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뉴욕 여행 ④: 숙소가 하필 할렘?!

16시간 버스 타고 뉴욕 가면 생기는 일

by 민주

그렇게 ‘공항 노숙 3일’ 사건이 지나고 한 달이 흘렀다.
드디어, 룸메 언니와의 뉴욕 여행이 다가왔다.


이번엔 메가버스를 타고 뉴욕으로 가는 일정이었다.
비행기를 타면 1시간이면 갈 거리를,
굳이 16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한 이유는 단 하나.

가격.

메가버스는 일찍 예매할수록 티켓이 저렴하다.
심지어 첫 번째로 예매하는 승객은 단돈 1달러에 티켓을 살 수 있다.
우리도 서둘러 예약해 캐나다 달러 30불에 뉴욕행 티켓을 구했다.

돈 없는 학생에게 왕복 60불짜리 뉴욕행 티켓은 거부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16시간의 로드트립도 한 번쯤 해보고 싶었다.


저녁 7시, 우리는 메가버스에 올랐다.

"한숨 자고 나면 뉴욕에 도착해 있겠지?"

평일 비성수기라 버스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덕분에 우리 둘은 두 자리씩 차지하고 편하게 갈 수 있었다.

나는 반쯤 누운 자세로 뉴욕을 향해 떠났다.


두 시간쯤 지나자, 국경에 도착했다.

캐나다-미국 국경에서는 모든 승객이 내려 짐 검사를 받고,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내고 육로 비자를 받아야 한다.
모든 과정이 끝나면 다시 버스에 올라타, 10시간 넘게 이동해야 한다.

몸을 구겨 넣듯 좌석에 웅크리고 억지로 눈을 감았다.


새벽.

얼핏 눈을 떠보니 끝없이 펼쳐진 도로.

도착하려면 아직 한참 남은 시간.
다시 눈을 감았다.


3시간 후.

눈을 떠보니…

3시간 전과 똑같은 풍경이었다.

5시간을 달려도 여전히 같은 옥수수밭.

이때 떠올랐다.

"미국에서 버스타고 가다 보면 타임루프에 갇힌 기분이 든다"
라는 여행 후기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걸 직접 경험하게 될 줄이야.

도대체 언제까지 이 논인지 밭인지 모를 황무지를 지나야 하는 걸까?


배도 고프고, 간식도 떨어져 갈 때쯤.

드디어, 저 멀리 빌딩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건물들이 높아지는 만큼 내 기대감도 점점 커졌다.

그리고, 마침내 뉴욕에 도착했다.


센트럴파크 아래쪽 어딘가에서 버스에서 내렸다.
한 달 만에 다시 온 뉴욕이 괜히 반가웠다.

이번에는 숙소도 예약했고, 혼자도 아니고, 돈도 있었다.
걱정할 것 하나 없었다.


우선 숙소에 들러 짐을 내려두고 본격적인 관광을 시작하기로 했다.

숙소는 센트럴파크 북쪽,
우리는 지금 센트럴파크 남쪽 시작점.

몸도 찌뿌둥하고 조금 걷고 싶은 마음에
나는 가볍게 말했다.

"언니, 우리 숙소까지 센트럴파크 걸어서 통과해볼까?"


우리 둘 다 몰랐다.

센트럴파크가 그렇게 클 줄은.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었다.


정신이 혼미해질 무렵,
겨우 한 칸 잡히는 와이파이로 구글맵을 켰다.

1시간을 걸었는데, 겨우 센트럴파크 1/3쯤 왔다.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 걸었는데도 아직 반도 못 왔다고?


결국 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숙소까지 걸어가는 건 미친 짓이었다.


버스 정류장을 찾아 옆길로 빠졌더니,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페스티벌 같은 걸 하고 있었다. 도로는 차량 통제 중이었고, 푸드트럭과 사람들로 거리는 활기찼다.

무슨 행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금도 무슨 페스티벌이었는지는 모른다.


그때, 푸드트럭이 눈에 들어왔다.

16시간의 버스 이동, 1시간의 행군으로 탈진 직전이던 우리에게, 푸드트럭은 기적 같은 존재였다.

세상에서 제일 기본적인 샌드위치 하나, 그리고 혈당을 단번에 끌어올려 줄 쿠키 앤 크림 셰이크.

세상에서 제일 비싼 가격으로 구매했지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배고픔과 피로가 만든 착각이었을까?
아니, 진짜 맛있었다.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경험한 첫 번째 소확행.

그제야, 우리는 이제야 뉴욕에 온 게 실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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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으로 물든 센트럴파크와 너무나도 맛있었던 뉴욕에서의 첫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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