?
어떤 날은 잠에서 깨는 것도, 옷을 입는 것도, 밖으로 나가는 것까지 마라톤처럼 힘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따뜻한 음료를 사준다거나 귀찮은 일을 대신해주는 것은 간단하면서도 좋은 도움 방식입니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에게는 말보다 행동이 더 큰 위로가 됩니다. 주위에 우울증 환자가 있다면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위로의 말을 건네게 되겠지만, “그렇구나, 힘들었겠다” 이상의 말 대부분은 큰 도움이 되지 않고 그저 함께 있어 주고 상대가 겪는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 차라리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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