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연기의 합체 (48)
검은 연기의 합체 (48)
다 찾는 세상’으로 돌아온 양현모는 오늘 진자경의 행동에 대해 생각했다.
진자경은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행동을 했고 수상한 곳으로 이상한 봉투가 전달되었다.
봉투 속에는 김 회장의 사진이 들어있었고 사진 뒤에는 양평군 주소지와 40이라는 숫자가 쓰여 있었다.
현모는 이것이 만약 김 회장을 죽이려는 청부 의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사진을 다시 보관함에 넣는 것이 아니라 바로 전화 보고를 하고 가져왔어야 하는데 후회가 됐다.
어쩐지 김 회장에게 보고를 할 때 통화 속 목소리에 얕은 울림을 느꼈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큰 실수를 한 것 같았다.
그러지 않아도 공치수와의 관계에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 또다시 의심의 여지를 만든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 그것 말고 헌책방의 정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오래전 풍문으로 베일에 싸인 살인청부 조직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진짜로 국내에 그런 조직이 존재한다고 치고
헌책방이 국내 청부 살인의 본부라면 킬러에게 김 회장이 있는 곳과 사진이 전달했을 가능성이 컸다.
현모는 김 회장에게 전송했던 사진을 다시 꺼내 보았다.
사진 뒤에 ‘언니에게’라고 씌어 있었다.
언니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보았다.
킬러의 별명이거나 아니면 그들 만의 통용되는 이름일 수도 있었다.
만약 언니가 진짜 여자 킬러를 의미한다면…
처음부터 다시 오늘 하루를 생각해 보기로 했다.
‘진자경은 물품 보관함에 봉투를 넣었고 380038 비밀번호를 입력 후, 잠깐 걷다가 뭘 잊어버렸다가 생각이 난 듯 어디론가 핸드폰 문자를 했다.
바로 했으면 어디로, 어떤 메시지를 보냈는지 볼 수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것은 보지 못했다.
보관함 속 봉투는 택배 기사로 보이는 사람에 의해 헌책방에 배달된 후 약 2시간 뒤에 검은 잠바에 모자와 마스크를 한 남자가 중고 서점에 배달을 했었다.
두 번째 배달이 나를 노출시키고자 하는 의도였다면, 내 정체는 탄로가 났을 확률이 높다.’
현모는 자신이 노출되었다는 가정하에 헌책방을 오고 간 사람 중에 누가 자신을 미행할 수 있을지 기억을 끄집어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짰다.
문득 중고책과 어울리지 않았던 고급진 스타일의 여자가 떠올랐다.
그 여자는 헌책방을 마치 자주 가는 단골집처럼 한치의 망설임 없이 들어갔었다.
기억을 해야 했다.
그 여자의 얼굴과 행동 하나하나.
현모는 사진 한 장 찍어두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와 자책이 밀려왔다.
‘그 여자가 헌책방에 들어가고 얼마나 지나서 나왔지? 약 10분 정도 지난 것 같았고...
그렇다면 그 여자가 왼쪽, 오른쪽 어느 방향으로 갔었더라?
왼쪽으로 가면 충정로 방향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신촌인데…
오른쪽일까… 왼쪽?…
…….
맞아. 그 여자는 어디로도 가지 않았어.
커피숍으로 들어온 거야.‘
그녀의 동선이 커피숖에 들어온 것이 틀림없었다고 생각하니 현모는 등줄기에 소름이 돋아 한기를 느꼈다.
예민해진 상황에 주인집 아들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평상시에는 이 시간에 찾아오지 않던 애가 오늘은 웬일인지 불쑥 침입했다.
“무슨 일이야? 이 시간에…
급한 일 아니면 아저씨가 오늘 너무 피곤도 하고, 할 일도 있고…
내일 얘기하면 안 될까?”
“네…. “
해주는 총 있으면 잠시 빌릴 수 있는지 물어보러 왔는데, 뒤를 돌아 그냥 집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나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검은 연기가 온 사무실을 덥고 있었다.
검은 연기는 아저씨의 머리에서 시작해서 슬금슬금 휘어져 점점 커지더니 해주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저씨! 저….”
해주는 아저씨에게 지금 죽음의 위협이 있다고. 경고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생각했다.
어차피 믿지도 않을 텐데…
말하기도 귀찮았지만, 호기심이라는 것이 발동했다.
어떻게 죽을까 싶어 궁금하기도 했지만 생각해 보니 본인도 죽을 위기 상황이었다.
오늘은 일단 아저씨가 나가달라고 해서 문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옆에 세워져 있는 큰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비쳐 있는 것을 보았다.
거울 앞에 서있는 해주는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곳에는 …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검은 형체의 괴물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더니 아저씨 위의 괴물과 엉켜서 서로 뒹굴고 춤을 추는 것처럼 뭉치고 있었다.
마치 같은 종족의 괴물 둘이 서로 만나 반갑다고 합체를 하는 것 같았다.
해주는 순간 자신을 노리는 킬러와 아저씨를 노리는 킬러가 같은 놈이라는 것을 직감했으며, 이 놈이 성주 누나를 죽인 킬러라는 것을 알았다.
“왜 그러고 있어? “
양현모가 애써 짜증을 숨기고 거짓된 친절로 아이에게 말했으나 해주는
그저 허공만 꿰뚫어 볼 뿐이었다.
“왜 … 왜 그래?”
현모는 집주인 아들이 오늘따라 이상했다.
마치 신들린 아이처럼 사무실 천장을 보고 이리저리 눈을 돌리고 있었다.
뭐가 보이는 것처럼 ….
아이는 당황하지 않았지만 당황했으며, 긴장하지 않았지만 긴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저씨 오늘 누구 만났어요?”
해주는 건조한 눈빛을 뒤엉켜 꿈틀거리는 검은 연기에 둔 채 뜬금없이 현모에게 물었다.
“왜 그걸 왜 물어?”
“킬러가 아저씨를 죽이려고 해요.”
해주는 순간적으로 괜한 얘기를 했다 싶어 후회를 했지만,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이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시고, 집으로 올라가세요. 얼른 “
현모는 태연한 척 장난스레 말은 그렇게 했지만 놀란 가슴을 달래야 했다.
마침 킬러에게 노출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의 말이 오늘 만난 사람이 킬러라는 것을 암시했다.
“아저씨 혹시 총 있어요?”
“총? … 하하하”
현모는 아이의 이 난데없는 질문에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왔다.
“있으면 왜? 얻다 쓸려고?”
“문단속 잘하시고, 총 있으면 베개 밑에 넣고 주무세요. “
“하하 알았다, 고맙다. 너도 총 잘 넣고 자라. 하하하“
현무는 아이의 말이 그냥 재미있는 놈의 황당한 헛소리로 들려야 하는데 오늘 커피숍으로 들어온 여자가 문득 머릿속에 들어왔다.
그녀가 만약 킬러이고 자신의 정체가 노출되었다면, 그래서 나를 죽이려고 한다면?…
의심이 공포로 변하는 건 한 순간이었다.
두려움을 내색하기 싫었지만 현모의 의지와 상관없이 몰려왔다.
현모는 처음으로 출입문 이중 잠금을 했으며, 여닫이 창문의 걸쇠를 고정했다.
누군가 들어올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