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으로 (50)
어둠 속으로 (50)
연지의 죽음과 함께 김대현에게 들이닥친 불운의 그림자는 사라질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미스터리 소년 해주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또 다른 위험이 방울방울 뭉쳐 김 회장의 목을 조아 오고 있었다.
아내 진자경은 오늘 헌책방에 자신의 남편을 죽이라는 오더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넣었고 이로서 그녀는 이 모든 의혹의 핵이 되어 수면 위로 부상했으며, 덤프트럭 운전기사하고 목소리 대면을 할 필요도 없어졌다.
김 회장은 이제 누가 진자경의 조력자이며 배신자인지 밝혀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충상무가 유력했다.
하지만 진자경이 헌책방에 살인 오더를 넣을 때 했던 행동들은 공치수가 진술했던 그 과정이랑 일치했다.
의심의 실타래는 완전히 엉켜버렸고 어쩌면 공치수가 진자경의 숨은 배후일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 모든 복잡한 상황 속에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한 킬러의 존재 때문에 김 회장은 히든카드인 해주를 만날 수도 부를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혹시라도 밖에 있을지 모르는 킬러를 두고 공치수와 이충을 데리고 해주를 만나러 밖으로 나가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며, 또 해주를 여기로 부른 다면 킬러가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 어린아이를 위험 속에 몰아넣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직 배신자를 찾지도 않았는데 킬러까지 신경을 써야 해서 양현모가 살인 주문 봉투를 안 가져온 것이 아쉬웠으나, 다시 생각해 보니 오히려 잘 된 것 같았다.
왜냐하면 킬러 ‘언니’는 연지를 죽인 놈이고 언젠가는 반드시 죽여야 하는 사명이 있기 때문에 차라리 스스로 찾아오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돈을 얼마를 쓰더라도 헌책방에 언니를 죽이라는 오더를 내려고 했으나,
고맙게도 언니가 여기로 온다니 죽어 희미해져 가는 킬러의 눈을 직접 보고 싶었다.
김 회장은 조용히 이 실장을 불러 오늘 아내 진자경이 자신을 죽이라는 오더를 헌책방에 넣은 것에 대해 얘기하면서 양현모에게 받은 사진들을 보여 줬다.
진성은 잠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믿기는 어려웠지만 이충상무와 사모님이 배신자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주소는 여기 양평이고… 언니라고 되어있네요”
이 실장은 현모가 보내온 핸드폰 사진을 보며 김 회장과 마찬가지로 살인 오더가 들어간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남겼다.
“응 … 내 딸 죽인 새끼가 이제는 날 죽이러 온다.”
“일단 피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아니야… 잘됐어… 내 딸 죽인 놈 …
그놈은 우리가 알고 기다린다는 것을 모를 거야.
그러니 여기서 잡자”
진성은 일단 피하면서 대책을 세우고 싶었지만 김 회장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 상황에서 빨리 언니를 잡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양현모가 미행한 사람이 언니가 아니고 그냥 택배기사였기 때문에 언니의 얼굴을 모른다는 것이 아쉽고 살짝 불안했다.
“언니는 내가 여기서 나오기만을 기다리겠지?
난 그놈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 거야.”
“그럼 언제 올까요?”
“조만간…. 밤에 올 거야.
지금 그놈은 뭐부터 하려고 할까?”
“여기 구조를 파악하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근데 여기는 담이 높고 주변에 높은 곳이 없어 밖에서는 절대 안을 볼 수 없거든..”
“드론이라면 가능합니다.”
“아… 그렇지… 드론이 있었지…
만약 드론이 뜨면 알려줘.
나가서 운동하는 척해야겠다.
네가 노리는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려줘야지.
애들 한테도 드론 보이면 한두 명 정도 노출시키고, 자연스럽게 손도 흔들고 웃으라고 해! “
“네. “
“그리고 애들 더 불러.”
“그런데 회장님, 언니 한 명이면, 여기 인원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아냐! 그 XX 실력이 최고라고 하잖아…
대비해서 나쁜 건 없다고 봐.”
김 회장은 언니가 들어올 수 있는 예상 경로를 대비해서 작전을 짜라고 진성에게 지시한 후 공치수와 이충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지 생각을 했다.
진자경은 양현모가 계속 미행을 할 것이고 누구를 만나고 연락하는지 파악하면 되고…
이충과 공치수가 문제였다.
이충 역시 미행을 해 보고 나중에라도 진자경과 대질시켜 보면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공치수는 골방에서 풀어준 다음 미행을 시켜 뭘 하는지 좀 더 봐야 할 것 같았다.
둘 중에 하나라도 먼저 진자경을 만나는 놈이 배신자였다.
“이 실장..
트럭기사는 지금 풀어주고 …. 입 단속시켜.
그리고
꽁치는 내일 아침에 풀어줘..
똘똘한 애 하나 붙여서 뭐하는지 보자.
이충은 말이야… 눈치채지 않게 네가 직접 지켜봐…
한번 보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시를 받은 이진성이 마른침을 삼키고 있을 때 킬러 언니는 양평 별장을 바라보고 있었고 해주의 엄마 오숙희는 보이지 않는 위험의 존재를 감지했다.
모두 어둠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