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성장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양육
아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자랍니다. 한밤중에 깨어나 "엄마, 무서워요"라고 속삭이기도 하고, 새로운 환경에 들어설 때면 부모님의 손을 꼭 붙잡기도 합니다. 특히 기질적으로 조심스럽고 신중한 아이들은 '만약에...'라는 생각을 자주 하며,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에 대해 걱정하기도 하지요. 새 학기가 시작될 때면 "친구들이 날 좋아하지 않으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거나, 체험학습을 앞두고 "길을 잃어버리면 어떡하지?"라며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지만, 사실 불안은 사실 우리 몸과 마음의 중요한 신호등과 같습니다. 마치 비가 올 것 같을 때 우산을 준비하게 되고, 위험한 상황이 예상될 때 조심하게 되는 것처럼, 불안은 우리를 보호하려는 자연스럽고 소중한 감정입니다. 아이들의 불안은 때로는 그들의 예민한 관찰력과 깊은 사고력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불안이 아이의 일상생활을 심하게 방해하거나 지나친 위축으로 이어진다면, 우리는 조금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학교 가는 것을 극도로 거부하거나, 친구들과의 놀이를 완전히 피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면 이는 도움이 필요한 순간일 수 있습니다. 특히 첫아이나 외동인 경우, 또는 부모님의 교육 수준이 높은 가정에서 아이의 불안이 더 자주 관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마도 부모님의 높은 기대와 관심이 때로는 아이에게 부담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과잉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 실패를 크게 두려워하는 아이들, 그리고 어려운 경험을 했던 아이들에게서도 높은 불안이 나타납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이런 아이의 모습에 마음 아파하며 동시에 혼란스러워합니다.
"이대로 두면 우리 아이가 더 약해지는 건 아닐까?",
"다른 아이들은 잘 극복하는데 우리 아이는 왜 이럴까?",
"언제쯤 이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너무나 당연합니다. 더구나 부모님 자신도 불안이 많은 성향이라면, 아이의 모습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발견하며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 있지요.
잠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요?
불안이 많은 아이들은 대개 매우 섬세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나며, 책임감도 강합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읽고, 친구가 울고 있으면 먼저 다가가 위로해 주며, 약속한 일은 꼭 지키려 노력하지요. 숙제나 준비물도 빠뜨리지 않고 챙기며, 새로운 상황에서도 신중하게 판단하려 합니다. 이러한 특성들은 적절히 다듬어지면 인생의 큰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불안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공감과 수용에서 시작합니다. 단순히 아이의 모든 불안에 "그래, 그래"하며 맞장구치는 것을 말하는게 아닙니다. (워낙 그랬구나~ 의 구나체 라고 하나요. 이렇게 대답만 해주는게 공감이 아니라는 겁니다) 대신,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자신의 불안과 마주하고, 이를 조절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친구들이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할 때,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야"라고 일축하는 대신 "그런 생각이 들어서 걱정이 들었구나. 혹시 친구들이 너를 싫어한다고 생각하게 된 특별한 일이 있었니?"라고 물어보세요.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현실적인 상황을 살펴보고, 대처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겁니다.
또 불안한 상황에 대처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함께 찾아보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 발표가 걱정된다면 집에서 가족들 앞에서 먼저 연습해 보거나,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이 불안하다면 먼저 한 명의 친구와 친해지는 것부터 시작해 볼 수 있지요. 이런 작은 성공 경험들이 쌓이면 아이는 점차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키워갈 수 있습니다.
조심해야 할 것은, 과도한 안심주기로 그 상황을 넘어가게 하려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 "다 괜찮을 거야"라는 말을 계속 들으면 아이는 오히려 자신의 감정이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불안할 때 스스로를 달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세요. 심호흡하기, 좋아하는 노래 흥얼거리기, 달리기나 점프하기 같은 운동하기 등 아이만의 특별한 '불안 다루기' 도구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여기서도 굉장히 중요한 것은 부모님도 자신의 불안을 돌보는 것입니다. 불안은 전염되기 쉽습니다. 부모가 지나치게 걱정하고 불안해하면 그 에너지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엄마, 아빠도 가끔 불안할 때가 있단다. 그럴 때는 이렇게 해보면 도움이 되더라"라고 이야기하며, 불안에 대처하는 건강한 모델이 되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힘들거나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도움을 받는거는 부모로서의 실패를 의미하는게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지요. 전문가는 아이의 불안이 어디서 오는지,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지에 대한 전문적인 조언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불안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것입니다. 어떤 날은 잘 극복하다가도 다른 날은 다시 어려워할 수 있습니다. 실패가 아닌, 성장 과정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것도 기억해야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이 부모라면, 여러분의 아이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것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불안 속에서도 매일 조금씩 도전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용감하고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함께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은 자신의 불안을 이해하고 다룰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으로 성장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부모님들도 함께 성장하고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불안은 극복해야 할 약점이 아닌, 우리를 더 깊이 있게 만드는 소중한 경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