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뉴욕 여행 ③: 공항 노숙 3일

보딩 시간에 잠들면 생기는 일

by 민주

눈을 떠보니 나를 둘러싼 여섯 명의 사람들.

비몽사몽한 정신에, 잘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살펴보니 공항 보안요원(security)들이었다.


"…왜?"

상황 파악이 안 된 내가 내뱉은 첫 마디.

"Miss, you have to leave."

갑자기 나보고 나가라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알고 보니 라과디아 공항은 국제공항이 아니어서 24시간 운영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때가 밤 12시.

게이트 쪽은 문을 닫아야 했기에, 잠들어 있던 나를 깨운 것이었다.

눈은 시뻘겋고, 잠에 취해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동양인 여자애가 보안요원들 눈엔 안쓰러워 보였던 것 같다.

내 양팔을 한 명씩 잡고 게이트 밖까지 부축해 주셨다.

멀리서 보면… 그냥 연행되는 꼴이었다.


그렇게 쫓겨난 나는 24시간 불이 켜져 있는 가게를 발견했다.

보니, 그곳이 공항에서 밤을 새우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였다.

그 전날 내가 밤을 샌 곳은 으슥하기 짝이 없었는데…
불도 꺼져 있었고, 사람도 없었고.

이런 곳이 있었다면 여기서 있을걸.

가족 단위 승객들도 있었고, 아이들도 보였다.
무섭진 않았다.

다만, 너무 배가 고팠고, 눈이 아팠을 뿐.


어찌저찌 또 쪽잠을 자며 밤을 보냈다.

아침 7시 비행기였기에, 5시에 수속을 밟고 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이제는 집에 갈 수 있겠지?


…그런데, 운명의 장난일까.

3일 동안 공항에서 버틴 내 몸이 결국 한계를 맞이했다.

게이트 앞에서 그만 졸아버렸다.

보딩 타임에 맞춰 알람까지 맞춰 놨었는데.
그게 안심이 됐던 걸까.

나도 모르게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너 어디 가니?"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드니, 공항 직원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 토론토 가는데?"


그러자, 들리는 직원의 한 마디.

"토론토 비행기 떠났어."


신이시여, 저한테 왜 이러시나요.


살면서 신을 찾은 적이 딱 세 번 있는데,
이때가 그중 두 번째였다.

토론토행 비행기가 떠났다니?

믿을 수 없어서 창밖을 봤다.

…비행기가 보이지 않았다.

게이트 문은 닫혀 있었고,
스크린에는 내 비행기 다음에 출발하는 항공편 정보가 뜨고 있었다.


운명의 장난이란 이런 것일까.


그때, 나를 깨운 공항 직원이 게이트 문을 열어보더니 나를 향해 손짓했다.

"따라와."

…뭐지? 아직 비행기가 안 떠난 건가?

정신이 없어서 시간을 확인할 생각도 못 했다.

그저, 직원만 따라갔다.


그러다 눈앞에 보인 비행기.

출발 직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졸고 있던 자리에서는
각도상 비행기가 안 보이는 위치였다.

공항 직원은 비행기가 아직 안 떴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다.


비행기 문 앞에서 여권과 티켓, ETA를 빠르게 검사했다.


그리고, 타려는 순간.

나를 깨워줬던 직원이 빙긋 웃으며 한마디 했다.

"Hey, honey. Don't fall asleep next time."


다시는 비행기 타기 전에 졸지 말아야겠다는 인생의 교훈을 배웠다.

토론토행 비행기가 이미 떠났다고 했던 건,
그 직원 나름대로의 경고가 아니었을까.

"정 신 차 려."

우리 엄마랑 비슷한 나잇대의 동양인 여성분이셨는데.
딸 같은 마음으로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의미로 한 마디 하신 듯했다.


그렇게,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평소 비행기에서 잘 자지 못하는데,
그날은 눈을 감았다가 뜨니 토론토에 도착해 있었다.


그렇게, 내 첫 번째 뉴욕 여행이 끝이 났다.


3주 뒤, 다시 가는 뉴욕 여행.

이번엔 같이 가는 언니도 있고, 이런 이벤트 없이 무난히 지나가겠지?

…그랬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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