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이코패스 소년은 킬러를 알아본다

오숙희의 지하실 (51)

by 민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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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숙희의 지하실 (51)



킬러가 불러온 죽음의 검은 연기가 양현모의 ‘다 찾은 세상’을 검게 물들이고 공포를 모르는 해주의 눈가에 긴장으로 투영되어 전해졌다.

보일 것 같은 실체는 끝내 보이지 않았고 흔적만을 잔뜩 남겨놓고 또다시 떠나갔다.


양현모를 만나 킬러의 침입에 주의를 준 해주는 집으로 가는 길에 킬러 ‘언니’를 감지했다.

킬러는 이틀 연속 찾아왔으며, 등을 돌린 채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멀어져 갔다.


빨리 달려가면 얼굴을 볼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해주는 집 주변 CCTV 가 생각이 났다.



“엄마! CCTV 확인 어떻게 해? “


집으로 온 해주는 엄마를 보고 다짜고짜 물었다.”


“왜?”


“뭐 좀 확인할 게 있어. “


“네가 뭘 확인해? “


“그런 게 있어. “


“엄마는 CCTV 볼지 몰라...

그거 작동은 되려나?”


해주는 CCTV를 볼 수 없다는 엄마의 말에 실망을 하고, 창 옆에 기대어 서서 밖을 쳐다보았다.

아직 킬러가 주변에 있는지 하얀 연기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고 밤안개처럼 운치를 띄우고 있었다.

죽음의 공포라기보다는 멋진 풍경 같았다.


“무슨 첩보 영화 찍어?... 난데없이 CCTV를 보자고 하지를 않나? 뭐 하는 짓이야! “


“하얀 연기를 찾아야 해… 어디 있을까?”


해주는 창밖을 바라보며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마치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리는 혼잣말을 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빨리 공부나 해! 내년이면 6학년, 내일모레면 너 중학생이야! “


“하얀 연기가 날 죽이러 오는데…”


오숙희는 해주가 누가 죽이러 온다고 중얼거리는 것을 틀림없이 들었다.


확인은 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아이의 행동이 예사롭지 않았고, 긴장한 듯한 애매한 표정을 짓는 것을 처음 보았다.

어쩌면 우려했던 날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창고 문을 열었다.


창고는 오래된 골프채를 비롯해서 잡동사니들이 많이 들어 있었고 그것들을 발로 대충 밀어내자 창고 벽이 나타났다.

숙희는 창고벽을 옆으로 밀었고 그곳의 비밀 공간은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되었다.


오숙희는 천천히 걸어 내려갔으며, 계단의 자동 센서 등은 그녀의 발걸음에 맞추어 노래하듯이 하나 둘 순서대로 불이 들어왔다.


그녀는 지금 자신만의 비밀 장소인 지하실로 내려가고 있는 것이었다.


‘해주가 틀림없이 누가 자기를 죽이려 온다고 중얼거렸다.’


이 말을 기억하며 비밀 계단을 통해 지하실로 내려온 그녀는 철문에 자신의 얼굴을 숙여 눈을 가져대었고 홍채인식 시스템은 경쾌한 소리를 내며 문을 열렸다.


지하실은 마치 주인님을 반기듯 일제히 불을 밝히며 자연광 수준의 조도를 유지했고

자동 조명 시스템과 공기 환기 시스템은 여기가 지하실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는 밝은 빛과 청량한 공기를 선사했다.


오숙희는 헬스장 수준의 운동기구와 골프 스크린 이 있는 곳을 지나, 큰 책상과 대형 모니터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의자에 앉은 숙희는 책상 오른쪽 첫 번째 서랍을 열어 그 안에 있는 지문인식 장치에 손가락을 갖다 대었고 대형 모니터는 바로 반응했다.


“건물 주변 거동수상자 일주일 자료 분석해! “


오숙희의 목소리에 AI 워크스테이션과 고성능 스토리지 솔루션이 작동하는 미세한 소리가 지하실의 정적을 깨웠다.


대형 모니터는 여러 개의 작은 화면으로 분할하면서 48배속으로 건물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을 분석한 후 마침내 한 명을 지목했다.


모니터 속 사람의 얼굴이 선명히 잡혔다.

정지화면의 사람은 여자였으며, 숙희는 모니터의 여자를 확대했다.

모니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숙희가 혼잣말을 했다.


‘이 게이 새끼가 여길 어디라고 …’


오숙희는 킬러 ‘언니’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누가 나를 죽이라고 의뢰를 했을까? ‘


우선 심박수를 낮추고 차분히 생각했다.

누구일까?

누가 용기 내어 자신에게 복수를 꾀할 수 있을까?

대상을 떠올려 보니 예측 가능한 인물이 차고 넘쳤다.


해주가 태어나고 업계를 은퇴한 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서 지금의 벙커 같은 건물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건물은 누군가 침입하려고 하거나,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면, 자기에게 자동 경고가 오게끔 만들었는데 건물의 경보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이 말은 킬러가 건물에 근접 접근을 한 것이 아니고 주변에만 있었다는 얘기인데, 해주가 이걸 어떻게 위기라고 감지했는지 의문이었다.


어릴 적부터 일상적인 인간의 감정을 못 느끼는 아이가 혹시 감정 전달 기능 대신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까 해주는 하얀 연기를 찾아야 한다고 했는데 과연 그 말은 무슨 말인지 궁금했으나, 나중에 풀기로 하고 지금은 해야 할 일을 해야 했다.


‘언젠가는 이날이 올 줄 알았다.’


냉기가 서린 서늘한 표정의 오숙희가 혼잣말을 하며 모니터 맞은편 붙박이 옷장 문을 향해 걸어갔고 그곳에는 백색 조명 아래 여러 개의 총과 칼이 진열되어 있었다.


잠시 바라보던 숙희는 그곳에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무언가를 꺼냈다.


권총 글록과 카라빗 나이프였다.


숙희는 몸이 기억하는지 빠른 속도로 글록을 분해 조립하고, 부드러운 장전의 소리를 확인한 후 24 확장 탄창을 장착하고 시장바구니에 넣었다.


글록은 플라스틱 프레임에 가볍고도 9mm 탄창을 24발까지 사용할 수 있어 초근접에서 숙희가 가장 선호했다


카라빗은 숙희가 가장 좋아하는 칼이었는데, 조용히 끝내는 데는 최고였다.


카라빗의 칼날은 맹수의 발톱처럼 구부러져 있고 손잡이 끝에 있는 링은 새끼손가락을 걸어 빠지지 않게 고정이 가능하며, 대형 도검만큼 깊숙한 베기가 가능했다.


인간은 급소에 매우 취약한 생물이라 손목, 팔꿈치, 다리오금을 비롯해 목 주변의 경동맥과 쇄골 하동맥의 급소를 깊게 베이면, 짧게는 수초 만에 과다 출혈로 의식을 잃고 사망한다.

그것도 조용히…


숙희는 카라빗 링에 새끼손가락을 걸어 허공에 휘둘러본 다음, 반대로 잡아 이번엔 검지손가락을 링에 끼워 찌르는 시늉을 했다.

손 끝의 감촉이 온몸 세포를 자극해, 솜털 하나하나를 다 세우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숙희는 시장바구니에 카라빗 칼도 넣고 지하실을 나왔다.


‘게이 새 X든 누가 오든 불쌍한 놈들… 자비를 베풀어 빨리 죽여줄게… 고통 없이.’


은퇴한 킬러 ‘벌새’는 현직 킬러 ‘언니’의 방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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