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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레워홀러 Apr 19. 2020

기대되는 칠레의 대선 선거

서른 살에 떠난 칠레 워킹홀리데이14.선거투표


최근 한국에서는 끝나지 않은 코로나 19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선거 투표율을 자랑하며 전 세계적으로도 큰 조명을 받았다.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나는 국민 의식을 자랑스러워하며, 지난번 치러진 칠레에서의 대통령 선거를 돌이켜 봤다. 내가 겪었던 2017년 칠레의 대선은 들풀처럼 퍼졌던 작년 말 칠레의 큰 파도를 겪기 전이었으니, 돌아오는 내년 대선(2021)에서는 칠레의 민심이 과연 투표로 이어질지, 그리고 어디로 향할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먼저 칠레의 정치적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자. 칠레의 정치 역사와 시기는 한국과 매우 비슷하다. 1989년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민간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70-80년대는 피노체트 군부독재 시절로 악명 높았다. 그 과정에서 세계 최초로 선거를 통해 사회주의 정권을 수립한 대통령인 아옌데 대통령은 피노체트의 쿠데타에 맞서 저항하다 결국 자살했고, 대통령궁에 폭격까지 가했던 피노체트 당시 장군은 이후 무자비한 철권통치를 16년 간 이어갔던 것이다.



2017년 총선부터는 하원 28개, 상원 15개의 선거구에서 155명의 하원의원과 50명의 상원의원을 중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선출하도록 제도가 바뀌었는데, 실질 투표 참여율은 80년대 말-90년대 이후로 크게
 떨어진 편이었고, 2013년 대선에서는 1차 투표 50%,
결선투표 43%라는 저조한 투표율이 기록되었다.
-나무 위키, 칠레 자료 발췌-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7월에 1차와 10월 결선 투표로 나뉘어 진행된다는 점인데, 나는 운 좋게 함께 살던 칠레인 룸메이트의 엄마 비비가 “투표하러 갈 건데 같이 안 갈래?”라고 물어봐 주셔서 잽싸게 지역 내 투표장으로 향했다.
 
 
 

사는 지역에 따라 학교 등 공공장소에 투표장이 배석된다. 메세지를 통해 장소와 투표장소(MESA라 칭함)를 알 수 있는데, 특이한 건 군인들이 통제한다는 것이었다.



산티아고의 일요일은 너무나도 한적하다. 거리엔 사람이 없고 모든 가게는 문을 닫기 때문에 현지인들도’지루하다(fome) + 일요일(domingo)’이라며 fomingo라 부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일요일 오후 9 사람 없는 아르마스 광장을 걷고 있으면 뭔가 전세 낸 기분이 들어 좋기도 했다(소매치기를 당할 위험도 적고)
 
 하지만 투표가 있었던 일요일은 이벤트가 많은 즐거운 날로 기억된다. 당시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에 오른 칠레가 독일과 승부를 내는 중요한 날이기도 했고, 그보다도 더 중요한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었던 것.



해당 MESA를 찾아가니 신분증을 수기로 확인하고 투표 용지를 발급 받은 후, 접은 용지를 우측 중앙의 파란통에 넣으면 끝이었다.



투표는 생각보다 긴장되지 않았다. 특히나 파란 투표 통과 신분증 수기 확인 등은 우리나라와 매우 다르며, 얼마든지 투표함을 바꿔치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그래서 군인이 투표장을 관리하는 것일지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비와 얘기를 나눴는데, 이번 선거도 좌파(comunism-democratic) - 중도파(renovacion nacional (a little more to the conservative way) - 우파 (Democracia cristiana, more to the democratic way) 정당 중 한 표를 선택해  후보자 역시 뽑게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와 같이 80년대 군부독재 시절을 겪었던 칠레는 정치에서 보수주의로 상징되는 우파의 잔재가 아직 남아있으며, 10년 넘게 정권을 잡은 피노체트는 수도, 전기, 전철 등 모든 것을 국유화에서 사유화로 전환시켰고 지금까지도 가톨릭 종교, 권력, 대기업, 군부 중심으로 우파 진형을 형성하고 있다. (심지어 대학교육도 무늬만 municipal이지 사립대 학보다 국립대학 등록금이 더 높은 경우도 많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재밌는 건 우리나라 국민 연금제도 격인 A.F.P 가 국영이 아닌 사기업에서 운영한다는 사실이었다. 월급의 약 10%가량을 연금으로 10년 이상을 내더라도 투자운용에 따라 퇴직연금이 현저히 낮아질 때도 있어 퇴직다운 퇴직을 못 하고 계속해서 일을 하고 있다고.. 이러한 독점 형식이 국민 모두를 좌지우지하고 있어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었고, 이미 칠레인들의 민심은 이때부터 들끓였을지도 모르겠다.         


2017년 당시 연금제도에 불만을 품은 칠레인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한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은 2010년에 이미 한 차례 대통령직을 맡은 바가 있었다. 당시에도 칠레 대부분의 대기업 몇 개와 방송국까지 가지고 있던 재력가였는데,  2006년 최초 여성 대통령이었던 미첼 바첼레트의 경제 부진과 딸, 사위의 부패 혐의에 신물이 난 칠레 국민들은 경제에 강한 기업가 정치인의 피녜라를 다시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피녜라 대통령은 작년 2019년 10월 22일에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한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연금 20% 인상 등 개혁안을 뒤늦게 제시했는데, 그때는 이미 칠레의 민심은 들풀처럼 일어난 상태로 10월 25일에 100만 명을 넘는 사람들이 시위를 벌였다. 결국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은 국가적으로 큰 행사였던 APEC 정상회의는 취소한다고 밝혔으며,  반정부 시위가 계속 이어지면서 칠레 정부는 개헌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고 군경찰에 의해 불법적 학대와 성폭력이 자행되었다고 UN이 밝히기도 했다.
 


 

현재는 코로나 사태와 장기화로 인해 반정부 시위가 줄었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간헐적으로 방화와 약탈이 일어나기도 했다. 실제로 한인타운이라 할 수 있는 파뜨로나또에는 쓰레기 더미 위에 불을 지르는 행위가 많이 일어났고 현지에서는 시위의 본질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혈기왕성한 10대 20대들의 목적 없는 일탈과 방황으로 방화나 약탈이 일어나기도 한다며)



여하튼 정치는 어딜 가나 국민성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국민들일수록 사회는 발전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하니, 내년 칠레의 대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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