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이코패스 소년은 킬러를 알아본다

진자경의 죽음 (57)

by 민정배

진자경의 죽음 (57)



“잠깐……

지금 아무 말도 하지 말고 …

알아들었으면…. 네… 네… 이렇게만 말해.”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공치수의 가쁜 음성은 불안함에 흔들렸고 초조함에 갈라졌다.

다행히 지금 이 순간 자경은 자경답지 않게 말이 귀에 닿아 고개를 끄덕이게 했고 표정이 반응을 했다.


“네…

그런데 무슨 일로? …”


“대답은 네만 하는 거야.

너 지금 회사차로 양평 회장님 만나러 가는 거지?”


“네”


“지금 양평 도착 전이지?”


“네”


“바로 운전기사에게 커피 마시고 싶다고 ‘아침이슬 카페로 가자고 해.

가는 길에 있어… 아침이슬 카페… 3층 건물이야.

알아 들었어?…

아침이슬…”


“네”


“거기 1층 남자 화장실 옆에, 직원 전용문을 열면 쓰레기 함이 있을 거야.

거기 지나 무조건 앞쪽으로 뛰어…

뛰다 보면 내가 보일 거야.

….

알아 들었어?”


“네”


진자경은 떨리는 그의 울림이 다급한 공포가 되어 목덜미를 타고 흘렀다.


자경은 공치수가 하라는 대로 운전기사에게 커피를 마시고 싶으니 가는 길에 ‘아침 이슬’ 카페로 가자고 했다.

카페는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으며, 자경은 운전기사에게 커피 한잔 마시고 갈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서둘러야 했다.

빠른 걸음으로 안에 들어선 그녀는 1층 주문 카운터를 지나 남자 화장실 방향에 있는 스텝 전용문을 열었고 공치수가 말한 대로 에어컨 실외기와 쓰레기 분리 수거장이 있었다.

자경은 시야가 탁 트인 넓은 곳이라 어느 방향으로 뛰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일단 뛰었다.

한참 만에 저 멀리 누군가가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공치수였다.


“어떻게 된 거야? 난 자기가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왜 내가 죽는다는 거야?”


“일단 차에 타..

가면서 얘기하자. “


시동을 끄지 않은 상태였기에 진자경을 태운 차량은 신속하게 이동했다.

자경은 차 안에서 하라는 대로 모든 것을 다 했다는 얘기를 늘어놨다.

약속보다 이틀이나 지나 보관함에 간 것만 빼고 어렵게 물품 보관함을 찾았고, 그곳에 봉투를 넣고 공치수가 적어준 매뉴얼대로 했다고 말했다.

자경의 얘기만 들어서는 특별히 실수한 것은 없고 헌책방 주문은 제대로 들어간 것 같았다.


“자기야 어디로 가는 거야?

나 진짜 죽어?”


“양평으로 너를 부른 다는 것이 김 회장이 눈치를 챈 거 같아.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아무도 모르는 내 시골집이 있어.

거기서 며칠만 지내”


“얼마나?”


“늦어도 한 일주일?

조금만 숨어 지내.”


“아… 나 지겨운데… 어떡하지?”


“참아…. 지금 잘못하면… 너… 나… 다 죽어…”


지금 이 상황에서 살기 위한 기다림이 지겹다는 자경을 바라보며, 공치수는 흔들렸던 마음에 결심을 세웠다.


시골집은 그리 멀지 않았다.

하지만 공치수는 곧장 가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운전을 하는 동안 숨을 죽이고 사소한 움직임조차 놓치지 않으려고 백미러를 응시했지만 미행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가까운 길을 한참이나 돌아 시골집에 도착한 공치수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트렁크에서 뭔가를 꺼냈다.


“마당이 참 아담하네….

여기 몇 평…….”


진자경은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4밀리미터 등산용 로프가 그녀의 목을 감아 가슴이 막히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곧이어 숨이 조여 오는 타는 듯한 고통이 지나가며 천천히 의식은 사라지고 서서히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살아있던 그녀의 모든 감각은 끝마침을 준비했고 오줌을 배설하면서 마지막 선이 끊어졌다.

그녀는 자신이 들렸던 카페이름 ‘아침이슬’처럼 천천히 세상에서 사라진 것이었다.


공치수는 버려진 인형처럼 축 늘어진 자경의 시신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이 빠져나왔다.

천만다행으로 양평으로 가는 진자경을 잡아 영원히 입을 막았다.

이제 그녀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올 일은 없어졌고 지금은 킬러 언니가 할 일을 할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것이었다.

잘 나가던 계획이 어긋나서 운 좋게 김 회장이 살아왔지만, 킬러 언니가 해 줄 것이다.

다행히 자경의 통장에서 돈을 미리 확보한 것은 다행이었다.

헌책방에 잔금을 치르고도 남은 돈은 충분했다.


겨울비가 내리는 한겨울 언 땅은 돌처럼 딱딱했으며, 삽질을 하는 공치성의 몸에서는 숨과 땀이 엉켜 뿌연 수증기가 유령처럼 떠다녔다.


……….


공치수를 미행하던 직원은 그의 행동이 의심스러웠다.

우체국 공중전화박스에서 전화 통화를 시도하더니 쉼 없이 뒤를 돌아보며 조급함이 등을 떠미는 것 마냥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고는 한 시간을 우체국 주차장에 있더니 갑자기 아침이슬이라는 카페에 갔다.

누구를 만나는지 예의주시 했으나 내리는 겨울비에 젖는 줄도 모르고 우산 없이 카페 주변만 어슬렁거렸다.

곧이어 차를 몰고 카페 주변을 돌더니 논길에 주차를 한 후 얼마 있다가 차에서 내렸고

바로 마주 보이는 카페 건물 공터에서 어떤 여자가 그에게 달려왔다.


사모님이었다.


공치수가 배신자였다.


사모님이 공치수와 만나 어디로 급히 가는 중이라는 보고를 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진성 실장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른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 받지 않았다.


공치수가 사모님을 만났습니다. 현재 둘이 이동 중이며 계속 추적합니다.’


문자를 보냈어도 확인을 안 하고…

이런 일은 없었는데…. 틀림없이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


‘혹시 킬러가 온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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