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 도착했더니… 집주인이랑 같이 지내라구요?
허겁지겁 뉴욕에서의 첫 끼니를 해치우고 곧장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뉴욕 지하철 와이파이의 힘을 빌려 구글맵을 켜고 숙소로 가는 길을 검색했다.
구글맵은 우리에게 센트럴파크 북쪽의 한 지하철역에서 내리라고 안내했다.
우리는 그 지시에 따라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지하철역 계단을 올라와 길가로 나서자, 꽤 한적한 동네가 펼쳐졌다.
한적함이 낯설게 느껴졌고, 불쾌한 기시감이 서서히 밀려왔다.
길 한 구석, 농구장에서 농구하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
그저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나는 스윽 주변을 둘러봤다.
그제야 깨달았다.
동양인 여자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흑인 남성들.
우리가 걸을 때마다 시선이 느껴졌다.
처음엔 내 착각인가 싶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언니가 말했다.
"민주야, 이거 나만 느끼는 건지 모르겠는데…
왜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는 것 같지?"
착각이 아니었다.
처음 온 동네였지만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여기는 동양인 여자들이 많이 사는 동네가 아니구나.’
혹시 잘못된 지하철역에서 내린 건가?
급히 휴대폰을 꺼냈다.
그런데.
‘아차, 나 로밍 안 해왔지.’
무료 와이파이가 잡히나 싶어 와이파이 설정을 켰다.
그 순간, 한 개의 공용 와이파이가 빵빵하게 터지는 것이 보였다.
와이파이 이름: Harlem Wifi
…할렘? 내가 아는 그 할렘?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구글맵을 켜고, 현재 위치를 확인했다.
지도를 축소해보는 순간.
세상에.
우리는 할렘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구글에서 검색한 할렘의 정의는 이랬다.
뉴욕시 맨해튼 북동부에 있는 슬럼가. 주민의 대부분은 흑인과 푸에르토리코인인 하층 노동자이며 폭력·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임.
분명히 말하자면,
그들은 우리에게 해코지를 하거나 직접적인 위협을 가한 적은 없다.
그들의 인종이나 성별을 기준으로 차별을 하려는 의도도 전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있을 곳이 아니다." 이 강한 느낌과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선명하게 느껴지는 시선들이 우리를 위협적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지금 같았으면, 숙소비를 날리더라도 다른 숙소를 예약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너무 힘들고 가난했다. 그럴 생각조차 할 여유가 없었다.
지금 당장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는 것."
그렇게, 우리는 이틀간 머물게 될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는 호텔도 모텔도 아닌, 에어비앤비였다.
지금이야 에어비앤비가 ‘집 통째로 대여하는 서비스’로 정착했지만,
당시엔 초기 모델이 남아 있었다.
"현지인과 함께 생활하며 여행을 경험하세요!"
즉, 방 하나만 빌려서 집주인과 함께 생활하는 형태.
직접 요리해 먹고, 대화도 나누고, 현지 생활을 경험하는 것.
하지만 우리는 그런 숙소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숙소에 도착했을 때, 집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집주인.
???
숙소 설명란에 그 어떤 정보도 없었다.
당신들은 방 하나만 쓰고, 집주인인 나랑 같이 지내게 될 거야.
이 문구가 있었다면,
애초에 예약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집주인과 함께 생활하는 형태의 에어비앤비였다.
우리는 동양인, 만 19세와 21세의 여자 둘.
집주인은 190cm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거구의 흑인 남자.
어쩐지 숙소가 너무 싸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