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에 오기 전 미리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일반적으로 감정은 우리가 경험하는 일에 대한 반응으로 여겨진다. 이는 인식이 감정보다 선행한다는 입장을 반영하며, 감정은 우리의 생각, 신념, 상상에 대한 반응으로서 우리의 환경에 대한 반응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식이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감정 또한 우리의 경험을 형성한다.
사람들은 종종 감정에 대해 몇 가지 오류를 범한다.
첫째, 특정 감정을 부정적이거나 나쁘다고만 여기는 것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부정적인 것을 멀리하려 한다. 예를 들어, 나쁜 소식을 듣고 이를 생각하지 않으려 하거나, 불쾌한 감정이 들면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경향을 '무드 쉐임(Mood Shame)'이라 부르며, 이는 부정적이고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실패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반영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걱정, 분노, 슬픔 같은 감정을 피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인 감정도 인간에게 유익할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을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정신적 및 신체적으로 더 건강해지고 성숙해질 수 있다. (*물론,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와 같은 감정 장애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불안감을 느낀다면, 이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불안은 주의력을 높이고 집중하게 하여 프로젝트 준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느끼는 기쁨은 노력의 결실을 알려주며, 자신감과 만족감을 통해 자기 효능감을 증진시킨다. 슬픔은 상실이나 실패를 겪었을 때 이를 충분히 표현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돕는다. 분노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자신을 방어하고 상황을 개선하려는 동기를 부여한다.
둘째, 감정을 지나치게 분석하려는 것이다. 감정은 그 자체로 중요한 신호이며, 우리의 내면 상태와 외부 상황에 대한 반응을 나타낸다. 모든 감정은 고유한 이유와 목적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다루는 것은 정신적 건강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감정이 옳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감정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대표적인 기본 감정으로는 기쁨, 슬픔, 분노, 두려움, 혐오, 놀람 등이 있으며, 이러한 감정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되어 더욱 미묘한 감정 상태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기쁨은 만족, 행복, 즐거움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분노는 짜증, 화, 격노로 표현될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이론이 발전해 왔다.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라고 말하며, 감정이 신체 변화를 유발한다는 기존 통념과 반대되는 주장을 했다. 제임스-랑게 이론(James-Lange Theory of Emotion)은 감정이 신체적 반응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우리는 먼저 자극에 대한 신체적 반응을 하고, 그 반응을 인식하면서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반면, 캐논-바드 이론(Cannon-Bard Theory of Emotion)은 감정과 신체적 반응이 동시에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에서는 자극이 발생하면 우리의 뇌가 동시에 감정을 경험하고 신체적 반응을 일으킨다고 본다.
감정의 기능적 관점에서 보면, 감정은 생존과 번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진화 심리학에서는 감정이 생존을 위한 적응 메커니즘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두려움은 위험을 피하고 생명을 보호하도록 경고하며, 기쁨은 긍정적인 행동을 강화하고 사회적 유대감을 증진한다. 혐오는 유해한 음식이나 환경을 피하게 하여 건강을 지킨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모든 감정이 옳다는 것이다. 감정을 지나치게 분석하거나 억누르려 하기보다는, 그 감정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의 아이리스 마우스(Iris Mauss) 교수는 1,00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감정 수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우울증과 불안 증상을 더 자주 보였으며,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도 낮았다. 반대로, 부정적인 감정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더 건강한 경향을 보였다.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려는 시도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과 자신에 대한 수치심을 증가시킬 수 있다. 한 이탈리아 철학자는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려 한다면 그 대가로 더욱 강한 감정에 휩싸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그 가치를 인식한다면, 삶에 대한 통제감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감정을 이해하고 다루는 데 중요한 것은 감정이 나타나는 이유와 그것이 가리키는 방향을 인식하는 것이다.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그 감정을 수용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개인의 가치관이나 기대, 외부 환경에서의 부당함에 대한 반응일 수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정서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의 핵심이다. 정서 지능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며, 이를 적절하게 표현하고 조절하는 능력이다. 정서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감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며, 대인 관계에서도 더 건강하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모든 감정은 옳다. 감정은 우리의 삶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며, 그 나름의 이유와 목적을 지닌다.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은 정신적 건강과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감정은 우리의 내면적 상태를 반영하고 필요한 행동을 촉구하는 중요한 신호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감정에 대한 이해와 수용은 개인의 성장과 행복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잊지 말자.
