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명상을 믿는 이들의 인지부조화
요즘 SNS에서 떠들썩한 일이 있었습니다. 60만이나 되는 구독자를 가진 유명 명상 유튜버가 성추행 혐의로 고발당했다는 뉴스 말입니다. 처음엔 그냥 지나칠 뻔했는데, 제 내담자 중 한 분이 그 유튜버의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박사님, 이 사람 봤어요? 망상과 환청을 치료하는 명상법이래요. 세상에 별 사람 다 있네요!"
솔직히 처음 들었을 때는 저도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망상과 환청을 명상으로 치료한다니, 말이 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우스운 일로 넘길 수 있는 문제일까요?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 사회의 심각한 문제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런 황당한 주장을 믿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게 더 큰 우려로 다가왔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여기서 우리는 '인지부조화'라는 심리학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지부조화란 뭘까요? 쉽게 말해, 우리 머릿속에서 서로 안 맞는 생각들이 부딪칠 때 느끼는 불편함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종종 현실을 왜곡하거나 재해석하려고 합니다.
그 유튜버를 진심으로 믿고 따르던 팬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요. 어느 날 갑자기 그들이 존경하던 인물이 성추행 혐의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이때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내가 잘못 봤나?", "이 사람을 믿은 내가 바보였나?", "그동안 내가 헛된 것을 쫓아다녔나?"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겁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너무나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자신의 판단력에 대한 의심, 시간과 노력을 허비했다는 후회, 그리고 믿었던 대상에 대한 실망감 등이 한꺼번에 밀려오니까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 고통을 피하기 위해 다른 방식의 생각을 선택합니다. "아니야, 이건 분명 누군가의 음모일 거야", "그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꾸며낸 거겠지", "언론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 등등의 생각을 하는 거죠. 이렇게 생각하면 자신이 믿던 대상에 대한 신뢰를 유지할 수 있고,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여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심리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습니다.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속담 들어보셨죠? 바로 이런 현상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우리는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은 더 잘 보고, 믿기 싫은 것은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번 어떤 믿음을 갖기 시작하면, 그 믿음을 바꾸는 것이 정말 어려워집니다. 심지어 그 믿음과 반대되는 명백한 증거가 눈앞에 있어도 "아냐, 그럴 리가 없어"라고 부정하기도 하죠.
우리의 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것을 피하려는 본능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자신이 오랫동안 믿어온 것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건 엄청난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거든요. 그래서 차라리 현실을 왜곡해서라도 자기 믿음을 지키려고 하는 겁니다.
이런 현상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치료법이 무비판적으로 퍼질 수 있고, 범죄 행위에 대한 사회적 책임 추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요.
그래서 우리는 항상 비판적 사고와 자기 성찰의 자세를 유지해야 해야 합니다. “이게 정말 맞는 걸까?", "혹시 다른 시각은 없을까?", "이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 이렇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특히 건강이나 치료에 관한 정보를 접할 때는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그게 과학적으로 증명된 건지, 전문가들은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꼭 확인해 보세요.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위험합니다.
결국 이 모든 이야기의 핵심은 이겁니다. 우리 모두 완벽할 순 없어요. 때론 실수도 하고, 잘못 믿기도 하죠. 하지만 그걸 인정하고 배우려는 자세, 그게 정말 중요합니다. 그래야 우리 개개인이, 그리고 우리 사회가 조금씩 더 나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그 유튜버 이야기는 단순히 "별 사람 다 있다"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작은 편견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 이 모든 것들이 연결된 더 큰 이야기인 듯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모두 계속해서 배우고, 성장하고, 더 나은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해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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