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타깃이 있는 곳으로 (49)
새로운 타깃이 있는 곳으로 (49)
헌책방을 염탐한 놈을 따라갔더니 들어간 곳이 재수 없는 꼬마가 사는 건물이라니…
킬러 ‘언니’는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거 무슨 시추에이션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혹시 둘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는 거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해 보았으나, 이 상황을 연결할 수 있는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우편함에 있는 고지서에 ‘다 찾는 세상’ 양현모라고 쓰여 있는 것으로 보아 저 놈의 이름은 양현모 일 것이고, 헌책방을 노리고 왔으니 ‘다 찾는 세상’ 은 틀림없는 흥신소였다.
그러면 누구의 의뢰로 헌책방을 염탐했다는 것인데, 저 놈의 무릎뼈에서 연골을 발라내면 바로 누가 시켰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작업을 저기 2층에서 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장소에서 할 것인지 정해야 했다.
기분 나쁜 저 건물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2층의 그놈을 더 지켜보기로 했다.
언니는 2층이 잘 보일 것 같은 횡단보도 건너편으로 이동했고 망원경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그런데 이 재수 없는 건물은 유리창도 희한하게도 안이 잘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의 근접 탐색은 내키지 않아 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아이가 갑자기 건물에서 튀어나왔다.
언니가 이렇게 놀래 보기는 정말 처음이었다.
사방에 흉기를 든 놈들하고 대치를 했을 때도 긴장 한 번 한적 없었는데, 이렇게 놀랬다는 게 스스로가 창피했다. 하지만 저 괴물 아이가 자신을 발견할 것이라는 확신에 언니는 무의식적으로 등을 돌려 인파 속으로 들어갔다.
보이지 않는 아이의 시선이 언니의 뒤통수를 찌릿하게 만들었고 전신주에 몸을 숨김과 동시에 고개를 살짝 돌렸는데 역시 예상대로 아이는 마치 사냥개가 죽은 새를 찾는 것처럼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자신을 찾고 있었다.
이 괴기스러운 아이는 항상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린다는 것이 소름이 끼치도록 끔찍했다.
수백 마리의 기생 벌레들이 샤워 후 나온 자신의 모든 구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 같았다
아이는 1층의 편의점 앞에서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반대편 입구로 들어갔다.
오늘 오전에 확인한 건물의 구조는 언니의 추측이 맞았다.
2층, 3층 각각의 전용 계단이 건물 옆면에 있었고, 아이는 양현모를 만나고 나서 3층 집으로 가는 것 같았다.
'아이와 양현모는 어떤 관계일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혹시 저 아이가 흥신소에 의뢰해서 자신을 찾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작은 꼬마한테 느끼는 자신의 히스테리 적인 반응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황당하고 괴기한 생각이 언니의 뇌를 한번 지배하기 시작하자 모든 것이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서 일단 집에 가서 정리하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온 언니는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기보다는 우선 헌책방에서 받은 새로운 타깃 확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타깃이 어떤 상황과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지만 보통 이런 경우 되도록 빨리 파악해서 살인 의뢰를 할지 말지 헌책방에 알려 줘야 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헌책방이 정한 방침이었다.
다시 한번 타깃의 사진을 보았다.
암호책도 없고 이름도 없고 달랑 사진 한 장 이랑, 있는 곳으로 예상되는 주소지 그리고 보수로 예상되는 금액 숫자만 있었다.
다시 봐도 이번 건은 긴급이었다.
하지만 이것만 보고 수락하는 것은 좀 무리였다.
언니는 늦은 시간이지만 타깃이 있다는 주소지에 가보기로 결정했다.
잠시 후, 유광블랙 헬멧에 빨간색 고글, 노랑 장갑을 착용한 한 언니는 자신의 애마인 6 기통 160마력의 빨간색 BMW 오토바이를 타고 우렁찬 소리와 함께 출발했다.
누가 보더라도 멋진 여성 라이더였다.
타깃이 있는 주소지는 양평에 흔한 카페나 전원주택 주변이 아닌 일반 농지 근처에 있었다.
직사각형 구조로 높은 담벼락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안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 가지고 온 고성능 망원렌즈도 쓸모가 없었다.
입구인지 출구인지 확인이 안 되는 두 개의 문이 건물 양 방향에 있었고, 그 문을 통하는 길은 양쪽이 각각 좁은 외길이었다.
차 한 대 만이 다닐 수밖에 없는 일방통행 길을 일부러 만든 것으로 보였는데 차를 가지고 진입 시 퇴로가 막히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어느 쪽이 입구인지 왕래하는 차량이 없어 확인할 길이 없었고, 두 개의 길을 시작해 건물 주변에 널려 있는 CCTV를 봐서는, 아무래도 여기가 무슨 마약상의 마약 제조 공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슨 군사 요새 같았다.
내부 구조와 타깃을 보기 위해 멀리 도로변의 5층 카페에 자리를 잡아 주위 눈을 피하면서 자이스 망원렌즈를 바라보았다.
타깃은 보이지 않았지만 몇 명 서성이는 사람들이 있었고 건물 두 동과 비닐하우스 그리고 주차장으로 보이는 독립공간이 보였다.
이 정도가 최상이었고 더 정확히 파악하려면 드론 밖에 없었다.
내일 드론을 가지고 다시 올 것인가 아니면 그냥 지금 헌책방에 오더 수락을 할 것인가 결정을 해야 하는데, 재수 없는 아이 때문인지 언니는 평상시와 달리 평정심이 흔들리며 서두르고 있었다.
언니는 오더 수락 쪽으로 마음이 가고 있었다
이런 일을 어렵다고 거절하면 넘버 원이라는 명성에 금이 갈 거 같고 또 그냥 하고 싶었다.
하기로 했다.
바로 2G 폰에 반품하지 않겠다는 답글을 보냈다.
자 이제는 어떻게 죽일 것인가 결정을 해야 하는데 주변 경계가 심한 만큼 여기도 들어가서 작업하는 것보다는 밖에서 타깃을 기다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40만 불 짜리 타깃이 언제 나올지는 알 수가 없는 것이었다.
긴급 주문인데 고민이 되었다.
무작정 이 주변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들어가서 처리하는 편이 나을 듯싶었다.
그리고 정확히 말해 어디 기다릴 데도 없고, 또 네일숍 예약 손님이랑 한 약속이 있어서 마냥 기다릴 수도 없었다.
들어가기로 했다.
들어간다면 밤에 소리 없이 침투해서 타깃 목을 딸 것인가?
아니면 낮에 속도전으로 거슬리는 놈들 다 죽이면서 들어갈 것인가?
또 이것을 결정해야 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헌책방에서 예외적으로 문자 연락이 왔다.
“잠정 휴업”
오늘 헌책방은 주변을 기웃거리던 수상한 놈 때문에 수십 년간 킬러들과 의뢰인을 이어온 전통을 깨고 폐쇄했다.
헌책방이 문을 닫다니… 상상할 수 없는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너무 화가 났다.
양현모 이 놈도 죽여야 할 이유가 생겼다.
언니는 결심했다.
돈 들어오는 이 놈부터 죽이고, 그다음에 한 건물에 사는 세 명을 세트로 동시에 죽이는데 우울증에 걸린 엄마가 아들을 죽이고 자살하는 것이 아니라, 가스 폭발로 인한 건물 화재로 세 구의 시신을 발견하는 것으로….
언니는 지금 너무 서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