부정적인 감정이 몰려올 때 그것을 다스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에 이름표를 달아주는 것만으로도 전두엽이 편도체의 감정적인 반응을 진정시킬 수 있다. 불확실한 감정 상태를 경험하고 있을 때 그 감정에 이름을 달아줌으로써 불확실성을 줄이고,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으며,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고, 상징화를 통해 감정적으로 거리감을 둘 수 있다. 이를 통해 특별히 다른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감정 조절 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흔히들 감정 조절이라고 하면,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감정을 불러일으킨 자극으로부터 떨어져 나가게 하는 것을 생각하기를 쉬이 선택하지, 스스로의 감정에 대해서 집중을 해 보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런 순간에 스스로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이름을 붙이는 것 역시나 감정 조절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감정에 이름 붙이기 affect labeling’를 통해 마음을 알아보자.
감정에 이름 붙이기는 스스로의 감정을 그대로 이름 붙인다든지 (예: “나는 지금 깜짝 놀랐어.”) 감정을 자극하는 것에 이름을 붙이는 것 (예: “저 사람이 화가 났어.” “저건 피야”)이다. 그리고 감정에 이름 붙이기는 말로 할 수도 있고, 글로 쓸 수도 있고, 감정 카드 같은 제시된 여러 가지 감정 중에서 고를 수도 있다.
인간의 기본 감정은 기쁨, 슬픔, 분노, 경악, 두려움, 혐오, 경멸이다. (불안은 분노와 두려움 사이의 감정 상태다.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은데 그 일이 일어나면 ‘경악’을 느끼고, 이길 수 있으면 분노를 더 느끼고, 이길 수 없으면 두려움을 더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을 인식하는 데는 여러 단계가 있다.
먼저 신체적 반응이다. 상담실에서 자신의 감정,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감정 상태와 관련된 신체적 변화를 설명해 달라고 한다. 호흡이 가빠오는지, 가슴이 뛰는지, 입이 마르는지, 눈물이 고이는지, 주먹을 쥐거나 눈을 부릅뜨게 되는지, 속이 울렁거리는지, 얼굴을 찡그리게 되는지 등. 그 신체적 변화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연결하면 적절한 감정을 추측할 수 있게 된다.
그다음은 행동반응이다. 좋으면 더 다가갈 것이고, 싫거나 아프면 멀어진다. 이어서 단일감정을 느끼는 상태에 도달한다. 기쁘다, 슬프다 등 내 감정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혼합된 여러 감정을 느끼는 단계로 넘어간다. 기쁘면서도 슬프고, 혐오스러우면서도 안타까운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다. 다양한 감정요소를 잘 인식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마지막에는 상대방의 혼합된 감정을 인식하게 된다. 나의 복잡·다양한 감정뿐 아니라, 내 감정의 이해를 통해 상대방의 복잡·다양한 감정 상태를 추측할 수 있는 단계다. 서두에 제시한 반응이 그 단계를 설명해 준다.
내 감정에 정확한 이름표를 붙이고 나서는 이처럼 감정을 기승전결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 그 감정을 또 겪을 때 몰려오는 부정적인 것은 잘 피하거나 다스리게 되고, 긍정적인 것은 더 배가할 수 있다. 감정을 잘 인식하며 살면 실생활에서의 문제해결 능력도 향상된다.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그 감정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안다면 자기를 방어하고, 자신을 조절하는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으니까. 또한 상대방의 감정도 더 잘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등 타인과 진솔한 감정교류도 잘하게 돼 더욱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됨으로써 나의 심적 안정감과 자신감도 올라간다.
1. 감정 표현 단어 확장
사전을 만들 듯이 감정 단어를 확장하자
2. 감정의 강도 평가
찾아낸 감정의 강도를 1~10까지 매겨보자.
얼마나 깊은 감정인지? 얼마나 다급한지? 얼마나 강한지? 다른 감정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지?
3. 감정 글 쓰기
자신의 감정을 기록한 사람들은 그 감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한 통찰을 얻게 된다. 감정을 기록하면서 자신의 감정에 대해 새롭게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그 의미를 명확하게 알자.
우리는 쉽게 내 감정을 무시하거나, 숨기려 한다. 또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여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기도 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객관화하고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왔을 때 한 발 떨어져 우리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올라오는 감정을 알아차리기만 해도 성공이다. 알아차리면, 그다음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나에게 생긴 감정이 이런 것이구나, 예전에 이런 감정이 생겼을 때 나는 어떻게 했었는데... 이번엔 어떻게 해야겠다를 부단히 연습하자. 이는 나를 주체적인 삶의 주인으로 만들어 준다.
생겨난 감정은 어쩔 수 없더라도 그 이후의 행동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회다.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우리 감정을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