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삶의 의미 찾기 프로젝트: 나 자신에 벤치마킹하기
잠시 잊었었다. 새하얀 노트북 화면에 키보드를 신나게 두드릴 때 느껴지는 이 쾌감을. 새해가 시작된 지 어느덧 3개월이나 지났지만, 이제야 올해의 첫 글을 쓴다.
"요즘 잘 사냐?" 얼마 전 대학교 친구랑 오랜만에 통화를 하면서 들었던 첫마디였다. 이에 대한 내 답은 이랬다.
"음, 잘... 살지. 더할 나위 없이 다 좋아. 일, 집, 차, 가족, 친구, 연애, 건강. 사실상 그냥 다 완벽해. 근데 뭐라 그럴까... 뭔지 모르겠지만 어딘가가 2% 부족한 것 같달까? 순간순간을 조각내서 봤을 때는 분명히 행복한데, '이게 진짜 행복한 건가?'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느낌? 그냥 다 좋은 건 분명한데, 또 동시에 '이게 맞나?' 싶을 때가 자주 있더라고."
이에 대해 친구도 공감을 하는 모습에 안도감이 들었다. 그 친구에게도, 나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어쩌면 이런 묘한 느낌은 직장생활 3년 차에 접어들면서 흔히 거치는 과정인가 싶었다.
내 직업과 회사?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넓은 스펙트럼의 일을 빠르게 배워나갈 수 있고, 커리어적으로 자극을 주는 똑똑하고 열정적인 직장 선배들을 만날 기회를 받고 있음에 항상 뿌듯하고 감사하다. 그런데 이 성취감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다니.
직장인의 삶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는 것은, 회사나 직업은 우리 인생에서 단 한 부분만을 차지하기 때문인 것 같다. 직업을 제외한 나머지 조각들을 채우는 평생 과제는 각자에 몫에 달렸다.
사실상 한 명의 사람이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직업'은 무한제다. 한 가지 직업에 자기 자신을 제한시키지 않고 다양한 직업을 창조해 간다면, 자신만의 특별한 '인간 레시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나는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애널리스트지만, 동시에 플루티스트이며, 저녁엔 야매요리사이기도 하며, 주말에는 도시의 숨겨진 보금자리를 발굴하는 모험가이다.
이렇게 나의 새로운 페르소나를 탄생시키고, 한 가지씩 다음 레벨로 업그레이드해가며, 만들어진 모든 페르소나를 나 자신 속에 조화롭게 합치는 작업을 이어나갈 것이다. 이 전략을 따라 실행하다 보면 내가 느끼는 부족한 2프로가 채워지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
우리는 의도적으로라도 '리셋'하는 시간을 꼭 가져야 한다. 자신이 처음 했던 다짐, 처음에 이루고 싶어 했던 목표, 그리고 그런 결정들을 내리기에 어떤 이유와 과정들이 있었는가에 대해 되새김질해야 하며, 자신의 초심으로 돌아가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의 모습을 어떻게 상상했었는지 회상해봐야 한다.
오늘의 자신을 과거의 자신에, 그리고 과거의 자신이 원했던 미래의 모습에 벤치마킹 해보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삶의 의미에 대한 묘한 생각이 들 때마다 회상을 시작한다. 몇 년 전의 나는 어떤 목적지를 향해 달렸고, 언제 진정한 행복을 느꼈고, 그리고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가슴이 뛰었는지.
이렇게 오늘을 잠시 잊은 채로 예전의 나를 만나고 오면, 머릿속에 껴있는 안개가 조금 더 투명해진다. 나란 사람의 본질과 현재 놓인 상황의 미세하고 완벽한 중간점을 스스로 타협해 나가는 것이다.
작년 연말, 회사에서 휴가를 내고 한국에서 두 달간 생활을 했다. 이 기간은 나를 위한 투자였고, 오늘까지도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쉴 새 없이 달리는 삶과 버거운 회사 업무량에 녹초가 돼버리는 나 자신을 바로잡아줄 시간. 나의 현재 상태를 점검하고 조율 해나도록 도와주는 스티뮬런트.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인 가족들 (강아지 토리를 포함한)과 값진 추억들을 쌓으면서 나를 가득 채웠다.
지금 목요일 오후 6시에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의 넓은 소파에 앉아, 뽀득뽀득 닦여있는 통유리 창문을 바라보며 앉아있다. 웅장한 바다 가운데 우뚝 서있는 Bay Bridge와, 그 위에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자동차들을 보고 있으면 이런저런 재밌는 생각들이 떠오른다.
그래, 재미! 사는 건 재밌었던 것이다. 누군가가 '넌 왜 살아?'라고 묻는다면 '살기 위해 살아'라고 답하지 않을까. 삶의 일 분 일초를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재미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었다!
사실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어떤 프레임 속에서 어떤 생각으로 받아들일지의 마음가짐이 결정 요소인 듯하다.
자, 잡생각 그만두고 이제 저 막히는 퇴근길로 들어갈 준비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