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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Aug 20. 2017

뱉을 땐 뱉자.

참는 게 상책이 아니라는 것을 제발 기억해주세요.

너무 속상하더라.

어렸을 적, 그러니까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 무려 11년 전. 처음 만난 친구가 있다. 지금은 제법 나랑 비슷한 체격이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나보다 훨씬 작은 몸집의 소유자였던, 그녀는 왜소한 생김새와 달리 꽤나 맷집이 있는 아이였다. 어린 나이에도 자신이 마음먹은 일만큼은 반드시 해내는 씩씩한 아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원하는 바가 있을 때 그 지점만 보고 달리는 아이였고, 난 그런 그녀가 자랑스러웠다. 어느덧 우리는 20대 중반이 되어 이제는 서로의 일을 하는 사람이 되었고, 당연히 한층 더 성숙해졌다. 그런데 얼마 전, 그녀의 상처가 담긴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니, 속상한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입사를 하게 되면, 누구나 듣는다는 '또라이 보존의 법칙', '신입을 향한 당연한 채찍질' 이런 거 정말 질린다지만, 현실을 이만큼 잘 반영하는 말도 없다는 것을 안다. 인생에서 두 번째로 원하는 길이 생겼고 그 길을 위해 아주 잘 걸어왔던 그녀에게 세상은 너무 벅찬 장애물을 던졌다.

 

그녀에게는 악(惡)한 상사가 한 명 있다. 업무 외적으로 인격을 모독하는 언행을 즐겨하고, 악한 의도를 다분히 흘리는 그는 그녀의 얘기를 통해 마치 내 눈앞에 있는 듯하였다.  세상에 쓴소리 한번 듣지 않고 사회생활을 보내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지만, 숨 쉴 곳 하나 없이 애 하나 말라가는 것을 보면서도 방관하는 사람들이나, 작정하고 상처 주려고 달려드는 사람이나 대체 누구 하나 진짜 어른이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냐는 말이다.  

상사로 인한 스트레스를 시작으로 하나둘씩 개인의 복잡한 사정까지 뒤섞여 몸이며, 마음이며 점점 그 걱정 덩어리가 커져만 가는데 근본적인 원인을 눈앞에 두고도 그와 상관없는 해결책을 내세우며 이렇게 스트레스를 풀어야지 저렇게 풀어야지 하는 것이 어떻게 방도가 될 수 있을까.. 맞서 싸우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의 숨통은 자신이 마련해야 그래도 살아갈 수 있다. 위태로워 보이는 그녀에게 나는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고, 한동안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자 결국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진짜 힘들긴 한데, 분명 배울 것이 더 있는 것 같아서, 내가 그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어서, 아직은 더 이곳에 있어야겠어. 너무 나쁜 점에만 집중하다 보니, 더 견디기 힘들어진 것 같기도 해. 눈곱만 한 좋은 점이라도 찾아봐야겠어.

그녀는 이번에도 꿋꿋이 해 보이겠다고 하더라. 정말 속상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나보다 더 오랫동안 아파하며, 고민한 끝에 선택한 그녀의 결정을 응원하는 것뿐이었다. 나는 여태껏 잘해온 그녀를 안다. 앞으로도 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로 말을 내뱉기 어렵다.

하지만, 난 정말 응원한다. 그녀가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11년 전부터 지금껏 그래 왔듯 당당하고, 마음속 응어리를 뱉을 땐 뱉어낼 수 있기를. 그리고 내가 더 듬직한 친구가 되어 그녀가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는 친구가 되어보겠다는 26살의 순수한 다짐을..
그녀에겐 아주 좋은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어쩌면 하늘에서 아주 악(惡)한 존재 하나를 곁에 두게 하였을지도 모르겠다. 담아 두는 것은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도 옛말이다. 즐길 여력이 남아 있었으면 피하려고 하지도 않았겠지. 애초에 날 저격한 총알은 피할 수가 없다. 이미 쏘아진 총알, 제대로 받아먹어 보란 듯이 씹고, 뱉어주자. 제발
오늘 같은 날 더욱 그리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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