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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지 Oct 09. 2024

현대 사회가 던지는 가장 큰 역설

행복의 미로, 페르소나

한밤중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끝없이 스크롤을 내리는 시간의 반복, 친구들의 화려한 휴가 사진, 동료의 승진 소식, 지인들의 행복해 보이는 가족 모습. 이런 게시물들을 보고 나면 왠지 모를 공허함이 밀려오지는 않으신가요? 이게 바로 현대 사회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큰 역설, '행복의 미로'입니다.


현대 심리학은 인간 정신의 복잡성, 특히 자아 인식과 행복 추구 과정에서 작용하는 다양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집중적으로 연구합니다. 이는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이 아닌 현 시대의 가장 큰 역설, 즉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정신적 빈곤을 겪는 현대인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20세기 중반 이후, 사회는 급격한 경제 성장과 기술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은 크게 증가했지만, 정작 사람들의 행복 지수는 그에 비례해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울증, 불안장애, 번아웃 증후군 등 정신 건강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많은 사람들은 행복의 근원을 외부에서 찾으려 합니다. 더 좋은 직장, 더 높은 연봉, 더 넓은 집. 하지만 이런 것들을 얻고 나면 정말 행복해질까요? 아니면 새로운 욕망의 굴레에 빠지게 될까요? 심리학에서는 이를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새로운 것을 얻을 때마다 일시적인 행복을 느끼지만, 곧 그 상태에 적응하여 다시 원래의 행복 수준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또 다시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마치 쳇바퀴를 도는 쥐처럼 말이죠.


우리는 무의식중에 타인의 삶을 자신의 가치 척도로 삼고, 끊임없는 비교의 함정에 빠집니다. 인간은 자신의 의견과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문제는 SNS와 같은 현대 기술이 이런 비교를 과도하게 조장한다는 점입니다. SNS는 이런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화면 속 완벽해 보이는 타인의 삶과 자신을 비교하며,  점점 더 진정한 자아로부터 멀어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SNS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타인 삶의 하이라이트 릴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가장 좋은 모습, 가장 행복한 순간만을 공유합니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이를 그들의 일상적인 삶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모든 순간과 비교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필연적으로 자존감 하락과 불행감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겁니다.


심리학자 칼 융은 "현대인은 자신의 그림자를 보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그림자'란 인정하기 싫어하는 자아의 일부, 즉 약점, 결점, 어두운 면을 의미합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내면에서는 공허함과 불안이 자리 잡고 있진 않으신가요? 표면적으로는 원만한 대인관계와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는 듯 보이지만, 고독한 순간에는 우울과 열등감에 시달리는 이중성을 경험하게 됩니다. 진정한 자아와의 괴리가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페르소나'를 쓰도록 강요받습니다. 페르소나는 개인이 사회에서 보여주는 얼굴, 즉 사회적 자아를 의미합니다. 직장에서의 페르소나, 가정에서의 페르소나, SNS에서의 페르소나 등 우리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페르소나를 사용합니다. 사회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문제는 이 페르소나에 지나치게 몰입하여 진정한 자아를 잃어버리는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미로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답은 의외로 단순할지도 모릅니다. 바로 진정한 나의 내면을 보기를 선택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겁니다. 사회적 가면을 벗고 본질적 자아를 탐색하는 용기가 필요하겠지요. 내면의 감정을 솔직히 인정하고 수용하는 과정, 이것이 진정한 행복과 자아실현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자기 수용은 이 여정의 핵심입니다. '다 잘 될 것이다~' 라는 단순하고 맹목적인 긍정주의와는 다릅니다. 자신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까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성장의 기회로 삼는 태도를 말하는 겁니다. 완벽하지 않은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기 수용의 시작입니다. 


