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날씨 Ep. 5 지기(知己)

내 삶의 지기는 나

by 모닥

"언젠가 한 방송에 나가서 저는 제가 가진 힘의 백 퍼센트를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언제나 전력을 다하는 것은 위험하니까요.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을 좋아한 사람도 있고, '가진 자의 여유'라고 깎아 들은 사람도 있었지만, 손자라면 내 말뜻을 알았을 것이다."

-영하의 날씨 Ep. 지기 중-


내가 김영하 작가에게 관심을 갖고 유심히 보게 된 것은 TV 예능 알쓸신잡이다.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그것을 흥미로워하는 모습과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가치로 풀어내는 모습이 참 멋있어 보였다.

​이번 영하의 날씨에서 잠깐 언급되었던 이 말과 장면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럼 최선을 다하지 말라는 것인가?라는 말로 들릴 수도 있지만, 인생에서 일어날 돌발 상황을 대비하여 나의 에너지를 남겨두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아차! 싶은 순간이었다.

장난 삼아 "거봐, 김영하도 집에서는 계속 누워있다잖아. 나도 에너지를 비축하는 거야."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지만 하루하루를 전속력을 다해 질주하는 것도 모자라 또 달릴 곳이 없는지 찾아 헤매는 나에게는 위로의 말이었다.

하루는 길고, 또 그 하루가 모인 인생은 길다.
매일 전력 질주를 하고도 모자라 순간의 나태함을 질책하던 나에게는 그 말이 굉장한 위안이었다.
매일 전력을 다하면 쉽게 지친다. 정말 힘을 내야 하는 순간에는 더 이상의 에너지가 없다.

이런 상황이 매일 지속되면 쉽게 지치고, 일어나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소진된 상태의 주기도 점점 짧아진다.
그때는 나를 돌볼 여력도 없을뿐더러 주변을 돌아볼 여유는 더더욱 없다.
그렇게 달려서 정말 얻고 싶었던 것을 얻기보다는 오히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여전히 나는 하루가 긴박하고, 바쁘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대비하기 위해 혼란스럽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의도적으로 바삐 달리는 나에게 제동을 걸어주는 것, 의도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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