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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일자리 사업 봉사를 다녀왔다.

강동구청 어르신일자리 사업 상담, 안내 봉사 후기

by 하마초
65세 이상의 어르신 일자리: 양천구 약 3800개, 강동구 약 4000개, 은평구 약 5600개
구별로 몇 천개의 어르신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 봉사를 신청하며 처음 알았다.
내가 모르는 세상은 여전히 너무 넓다.

개인에게 '일'이 어떤 의미인가 항상 생각해왔다. 아직 여전히 답은 모호하지만, 모호하게 답해보자면 '일'은 내가 가치있게 살아있음을 증명 방식인 것 같다. 가족, 친구 같은 관계속에서 우린 존재하는 것만으로 가치있어지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채워지지 않는 나의 존재의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주위의 다양한 사람들을 보며, 다들 본인의 가치를 어떻게 찾아가려고하는지를 살펴봤다. 주위 사람들 중 동년배들은 어렵지 않게 본인 존재의 이유를 찾아갔지만, 엄마, 이모, 할머니와 같은 중 장년층, 경력 단절 중년들이 겪는 상황은 많이 다르다고 느껴졌다. 이런 다른 상황들에 대해 깊게 생각하다보니 어느덧 나는 주부, 중장년층, 그리고 어르신 일자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되어있었다. 많은 관심이라기엔 세상에 나와있는 데이터나,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회사들, 다큐멘터리, 논문을 열심히 찾아보는 정도였다. 손가락으로 열심히 이 문제에 대해 탐구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손가락을 넘어서는 범위에서 이 문제에 대해 살펴보기로 했다. 그래서 어르신 일자리 사업 봉사 활동을 신청했다.

내가 마주친 현실도 전체의 극히 일부겠지만, '구 단위에서 진행하는 어르신 일자리 사업'의 봉사활동에 참여해본 경험은 매우 인상깊었다.


어르신들을 위한 일자리의 한계

구청에서 주관하는 어르신 일자리 사업에선 20대에 어떤 곳에서 어떤 경험을 해왔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이전의 일자리 사업 관련 경험들도 최우선순위가 되지는 못한다. 내가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가장 먼저 판단하는 기관은 '보건복지부'라고 한다. 그 이후에 면접이 있는데, 심지어는 이게 없이 '뽑기'로 결정되는 일자리도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자연스레 보이던것이 보이지 않게되고, 들리던 것이 들리지 않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스럽게 같은 글을 읽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지고, 같은 말을 들을 때에도 더 큰 볼륨이 필요해진다. 이는 '일'의 관점에서는 비효율을 의미한다. 즉 나이를 먹을수록 우린 비효율적이어진다.

그렇기에 많은 기관, 사기업들에서 어르신들께 줄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라고 말한다. 사기업이 이들을 원하는 경우는 70/4000 정도(한 구청에서 사기업 주관으로 열리는 일자리 비율)로 매우 적고, 나라에서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은 '환경 정비, 환경 개선'에 국한된다.

근데 정말 그럴까? 신체적으로 비효율적이어지는 지점이 있지만, 나이를 먹음으로서 더 고평가 되어야하는 부분은 정말 없을까? 가 궁금해졌다.'나 배드민턴 쳤었거든 옛날에' 웃으며 '배드민턴 장에서 쓰레기 줍는 일'을 선택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마음이 묘했다. 도서관이나 도시락 배달이 가장 핫하던데, 이런 일자리를 확대할 수는 없을까?


관계 안에서의 가치가 가장 큰게 아닐까?

일을하러 오시는 분들의 연령은 생각보다 더 다양했다. 60대 초반부터, 9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분들이 신청하러 오셨는데, 흥미로웠던 것은 이 분들의 중간 이탈률이었다.

구청 관계자분에 의하면 이 분들 중 중간에 이탈하는 분들이 적어도 50명 정도는 나오는데, 통계치를 뽑아봤을 때 이탈 인원이 연령과는 관계가 없다고 하셨다. 오히려 '독거노인'과 관련이 있었는데, 혼자 사시는 분들이 식사를 잘 챙겨하지 않으시다보니 몸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중도 이탈하시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다.

90대까지 일을 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보통 가족이 많으시고, 이 가족분들과 대화도 많이하며 항상 예쁜 장갑에, 모자까지 착용하고 일하러 오신다고 하셨다.

결국 가장 사람에게 필요한건 관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직장에서도 관계를 맺는다. 관계를 만들어주는 일자리가 더 많아지면 더 좋을텐데.


주절주절 생각하게 만들었던 이 경험도 역시 반나절도 안되는 짧은 경험이기에, 더 많이 알아보고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내년엔 내가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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