자아와 행복에 대한 인식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닙니다. 삶의 각 단계에서 우리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아를 재정의하고 행복의 의미를 재해석하게 됩니다. 20대의 행복과 50대의 행복이 같을 수는 없겠지요. 인간은 전 생애에 걸쳐 단계별 발달 과업을 겪게 되고 각 단계마다 우리는 새로운 도전과 위기를 맞이하고, 이를 극복하면서 성장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각 단계에서 진정으로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건강한 대인관계 역시 자아 인식과 행복 추구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관계는 SNS 속 수백 명의 '친구'가 아닙니다. 진정성 있는 소통과 상호 지지가 가능한 깊이 있는 관계를 말합니다.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저서 '플로리시(Flourish)'에서 진정한 행복을 위한 5가지 요소(PERMA)를 제시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관계(Relationships)'라고 강조할 만큼, 건강하고 지지적인 관계는 안정감과 소속감을 제공하며, 스트레스와 우울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자아실현과 행복 추구는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 의미를 지닙니다. 한 개인의 성장과 행복은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마치 물결처럼 퍼져나갑니다. 그리고 결국 사회 전체의 웰빙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이를 '행복의 전염성'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한 사람이 행복해지면 그 주변의 친구, 가족, 이웃들도 행복해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듯 각자의 심리적 건강과 행복 추구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책임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행복의 미로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적 방법들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몇 가지 핵심적인 접근법이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들은 단순히 이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꾸준히 실천할 때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첫째, 메타인지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사고 과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마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관찰하는 것입니다. 마치 높은 곳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과 같습니다. "왜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이 상황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나의 이런 행동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명상과 마음챙김 훈련입니다. 매일 10분씩이라도 조용히 앉아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거나, 신체의 감각을 천천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연습은 마음을 맑게 하고, 순간순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더 잘 알아차릴 수 있게 해줍니다.


둘째, 자신의 가치관과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정보와 기대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부모님의 기대, 사회의 성공 기준, 친구들의 삶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살아가다 보면, 정작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리기 쉽습니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10년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위해 가치 목록을 작성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가족, 건강, 성장, 창의성, 자유 등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들을 나열하고 우선순위를 매겨보세요. 그리고 이러한 가치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보세요. 이렇게 설정된 목표는 단순한 성공이나 인정을 넘어,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의 방향을 제시해줄 것입니다.


셋째, 성장 마인드셋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장 마인드셋이란 우리의 능력과 지능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노력과 학습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 사고방식을 말합니다. 이러한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여기며,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장합니다. 성장 마인드셋을 기르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고정 관념을 인식하고 도전해야 합니다. "나는 이런 일은 잘 못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아직"이라는 단어를 덧붙여보세요. "나는 이런 일은 아직 잘 못해"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습니다. 또한,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노력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넷째, 감사하는 마음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사는 현재 순간에 집중하게 하고, 이미 가진 것들의 가치를 재인식하게 해줍니다. 매일 밤 잠들기 전, 그날 있었던 작은 행복이나 고마웠던 일들을 떠올려보세요. 가족의 따뜻한 말 한마디, 맛있게 먹은 점심, 길에서 만난 귀여운 강아지 등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도 감사할 수 있습니다. 감사 일기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매일 세 가지씩 감사한 일을 적어보세요.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일상에서 감사할 거리를 더 쉽게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긍정적인 시각을 기르고 행복감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완벽주의의 함정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높은 기준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려는 강박은 오히려 지치게 하고 행복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완벽한 결과보다는 성실한 과정에 의미를 두세요.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기회로 삼으세요.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는 연습을 해보세요. 때로는 '충분히 좋은' 상태에서 멈출 줄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모든 일에 100%를 쏟을 필요는 없습니다. 80%로도 충분한 일이 있다면, 그 정도에서 만족하고 나머지 에너지는 다른 중요한 일에 쓰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들을 일상에서 꾸준히 실천한다면, 점차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진정한 행복과 만족을 찾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행복의 미로를 헤매는 것이 아니라, 그 미로 자체를 즐기는 여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완벽한 삶은 없지만, 의미 있고 충만한 삶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열쇠는 바로 우리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그것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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