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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요양 프로그램 봉사에 다녀왔다.

매월 한 번씩은 봉사를 가보자는 목표, 세 번째

by 하마초

어르신 교육이나 프로그램에도 참여해보고 싶은데 평일 낮시간대가 대부분이라 계속 고민하다, 반차를 쓰고 봉사를 다녀왔다.


이번에 간 곳은 어르신들을 낮에 케어해주는 곳이었다. 반차를 쓰고 부랴부랴 출발하는데 직전 미팅이 늦게 끝나서 10분정도 늦어질 것 같았다. 10분정도 늦을것 같다고 말하려고 출발 전에 전화를 걸었다.
“오늘 15시 봉사자입니다. 제가 회사에서 이전 미팅이 늦게 끝나서 10분정도 늦을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죄송합니다.”

“14시부터였잖아요.“


둥뒤가 서늘해졌다. 방금 열려있던 봉사 안내창을 다시 보니 [15시부터] 라고 떡하니 써져있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사이트에 15시부터로 나와있고, 그렇게 신청된걸로 확인됩니다.”하니 “그렇게 올라가있다고요? 우선 알겠어요”하고 끊으셨다.

조금 찝찝했지만, 도착하니 건물에 어르신들이 정말 많이 계셨다. 2층에 갔더니 3층으로 올라가라고 하여 3층에 도착했다. 3층에선 날 보더니 "15시부터 아니에요?" 10분 늦었다는 얘기를 돌려 하셨다.

"저 10분 늦을 것 같다고 전화드렸었는데요"

"전화를 하셨다고요?"

"네"

안에서 이 대화를 듣고 있었는지 "어~ 내가 전화 받았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좀 전해주시지) 늦은 내가 죄인이긴 하지. 후

아무튼 시작은 좀 별로였다. 계속 학생일줄 알았다고 하시고, 직장인이 대체 왜 봉사시간이 필요하냐고 물어보시는걸보면 ‘봉사 시간만 대충 채우려는 대충하는 사람들이 많은가보다'하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진짜 제대로 이 시간을 채우고 싶던 사람으로써 이런 시작이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였다.


봉사 시작

이제 진짜 봉사 시작. 친절하고 따수운(간식도 막 나눠주시던) 간호사 분들의 옆으로 배정받았다. 처음 배정받은 업무가 서류철에 서류 끼우기라 조금 실망했지만, 빨리 해내면 옆에서 진행되는 수업에도 가까이 갈 수 있지않을까? 생각하며 초스피드로 일을 해치웠다. 마구 꽂혀있는 개인 서류철들을 다 찾고, 쌓아놓고 한 번에 꽂는 식으로 스스로 효율을 찾아가다보니 꽤 쌓여있던걸 30분도 안돼서 끝내버렸다.


봉사시간이 1시간 30분정도 남은 상황. 서류 작업을 끝내고 매우 부담스럽게 "저 다 끝냈습니다!" 외치고는 초롱초롱 눈을 빛내고 있으니 간호사분께서 간식을 먹고 앉아있으라고 하셨다. 박카스 원샷하고 계속 초롱초롱 눈을 빛내고 있으니까 어르신들 색칠공부를 도와주라는 새로운 지령을 내려주셨다.


진짜 진짜 봉사 시작

눈사람을 칠하고 잘라서 서있는 눈사람과 무대? 같은걸 만들고 계셨는데, 나의 임무는 가위질을 어려워하시는 어르신들을 돕는것이었다. 노란색으로 눈사람을 찐하게 칠하고 싶어하시던 어르신, 색칠 선을 못맞춰 답답해하시는 어르신, 가위질 선을 못찾는 어르신들이 가까이 다가가서 말을 걸면 눈을 맞추며 베시시 웃어주셨다. 그리고 선생님이라고 부르시며 가위질을 도와달라고 하시고, 눈사람을 여기에 붙이는게 맞는지 물어보셨다. 식사하시는 시간이 되자 어르신들 손소독과 앞치마 하시는걸 도와드려야했는데, 어린 아이처럼 앞치마를 들고 나를 보시며 '해주면 안돼?' 물어보셨다.


내가 봉사를 하러 들어갈 때부터 끝날 때까지 내가 있던 공간에선 동요가 큰소리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렸을 때 내가 들었던, 내가 모두 아는 노래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벽엔 만들기 놀이, 가면 칠하기 등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어렸을적 내가 경험했던 초등학교 혹은 유치원의 모습과 정말 유사했다.

어르신 일자리에 관심이 많다고 떠들고 다닌 몇 안되는 순간조차 부끄러워지는 순간들이었다. 어르신들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시면서도, ‘참 좋을 때’라고 말하시고, ‘고맙다’ ‘예쁘다’고 말하셨다. 이 엄청난 인생 선배님들이 어린 아이에 불과한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계셨다. 한 어르신은 동화책을 읽고 계셨다. 큰 그림, 글씨가 써진 동화책을 꼼꼼히 읽고 계셨다. 모든 것을 깨달은 인간이, 다시 저만치도 순수해질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노인장기요양등급이라는걸 처음 알게 된 봉사였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경우 요양서비스 비용의 85~100%까지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한다고 한다. "요양(療養)"은 몸이나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해 치료를 받거나 조용한 환경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밝게 이야기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사회작용이 하나의 요양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루 중에서도 2시간에 못미치는 짧은 경험이라, 언제나 경험이 단편적이라 느껴진다.


반복적으로 만나뵙고 인사드릴 수 있는 그런 봉사도 고민해봐야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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