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오르!
그 집은 요리 하나에 3만원 씩 하는 레스토랑이었다. 대학생이었던 그와 나에게 한 끼 식사에 6~7만원을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서 생일이나 기념일이면 큰 맘 먹고 가곤 했다.
조그만 식당이었지만 우리 입맛엔 그 집 음식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조용한 분위기에다 내놓는 음식마다 정성이 느껴져서 갈 때마다 한껏 행복했다. 아무에게나 알려주고 싶지 않을 만큼. 단골은 많아 보였지만 다들 우리 같은 마음이었는지 좀처럼 손님이 늘지 않았다. 가끔은 레스토랑을 세라도 낸 양 우리만 식사를 하기도 할 정도였다.
그럴 때면 우리는
"이러다 문 닫으면 어떡하지?"
"설마 이렇게 맛있는 집이 없어지겠어?"
"도대체 왜 이렇게 손님이 없지?"
얘기하며 마치 우리가 그 집 주인이라도 된 것처럼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며칠 전 사진 한 장을 받았다.
나는 그만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나에게 그 집은 애정표현이었다. 누군가에게 그 집을 소개할 때면 당신이 나에게 그만큼 소중해서 알려주는 거야, 그런 마음이 들었으니까. 엄마에게도 "엄마, 서촌에 진짜 맛있는 집이 있는데, 지중해식 플레이트랑 화덕 피자 그런 거 파는 집. 서울 오면 우리 거기 가자. 진짜 맛있어." 그렇게 말했었다. 친한 친구를 딱 한 번 데려가서 대접했는데, 그 때 나는 나에게 소중한 그녀가 나에게 소중한 그 집을 정말 좋아해줘서 진심으로 기뻤다.
그와 나에게 그 집은 추억이었다. 큰 결심을 하고 들뜬 마음으로 가서, 마음껏 행복했던 집. 어차피 자리는 항상 있을 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미리 예약하고 며칠을 손꼽으며 설레던 집. 이제 웬만한 레스토랑에 식사를 하러가도 그 때만큼 들뜨지 않는 건 설렘의 역치가 높아져서일까, 그 집이 그저 우리에게 특별했기 때문일까.
예림 언니가 오늘 사진 보내줬는데,
오르 없어졌대.
우리 사이에는 잠깐 정적이 흘렀다. 그는 어쩐지 눈가가 촉촉해졌고, 나는 설마 우는거냐며 우스워하면서도 달리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창밖을 보았다.
그러니, 이렇게 글 한 편 정도는 남기는 것이 나로서는 그 집에 대한 예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