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이코패스 소년은 킬러를 알아본다

언니와 헌책방 (47)

by 민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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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와 헌책방 (47)



코드네임 ‘언니’는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처럼 그 아이를 빨리 죽이고 싶었다.

돈 받고 사람 죽이는 것도 아닌데 본인이 왜 이리 서두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800미터 밖에서 자신을 쳐다보던 그 눈빛이 언니의 뇌 깊숙이 기생하고 있었다.


그것이 꿈틀거리는 기생충이 되어 자신의 뇌를 갉아먹고 빨아먹고 막무가내 헤집고 다니다 눈을 뚫고 튀어나오는 꿈도 꾼 적이 있었다.

언니에게 그 아이는 절대 존재하면 안 되는 미지에 대한 공포였기 때문에 어서 죽여야 후환이 없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킬러 ‘언니’는 오후 네일숍 예약 손님이 비는 시간에 맞춰서 그 아이가 사는 건물을 다시 한번 보러 왔다.


오늘 밤이 그날이다.

아이 엄마가 우울증에 아들을 죽이고 자살하는 날


언니는 아이가 사는 건물 3층 우편물을 확인하려고 계단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이상했다.

여기 이 건물은 절대 일반적인 건물이 아니었고 킬러의 본능이 예사롭지 않다는 적색 경고등을 울렸다.

입구에 드러내고 있는 CCTV 가 문제가 아니었고 우편물 함 속에 숨은 소형 카메라도 별 문제는 아니었다.

어쩌면 이 느낌은 머릿속 기생하는 놈에 대한 과도한 긴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치 다량의 부비트랩이 자신을 노리고 기다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왠지 이 건물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꼬마가 외부에 있을 때 처리해야 하는데, 간단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예상 밖으로 복잡해졌다.

살집이 있는 친구하고 맨날 붙어 다니면서 간다는 곳이 PC 방이었다.

PC 방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그놈만 죽일까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꼬마 하나 죽이는데 애들 많은 곳에서…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마음먹은 날이 오늘인데 기생충 같은 놈을 죽이지 못하는 것이 찜찜했지만,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도 아니고 해서 오늘 할 일을 나중으로 일단 미뤘다.


자신의 직장인 네일숍으로 돌아온 ‘언니’는 예약 손님이 오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어, 재스민차를 한 잔 마시며 일상의 루틴인 청부살인 전용 2G 폰을 확인할 때였다.


“주문하신 책이 입고되었습니다.”


새로운 살인 의뢰가 들어왔다.

꼬마는 나중에 처리하기로 하고, 우선 헌책방부터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언니는 검은색 버킷햇을 쓰고 카멜 색상 롱코트를 입은 세련된 여자가 되어 헌책방을 향해 아현동 골목길을 걸어갔다.


변함없이 헌책방 주인은 언니에게 봉투를 주었고, 언니는 그것을 검정 쇼퍼백에 넣었다.

헌책방을 나오려는 순간, 평생 말 한마디 한 적 없던 파마머리 사장이 자신의 뒤에 대고 말을 했다.


“누가 밖에 있어.”


헌책방 사장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이때가 처음 들었다.

뽀글이 파마 사장은 이 한마디를 하고 책상 위 노트북을 돌려 녹화된 CCTV 영상을 보여 줬다.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는데, 형사로도 폭력 조직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이 남자는 헌책방 주변을 서성거리더니, 헌책방이 한눈에 보이는 건너편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이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봐야 했다.


언니는 헌책방을 나와 자연스럽게 버킷햇을 눌러쓰고, 그 남자가 있는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그 자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헌책방이 잘 보이는 2층 창가 쪽으로 간 것 같았다.

언니는 입구가 잘 보이는 구석 자리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면서 쇼퍼백에 있는 봉투를 조심스럽게 꺼내 열었다.

봉투에는 암호책 없이 달랑 사진 한 장뿐이었는데, 아주 급한 오더일 경우 더러 이러는 경우가 있었다.

사진 뒷면에는 경기도 양평군 주소와 40이라는 숫자만 있었다.


40이면 40만 불인데….

한 명 처리하는 것 치고는 괜찮은 금액이라 이번 일이 경호 중에 있는 증인 제거 아니면 거물급 인사라서 쉽게 죽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예고했다.

결론은 쉽지 않을 오더였고 그것도 긴급이었다.

하긴 뭐 세상에 쉬운 일은 없었다.


언니는 예약 손님에게 감기로 인해 예약 취소를 할 수밖에 없다고 양해를 구한 뒤, 계속 2층의 감시자를 기다렸다.


언니가 감시자를 기다린 지 한 시간 정도 지나, 커피숍 2층의 그는 1층으로 급하게 내려왔다. 아마도 헌책방 사장이 미끼로 놓은 사람의 뒤를 따라가려고 서두르고 있는 것 같았다.


검은 잠바에 모자를 푹 눌러쓴 사람은 몇 번의 지하철을 갈아타고 책 배달을 하였고, 감시자는 책이 배달된 곳이 또 다른 중고 전문 서적임을 확인하고, 별 소득이 없었는지 미행을 포기하고 어디로 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언니가 계속 그 감시자를 미행했다.

그는 경찰서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형사는 아니었다.

과연 목적은 무엇일까 생각을 하니 헌책방의 위치가 아니면 자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자신을 쫓는 것일까?

혹시 지금 받은 청부살인 오더가 어쩌면 자신을 잡기 위한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헌책방을 숨어 감시하던 놈을 역으로 미행하고 있는데….

방금 자신이 본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매우 난감했다.

왜냐하면….

그가 방금 전까지 자신이 서 있었던 익숙한 건물에 들어가고 있었다.


잠시 후 꼬마가 사는 건물 2층 ‘다 찾는 세상 ‘사무실에 불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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